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가 이런 딱딱한 일만 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고고학과 고대사는 마치 영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주인공처럼 세계를 무대로 땅속 유적을 발굴 조사해 먼 과거의 사실을 추적하는 탐정들의 무대입니다. 광개토 대왕이 어마어마한 군사를 이끌고 내려온 경로를 밝히고, 가야 사람들이 일본 열도 곳곳에 정착한 흔적을 찾으러 다닙니다. 옛날이야기가 재미있거나, 범죄의 현장을 꼼꼼히 복원해 보고 싶거나, 커튼 뒤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대해 참을 수 없는 궁금증을 갖고 있다면 여러분은 이미 역사학자의 자질을 갖추고 있는 것입니다. --- p.6~7
흔히 역사는 변하지 않는 진실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 새로운 역사 자료가 발굴되면서 지금까지 역사적 진실로 믿어 온 것들이 종종 뒤집히기도 했거든. 이런 반전의 순간을 찾아보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어. 교과서 밖의 역사를 읽는 새로운 관점에 눈을 뜨고, 더 나아가 한국사 너머 세계사의 흐름까지 읽을 수 있는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단다. --- p.23
지금처럼 학문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진 시대에 살면서 유물을 그저 고고학 자료라고만 여기며 모른 척하면 안 되겠지. ‘깊게 파려면 넓게 파라.’는 말처럼 역사학 중에서도 문헌 자료가 가장 부족한 고대사 연구를 위해서라면 고고학적 발굴 조사를 통해 생산된 빅데이터의 활용에 승부를 걸어야 해. --- p.31
역사학의 연구 범위가 공간만 넓어진 건 아니야. 역사학은 인문학의 한 분야지만 이제는 발전된 과학 기술과 결합해 융복합 연구를 하는 분야가 되었어. 특히 법의학, 생명 공학, 토목 공학의 도움을 받아 고고학적인 자료에서 옛날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정보를 알아내고 있단다. --- p.47
나는 이제 대한민국도 우리 민족의 역사를 넘어 세계사 연구에 공헌할 때가 됐다고 생각해. 우리는 언제까지 우리 역사와 관련이 있는 것들만 연구해야 할까?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을 연구하고 보존하는 일에 이제 우리도 뛰어들어야 하지 않을까? 민족사를 넘어서서 인류 공동의 역사 연구에 앞장서야 진정한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