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진이는 귀신을 무서워하는데, 어떡하지?’
사실 현아는 이야기를 준비하면서 소진이가 계속 마음에 걸렸어. 하지만 귀신 이야기만큼 아이들의 관심을 끌 만한 것도 없었어. 현아는 소진이의 눈길을 피하며 아이들을 향해 미소를 지었어.
“현아는 어떤 특별한 이야기를 들려줄까? 선생님도 기대되는걸?”
“저는 무서운 귀신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우아~!”
아이들이 책상을 두드리면서 소리쳤어. 하지만 소진이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어. 다른 아이도 아니고 단짝 친구인 현아가 귀신 이야기를 한다잖아.
소진이는 현아를 쳐다봤지만, 현아는 눈을 내리깔고 침을 꿀꺽 삼키며 시간을 끌었어. 무서운 이야기는 급하게 시작하면 긴장감이 떨어지거든. 천천히 시작해야 무서움이 쫀득쫀득하게 달라붙는다고 ‘무서운 채널’에서 들었어.
--- p.12
지금 현아가 하려는 이야기도 그 채널에서 들었던 거야. 혹시 친구들도 그 이야기를 들었으면 어떡하나 싶은 마음에 현아는 살짝 내용을 바꿨어. 뻔한 이야기는 특특 시간이랑 어울리지 않을 테니까.
현아는 아이들을 둘러보다가 그만 소진이와 눈이 딱 마주치고 말았어. 소진이가 현아를 향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어.
‘현아야, 너는 알잖아. 내가 귀신 이야기 싫어하는 거.’
소진이는 현아에게 텔레파시라도 보내려는 듯, 현아를 뚫어져라 쳐다봤어. 하지만 현아는 이내 눈길을 돌려 버렸지. 그러고는 이야기를 시작했어.
--- p.14
‘그래, 현아는 특특 시간을 위해 열심히 준비했잖아. 많이 속상할 거야.’
소진이는 솔직하게 사과하고 현아 기분을 달래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현아야, 미안해. 나는 귀신을 좀, 아니, 많이 무서워해. 귀신은 없다고 생각해도, 자꾸만 상상이 돼. 밤에 잘 때도 불을 끄면 귀신이 나올 것 같아서 불을 켜 놓고 자야 해.”
‘귀신은 세상에 없어! 보이지도 않는 귀신이 뭐가 무섭다는 거니?’
현아는 이 말을 하고 싶었지만, 꿀꺽 삼키고 숨만 내뱉었어. 솔직하게 자기 사정을 털어놓으며 사과하는 소진이를 자꾸 다그칠 수는 없었던 거야.
“소진이는 몇 짤? 다섯 짤! 왜? 귀신을 무서워하니까.”
장난꾸러기 범수가 혀 짧은 소리로 소진이를 놀렸어. 소진이 얼굴은 너무 익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홍시처럼 빨개졌어.
--- p.20
소진이가 반달 눈웃음을 보였어. 현아는 그 모습을 보자 마음이 불편해졌어. 자기는 소진이가 귀신 무서움증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서관까지 데리고 왔는데, 소진이는 하람이의 말도 안 되는 귀신 이야기를 들으며 활짝 웃고 있잖아.
“유하람! 소진이의 귀신 무서움증은 내가 깨끗이 고쳐 줄 거니까 넌 그만 빠져!”
“현아야, 하람이한테 왜 그래? 나, 나, 하람이 덕분에 귀신이 조금 덜 무서워지려는데…….”
소진이가 현아 눈치를 보며 말했어.
“됐어. 그 문제는 나한테 맡겨.”
현아는 소진이 손을 거칠게 잡았어.
--- p.36~37
“뭐가 무서워! 일단 봐. 막상 보면 별것 아니라니까. 그리고 이건 진짜 귀신이 아니라 만화로 그린 거잖아.”
“너, 자꾸 별것 아니라고 하는데, 소진이한테는 별것이야. 그러니까 당장 꺼!”
“네가 뭔데 자꾸만 끼어드는 거야? 우리 둘 사이의 문제니까, 넌 신경 꺼!”
현아가 하람이를 밀며 소리쳤어.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던 하람이가 옷소매를 걷어부치며 소리쳤어.
“정말 못됐어! 말로는 소진이를 위한다며 사실은 너만 생각하잖아.”
현아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어. 소진이가 귀신 무서움증을 극복할 수 있도록 옆에서 현아가 얼마나 노력하는지도 모르면서 하람이가 말을 막 하잖아.
“김소진! 너도 그렇게 생각해?”
현아가 이번에는 소진이를 향해 소리쳤어.
“그, 그만해! 흐, 흑흑. 나, 나한테 왜, 왜 이러는 거야? 흑흑흑!”
소진이는 바닥에 주저앉으며 울음을 터트렸어.
--- p.44~45
“나도 벌레 무서워하는데.”
“나도 다리 많은 지네가 제일 무서워. 뱀보다 더!”
“뱀이 더 무섭지.”
“뱀은 다리가 없잖아. 사실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모르지만…….”
“푸하하하~!”
아이들이 큰 소리로 웃자 현아는 마음이 편해졌어. 자그 마한 벌레를 무서워한다고 놀릴까 봐 걱정했거든.
--- p.64~65
소이는 사물함 손잡이를 잡은 채, 선생님과 아이들을 둘러보며 혼자 중얼거렸어.
“너희들도 조심해. 나처럼 되기 싫으면 말이야.”
그러고는 사물함을 열었어. 그동안 열리지 않던 사물함이 거짓말처럼 삐거덕 소리도 없이 자연스럽게 열렸어.
사물함 속에는 소이의 얼굴 사진이 있었어. 사진에는 까만 리본이 달려 있었지.
“이제야 찾았네.”
소이는 웅성거리는 아이들을 뒤로한 채, 교실을 빠져나갔어. 자신의 영정 사진을 꼭 안은 채.
--- p.82~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