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호비클럽을 열어 다양한 취미를 경험해보며, 남은 인생의 계절에 나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찾아 나서기로 했다. 셋이서 해도 더없이 좋겠지만, 더 많은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싶어서 계절별로 멤버들을 모집했다. 우리는 삶 속에서 더 많은 취미(hobby)를 발견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멤버들을 ‘호비어(hobbier)’라고 불렀다. 그렇게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과 호비어로 만나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동안 몇 번의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과 겨울이 지났다.
취미를 어렵게만 느꼈던 내가 호비클럽을 통해 조금씩 달라졌다. 얼마나 자주 하는지, 얼마나 잘하는지, 얼마나 그럴듯한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잘 몰라도, 자주 하지 못해도, 잘하지 못해도 내가 좋아하는 것, 그때의 나를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작고 사소한 것들이 바로 ‘취미’니까.
--- pp.6~7
산책을 취미라고 인정한 건 오래되지 않았다. 그전까지는 무의식적으로 했던 행동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고 인정하고, 의식하면서 하니 행복감이 더 커졌다. 자기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하는 일이 있다면, 어쩌면 당신은 그걸 굉장히 좋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도 모르는 새 일상에 자리 잡은, 내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작은 행동을 알아채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그 행동의 좋은 점을 마구마구 생각하다 보면 취미의 세계는 더 깊어지고, 넓어질 것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발견하면 행복을 찾으러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삶의 방향성이 명확해진다.
--- pp.35~36
호비클럽의 첫 번째 여름 시즌 프로그램 ‘여름 시선’을 기획하면서 우리는 몇 가지 굿즈를 준비했다. 필름 카메라와 파우치, 책과 티백까지 담았지만, 무언가 아쉬웠다. 이리 저리 머리를 굴리다가 40개 질문이 담긴 ‘호비 노트’를 만들었다. 40개 질문들은 나를 궁금해하고, 나를 들여다봐야만 답할 수 있는 것이었다. 호비어들과 여름 시즌인 6월부터 8월까지 노트에 답을 채워나가면서, 또 서로의 대답을 기웃거리면서 도대체 나는, 당신은 무엇을 좋아하는지 ‘생각할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다.
호비 노트에 적어놓은 40가지 답변은 언제든지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치트 키다. 어디를 펼치든 거기에는 나를 웃음 짓게 하는 것이 한 가지는 있을 테니까. 좋은 답은 좋은 질문에서 나온다. 나의 마음을 비춰주는 질문들을 따라가다 보면 나에게 가장 솔직해질 수 있고, 내가 좋아하는 것에서부터 취미를 찾고 발전시킬 수 있다.
--- pp.64~65
제철 음식을 챙겨 먹는다는 건 시간에 끌려가는 게 아니라 계절의 흐름을 영민하게 알아채고, 내가 이 계절을 어떻게 누릴지 주체적으로 결정하는 일이다. 무슨 가지 파스타 하나에 이렇게 의미를 부여하나 싶기도 하지만, 적어도 나에겐 그렇다. 귀찮음과 피곤함을 무릅쓰고, 이런 계절엔 어떤 식재료가 맛있는지 알아보는 일은 그 계절에 가장 무르익는 것들이 무엇인지 알아차리는 일이니까.
--- p.85
좋아하는 마음은 나의 세계를 조금씩 넓힌다. 요즘은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판매하는 카페에 가면, 괜히 한 번 더 원두에 눈길이 간다. 원두 앞을 서성거리고 있으면, 직원이 이런저런 설명을 해준다. 설명을 듣고 새로운 원두를 하나씩 시도해보면서 나만의 취향을 찾아가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다. 몇 번의 경험 끝에 나는 초콜릿 풍미가 나는 묵직한 원두를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이런 커피를 좋아하는구나.’ 이렇게 나의 데이터가 또 한 줄 쌓이면,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올 때 이 데이터를 활용해 나의 행복을 증폭시킬 수 있다. 단순히 ‘커피가 좋다’였던 마음은 점차 더 선명하고 구체적인 모양으로 변해갔다. ‘진심으로 내려주는 드립커피’가 좋고, ‘저마다의 색이 있는 로스터리의 원두’가 좋고, ‘원두를 갈아 내려 마시는 나만의 시간’이 좋다는, 다채로운 빛깔의 마음으로.
--- pp.102~103
창밖을 멍하게 쳐다보다가 “바다 보고 싶다”고 흘리듯이 말했다. 시계는 7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고, 나는 다음 날에도 출근을 해야 했다. 엄마는 내 말에 “가지, 뭐” 하고 차를 쉽게도 돌렸다. 그렇게 퇴근길에 들른 속초 해수욕장에서는 마침 불꽃놀이를 하고 있었다. 안개가 자욱한 해변에 앉아서 겨우 맥주 한 캔 하고 서울로 바로 돌아왔지만, 그 찰나의 행복과 자유로움을 잊을 수 없다.
--- pp.222~223
일상에서 멋진 걸 발견하면 그냥 넘어가지 못하고, ‘귀여워!’를 외치며 발걸음을 멈춘다. 사진을 찍어 기록하고, 주변에 알린다.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걸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는, ‘좋아하는 마음’의 합이 늘어나고 증폭되는 과정을 즐긴다. 감탄은 전염성이 짙다. 한 사람이 호들갑을 떨면, 주위도 같이 들썩인다.
--- p.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