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은 1826년 여름학기 강의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미학』의 체계적 구축에 대해, 물론 예술들의 규정들에 대해서도 매우 집중적으로 논의를 펼친다. 이 강의는 네 시간씩 행해졌는데, 헤겔은 이 강의를 “미학 또는 예술철학(Aestheticen sive philosophiam artis)”이란 제목으로 공지했다. … 폰 데어 포르텐의 강의직필본은 우리가 의심의 여지 없이 헤겔의 숙고들을 성공적으로 함께 수행할 수 있는 예이다.
--- pp.33~34
이 강의들은 자연미가 아니라 예술미에 헌정된다. 각각의 학문은 그 범위를 자의적으로 규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것은 단순히 자의적인 규정만은 아니다. 자연미를 배제하는 것은 자의적으로 보일 수 있는데, 우리는 습관적으로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동물, 그리고 그와 같은 것들을 말하기 때문이다. 실로 예술미는 자연미보다 더 높다. 전자는 정신에서 산출된 것이기 때문이다.
--- p.57
일반부분은 미 이념 자체와 그것의 더 자세한 규정들과 더불어 시작해야만 한다. 이 이념을 고려할 때 동시에 주목할 바는, 우리가 고찰할 것이 미 이념이라는 것이다. 미의 이념은 단순한 이념이 아니라 이념상으로서 파악되어야만 한다. 그 자체로서의 이념은 자신의 보편성 속에 있는 참된 것이다. 이념상은 이러한 미가 동시에 개별성, 현실성, 주관성을 갖춘 것이다.
--- pp.75~76
이념상의 더 자세한 규정성은 이념과 그것의 실재성, 그것의 표현방식과의 관계로서 파악될 수 있다. 이념이 불완전하면, 형태 또한 그러하다. 이념이 참다운 이념이려면 그 자체 내에서 규정되어 있어야만 한다. … 이러한 이념에 표현이 관계된다. 우리는 그것을 전체적으로 이념상의 형식들, 또는 미의 여러 가지 방식들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 마치 외적인 특수성이 장르들에 부가하는 것과 같은 의미에서가 아니다. 여기서 방식은 이념의, 그리고 이와 더불어 이념상 자체의 상이하며 폭넓은 규정들을 표출한다.
--- p.139
일반적으로 상징적 예술은 동양에 고유하며, 두 가지 측면에서 고찰되어야만 한다. 한 측면은 그것의 자유로운 특유성이다. 그러므로 그 자체로서의 상징적 예술이 지배적이다. 다른 측면은, 상징적인 것은 단지 하나의 형식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고전적인 것과 낭만적인 것에도 상징적인 것이 나타난다.
--- p.141
고전적 예술은 예술의 개념이 상술되어 있고 현존하는 곳 이외 다른 것이 아니다. 의미가 대자적으로, 자립적으로 되어 있는데, 이 자립적 의미는 자유롭고 정신적인 개별성이며, 동시에 생동적이며 대자적인, 정신적으로 내적인 것, 보편적인 것, 본질적인 것, 절대적인 것이다.
--- p.185
그 자신 속에 있는 정신, 그렇지 않으면 감각적인 외적 방식으로 현존하는 정신이 낭만적 예술의 징표이다. 고전적인 아름다움, 완전한 아름다움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전혀 있을 수 없다. 오히려 낭만적인 것의 아름다움은 오직, 동시에 그것의 소재를 넘어 있는 그와 같은 아름다움일 수만 있다. 그러니까 정신적인 것의 참다운 표명이기에 더 이상 적합하지 않은 외적인 것은 마땅히 능가되고, 침해된다. 이런 것이 낭만적 예술 일반의 원리이다.
--- p.202
특수부분에서 우리는 이념상, 미가 자체 내에서 붕괴되며 그 계기들로 와해되는 것, 그리고 그 계기들에 고유한 존속을 부여하여서 그런 여러 가지 미들이 그 하나의 이념상(das eine Ideal)을 형성하는 것을 보게 된다. 미는 자신의 가지들을 따로따로 두는데, 이것들이 합쳐져 미라는 농작물이 된다.
--- p.223
조각은 이념상 자체, 즉 감각적인 직관을 위해 스스로 나타나는 그와 같은 신, 그 자체 대자적으로 있으면서 감각적이고 외적인 방식으로 나타나는 신적인 것을 자신의 내용으로 삼는다. 이런 감각적인 방식은 전적으로 내적인 것, 정신적인 것 내로 환수되어 있어야만 한다. 상징적인 건축에는 정신적인 것과 비유기적인 것이 아직 구분되어 있지 않으며, 고전적인 것에는 비유기적인 것이 정신적인 것과 분리되어 있고, 정신적인 것이 대자적으로 현재한다.
--- p.245
서사시에는 총체성을 이루는 한 민족의 세계가 있다. 그래서 그런 세계 속의 정신은 여전히 의욕적이고, 성취적이며, 자립적이다. 이런 정신에는 아직 금언(金言)들이나 보편적인 근본원칙에 이르지 않은 신념이 속하는데, 이 정신에서는 신념들이 바로 의지와 수행함조차 없을 감각으로서 있다. 만약 감각이 격리된다면, 그때 감각, 심정은 추상적으로 대자적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함 속에 서정시가 머무른다.
--- pp.294~295
1828/29년 강의의 기초가 되었을 1826년 미학강의의 주요 특성을 들자면, 정신미로서의 예술미의 의미가 강화되었다는 것, 상징적 예술형식의 구분이 이전의 세 단계에서 네 단계로 바뀌었다는 것, 그리고 시문학의 서정시가 1823년 강의에서 매우 간략히 다뤄졌던 것에 반해 다양한 운율법들에 대한 분석을 포함한다는 점이다. 또한 당시 근동에 관한 정보의 증가를 바탕으로 헤겔이 접한 근동의 문화와 문학작품들이 상징적 예술형식 규정에 다량 포함되어 있는 것이 1826년 강의에서 주목할 점이다.
--- p.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