만성질환은 대개 평생 동안 축적된 노화의 결과다. 한 사람의 가치관과 생활방식이 만성질환이나 통증의 패턴을 만들고 건강수명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몸과 마음에는 탄성이 있기 때문에 한두 번 균형을 잃는다고 해서 건강이 완전히 망가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지는 않는다. 겉으로 드러난 불편을 약이나 건강식품, 마사지 등으로 손쉽게 덮으려 할 뿐이다. 그럴수록 삶은 나아지기는커녕 더 큰 불편으로 달음칠친다.
간과하면 안 되는 것은 악순환의 원인과 해결이 직접적인 1 대 1 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폭음을 지속해서 생긴 건강상의 문제는 당장 집에서 술을 치운다고 나아지지 않는다. 지방을 먹지 않는다고 몸의 지방을 뺄 수 있는 것도, 지금 바른 자세로 앉는다고 해서 앞으로 계속 바른 자세로 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람의 몸과 마음은 2, 3차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한 가지 요소가 무너져 있으면 악순환은 끝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악순환의 원리를 이해하고 광범위한 노력으로 그 원동력을 약화시키는 것이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해결방법이다. 그 시작이 내재역량 경영이다.
--- 「머리말. 한국 사회의 최대 위기, 우리는 빠르게 늙고 있다」 중에서
이제는 사람이 산업화 이전부터 시간을 보내던 방법들로 얻는 보상의 정도가 스마트폰이 주는 보상 강도를 이기지 못한다. SNS 게시물을 확인할 때, 메신저 알림이 울릴 때, 새로운 동영상을 발견할 때 분비되는 도파민이 훨씬 강력하다. 결국 스마트폰 화면을 제외한 실제 세상은 흐린 흑백 화면처럼 바뀌어 보인다. 헤로인 중독자의 눈에 세상이 흑백으로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렇게 몸과 마음의 상태를 느끼는 센서가 무뎌져서 잘못된 긴장이 깃들면, 이 긴장은 다시 불필요한 스트레스 요인이 되어서 우울, 불안, 수면장애, 만성염증 등을 초래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고통의 총량을 늘린다.
도파민 리모델링을 하는 데는 의외로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며칠 내에 악순환의 고리가 약해지는 것을 느끼고, 2~3주면 일상에 변화가 꽤 생기며, 2~3개월이면 인지와 정서, 체형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변화가 생긴다. 개인적으로도 도파민 자극원 목록을 만들며 지낸 결과 삶에서 쾌락을 주는 자극을 대부분 털어냈는데도 일상의 즐거움은 지속됐고, 스트레스호르몬 분비는 줄어들면서 허리둘레가 줄어들고 일하면서 느끼는 갖은 통증이 줄어들었다.
--- 「1부. ‘쾌락 중독’은 어떻게 몸을 망가트리는가」 중에서
실제 30대 여성 환자 D를 예로 들어보자. D는 몇 달 전부터 허리와 목을 포함한 온몸의 통증이 직장에서 일을 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점점 심해져 진료실을 찾아왔다. 그녀는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고 생각해서 극단적으로 적은 열량만 섭취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 결과 허리뼈와 목뼈의 전만이 소실되었다 근력은 70대 노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져 있었다. 근본적인 원인은 꾸준한 운동이나 올바른 자세, 적절한 식습관 등 일상에 번거로움과 고통이 필요한 이유를 자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작 운동을 비롯한 자기돌봄 활동은 삶에서 빠져 있었다.
--- 「1부. 고통을 피하려는 본능을 이겨야 한다」 중에서
내재역량 자체도 생활습관을 어떻게 만드는지에 따라서 조절할 수 있다. 적절한 근력운동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면 당부하를 견디는 대사체계의 내재역량이 개선된다. 오랫동안 인지활동을 한 고학력자는 뇌위축이 상당히 진행되더라도, 치매 진단에 사용되는 인지기능 검사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 「1부. 삶의 내재역량이 높아야 노화의 가속도를 줄인다」 중에서
인간의 골격계는 적어도 100만 년 이상의 오랜 기간 동안 이동과 생산수단의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엘리베이터와 철도, 자동차 등의 탈것과 내연기관이나 전기, 유압장치 등의 기계가 보급되면서 사람의 근골격계는 자유로워졌다. 현대적 산업사회와 도시 구조가 이룩되었고 인간은 몸의 편안함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이동성의 내재역량은 원시인류에 비해 큰 폭으로 낮아졌다. 그 대가는 성인기 이후 수십 년 동안 이어지는 근골겨게의 불편과 몸과 마음의 질병, 나아가 노년기의 신체기능 저하와 장애였다.
--- 「2부. 몸은 움직이도록 설계되었다」 중에서
습관에 따라 운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등산은 전신근육의 기능과 관절의 유연성이 적절하다면 자연스럽고 다양한 각도로 관절을 사용하는 복합 운동이다. 등산을 잘하면 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하가 관절 주변의 근육과 결합조직을 강화하는 데 유익한 자극으로 작용한다. 반면에 걷기 외에 다른 운동을 전혀 하지 않고 고관절이나 무릎 주변 근육의 기능이 떨어져 있으며 체중도 많이 나가는 사람이, 주말마다 등산만 몇 시간씩 한다면 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충격을 애꿎은 관절이 다 감내해야 한다.
올바른 방식으로 다양한 근육들을 꾸준히 활성화하면 근육과는 관련이 없어 보이는 많은 영역에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특히 노년층이 6주에 걸쳐 거의 매일 코어운동을 하면 위식도역류, 소화불량, 변비, 불면 등 온갖 증세가 호전된다. 식욕조절 이상, 우울감, 인지기능, 온몸의 통증도 개선된다. 자세와 체형, 체성분이 눈에 띄게 변화하기 시작하는 데도 3개월이면 충분하다. 노쇠한 90대의 노인도 이렇게 개선된 사례가 있으니 이미 늦었다는 생각으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
--- 「2부. 어떻게 운동해야 할까」 중에서
몇 달 새 갑자기 치매에 걸린 것 같다며 진료실을 찾는 환자 중에는 인지기능 변화뿐 아니라 수면이상과 기분변화, 사고체계의 이상이 동시에 존재하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 기저 만성질환 병력이나 뇌사진으로는 임상 경과가 빠르게 진행되는 원인이 무엇인지 도무지 설명할 수 없다. 이런 경우 처음 환자가 느꼈던 불편함이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증상’이나 ‘자꾸 새벽에 깨는 증상’이라면 수면제를 처방받아 장기간 복용하다가 다른 정신적인 불편함이 함께 생긴 것일 수 있다. 잠이 문제였던 것이다.
--- 「3부. 잠이 부족하다면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중에서
결론적으로 수액에 섞어서 맞는 항산화제가 노화를 지연시키는 데 도움을 줄 가능성은 없다. 지난 50년 동안 이루어진 임상연구 문헌을 확인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노화는 장기간 누적된 효과가 신체의 구조와 기능에 영향을 끼치는 생물학적 과정이다. 따라서 간헐적으로 몇 번 맞는 항산화제 주사가 노화지연에 의미 있는 도움을 줄 것 같지는 않다.
SGLT2억제제는 콩판에서 인위적으로 소금과 포도당을 소변으로 내보내는 당뇨병치료제다. 하루에 최대 500칼로리 정도의 열량을 소변으로 배출하며 절식과 유사한 효과를 나타낸다.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10~15퍼센트 정도 수명 연장 효과를 보였다.
--- 「4부. 항노화요법이라는 거짓 신화」 중에서
반면. 한국의 인구구조를 토대로 예상해보면 젊은 성인이 노년 인구를 부양하는 현재까지의 모델은 20년 이내에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20~30대는 미래에 공적이전소득으로 유의미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를 애초에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60년 뒤의 상황을 그려보자. 지금의 20~29세 인구(670만 명)는 대부분 80대까지 생존할 것이고 이들의 공적, 상업적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핵심 연령층은 지금의 0~9세 인구(360만 명)가 된다. 결론적으로 현재 20~40대가 믿고 의지할 것은 40~50년 후에도 잘 작동하는 스스로의 내재역량밖에는 없다.
--- 「5부. 내재역량을 관리하면 인생이 관리된다」 중에서
현실적으로 돈과 시간 여유가 있는 사람이 강한 연대를 만들기 용이하다.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은 가속노화를 겪어도 의지할 데를 찾거나 내재역량 관리를 위해 자원을 투자하기도 더욱 어려워진다. 이 메커니즘을 따라 ‘절망사’가 발생한다. 능력과 건강, 노년기 삶이 심각하게 양극화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상황이 어려울수록 강한 사회적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5부. 사회적 노쇠에도 대비해야 한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