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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순의 말

: 글쓰기의 경이

[ 양장 ] 말에 지성이 실린 책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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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6월 3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578g | 145*210*23mm
ISBN13 9788960908222
ISBN10 8960908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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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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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대상 앞에서 대상이 죽기 전에 시인이 죽는 기록일 겁니다. 사물과의 작별, 세계와의 작별을 통해 잔혹한 죽음들과 맞서는, 선험적이면서 아찔하고 아득한 죽음을 구축하는 것이 시이지요.
--- p.21

‘시하다’는 ‘사랑하다’입니다. 나를 타자에게 내주지 못해 안달하는 말이 시입니다.
--- p.57

극단적인 인접성으로 매 순간 다른 것으로 옮겨 가는 감각으로 쓰인 시를 저는 좋아합니다. 시를 쓰는 이유 중에 하나는 아마도 시 쓰는 사람이라는 이 유기체로부터의 해방감일 겁니다.
--- p.80

비탄이 기도하는 것보다 가치 있는 시인의 일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오직 비탄만이 고통받는 존재와의 연대이고, 그 고통에 참여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 p.93

모성은 사회적 구성물입니다. 이 구성물 때문에 여자들은 여자처럼 살아야 하고, 자라서는 어머니 노릇을 해야 하고, 주부가 되어야 하고, 자신의 안녕과 쾌락을 구할 땐 죄의식에 사로잡혀야 합니다. 이 사회의 모성이데올로기가 여자들에게 영원히 다른 방식으로 어머니되기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니까요.
--- p.108

고백시는 고백이라는 진술을 실종시키려 하는 글쓰기 형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고백을 하면서도 고백을 배반하는 자기 전복, 이것이 고백시가 당도하는 곳이지요.
--- pp.120~121

시에 관한 정의는 시마다 다릅니다. 이 시에서는 이렇게 말해줘야 하고, 다른 시에는 전에 말했던 것을 뒤집고 저렇게 말해줘야 합니다. 시는 살아 있는 생물이므로 다 다릅니다. 다 살아 있는 모습이 다릅니다.
--- p.210

너와 나의 경계가 흐려지도록, 지워지도록 하는 자리에서 시의 정치가 탄생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런 순간이 저는 가장 정치적인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어에 의해 나-자아의 벽에서 빠져나오는 순간, ‘내’가 ‘내’ 언어와 ‘나’의 죽음을 거쳐서 ‘너’를 끝없이 발견하려고 하는 것이 시의 정치성이라고 말해보고 싶어요.
--- p.227

시라는 것은 내면의 도형과 무늬와 바깥의 세계를 겹친,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한, 일종의 커다란 슬픔의 무늬일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슬픔도 오래 지나면 무늬가 되겠다고요.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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