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지 않으려면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단박에 알아듣지 못해 무지하게 고생했다. 지난 13년, 거의 매일 밤 글을 썼다. 한 달에 100장, 1년에 1200장, 그렇게 13년 동안 쓴 글이 2만장에 달한다. 무리를 했다. 성공하고 싶어서, 인정받고 싶어서 무리수를 뒀다. 그러다가 몸이 망가졌고, 가정이 망가졌고, 때로는 사람들을 다 적으로 만들어버렸다. 무리. 이치에 벗어난 순간부터 삶은 이상 신호를 보내주곤 했다. 내가 해석하지 못했을 뿐.
---「SUM UP. 나는 왜 무리를 했을까?, p.14」중에서
이쯤 와보니 알겠다. 그럼에도 계속 걷고, 또 걸어서 내가 얻은 것은 돈도, 성공도, 인정도 아니다. 사랑하는 것들을 지킬 수 있는 중력, 가치 있는 일을 알아보는 안목, 나의 시간을 귀하게 쓰는 태도였다. 그럼에도 쌓고, 또 쌓고, 쌓았던 시간은 단단한 어른의 뿌리를 만드는 시간이었다는 걸 이제는 대답할 수 있었다.
---「중력의 법칙을 몰라 무리를 했다, p.40」중에서
20대는 입구를 찾고, 40대는 출구를 찾는다. 그러나 지속가능성을 생각해 보지 않고 출구 없이 일하면 결국 내가 걸었던 길은 미로가 되어 내 손으로 그 길을 폭파해야 한다. 어린 날의 난 성장한 뒤에 오래 지속하는 것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평생 건강할 줄 알아서일까? 늘 오늘이 전부인 양 다 갈아 넣어 일했다. 그러다 보니 진짜 오늘밖에 없었다. 출구가 보이지 않을 때쯤, 우린 몸이 지쳐서 자신의 성을 스스로 부수게 된다. 지속한다는 것에 대한 개념 없이 시작한 모든 친구의 최후였다.
---「지속하지 못해서 사라지는 힙한 가게들, p.62」중에서
약한 사람의 눈에는 강한 사람이 독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지만, 약자가 되는 순간 아이는 오롯이 존재할 수 없어진다. 저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에 착함으로 자신을 포장하여 스스로 나아가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주역』에서는 강자를 스스로 나아가려는 성질을 지닌 자로 설명하는 거다. 우주도, 미래도, 시간도, 자연도 강하기 때문에 스스로 나아간다. 자연은 착하게 살면 복을 받는다는 생각 따윈 하지 않았다. 자기 몫을 스스로 해내고 나아간다. 진인사대천명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뜻. 그게 바로 마음의 중력, 강해질수록 세지는 원리였다.
---「아들의 이름을 지으며 굳게 먹었던 마음, p.93」중에서
세상에 ‘감각적으로 보이는’ 사람은 참 많지만 감각적으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이는 몇 없다는 걸 안 순간부터, 난 글로 쓰는 뻔지르르함의 뻔뻔함을 인지하게 되었다. 매일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찍던 시간에 설계도를 보려 했고, 셀카 대신 벽면이 어떻게 생겼고 어떤 브랜드를 썼는지 디테일을 찍기 시작했다. 좋아 보이는 것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만 진짜 오래도록 좋은 작품을 만들기까지는 삽질 또 삽질의 시간이 필요해서, 거리 앞에서 난 늘 학생이어야 했다.
---「안목의 삽질, p.134」중에서
준오헤어 대표님이 비밀 그래프를 보여주신 적이 있다. 디자이너의 매출이 떨어졌다는 건 ‘단골손님’ 관리를 안 했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단골의 방문이 줄어들면 신규 고객 유입률은 자동으로 떨어진다. 새로운 매출을 더 내려고 마케팅을 할수록 망하는 이유다. 진짜배기 디자이너들은 단골을 쌓고, 쌓아서 10년째 오는 고객이 전체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돌아보면 내가 ‘단골’로 가는 가게는 나에게 장사하지 않았다. 장사를 하지 않았더니 진심이 팔리기 시작했다는 대목이 딱 어울리는 사장님들이었다. 오히려 그들이 장사를 멈출까봐 내가 홍보를 하고 다녀줬다.
---「오래오래 돈을 법시다, p.155~156」중에서
“지치면 나만 손해야.” 우린 몰랐다. 쉬면 모든 게 다 충전될 거라고 생각했다. 참 순진했다. 쉬고 나면 해결될 거라는 생각이 어리석어 웃었다. 운명의 파도를 우리 둘 다 너무 우습게 생각한 것이었을까? 멈추고 쉬었지만, 또다시 달리게 하는 것도 운명이었다. 우리가 조금만 더 똑똑했더라면 지쳤다고 무식하게 급브레이크를 밟지는 않았을 거다. 우리는 미친 듯이 전력 질주 했다. 열심히 전력 질주 하는 건 꽤 학습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쳤을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학습한 적 없었다.
---「사랑하는 그녀의 퇴사, p.176」중에서
우리가 한창 티격태격할 때, 엄마는 미리 경고했다. 감사함이 사라지는 순간, 네가 가진 모든 것이 사라질 수 있으니 정신 차리라고. 그때 우리는 어리고 또 어려서 몰랐다. 스스로 만들어낸 자기 자신에 대한 환상으로 밑바닥의 내가 살 수 있는 삶, 그리고 일상 속 행복이 무엇인지 모르고 그저 열심히만 살았다. 이제는 안다. 감사함이 사라지고 내 안에 허영이 끼는 순간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잃어버린다. 그러고 나서 보이는 것은 그저 ‘하루’다.
---「분수에 맞는 사랑에 대하여, p.234」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