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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타의 일기

: Rita's tageb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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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6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178g | 112*176*20mm
ISBN13 9791198265159
ISBN10 119826515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나는 세상을 깊이 바라보는 것만큼 자신을 이룬다는 사실에 가능한 많은 것을 감각 속에 담아내려 노력한다. 외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끝없이 바라보고 그 장면으로 들어가는 상상을 멈출 수 없다. 나는 내가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입장을 취한 채 세상을 계속해서 탐험한다. 많은 것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한다. 이해가 되지 않을 때는 그 삶에 직접 들어가서 타자의 정신에 동화하는 마음으로 알아가려고 한다.
--- p.39

어제도 오늘도 이곳에 앉아 미지로, 내 사경 밖으로 미끄러져 간 차량을 바라본다. 내가 예측할 수도, 관여할 수도 없는 삶의 반경 밖으로 모르는 자들이 모르는 곳으로 넘어간다. 또다시 모르는 장면이 속수무책으로 또다시 눈가를 파고들었다가 점차 어두워지는 풍경 속에서 모두는 붉은빛을 내며 사라졌다. 이번 생에서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발생과 소멸을 반복하고 있었다.
--- p.40

우리는 각자가 해석하고 바라본 하루를 내부로 모조리 집어삼킨다. 잠식된다. 침몰한다. 깊은 밤이 찾아들면 드디어 모두는 더더욱 혼자인, 각자의 우물 안에서 자신의 두 다리를 굽힌 채,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았음을 안도한다. 그리고 그 안도가 이내 나를 집어삼킨다는 것을 슬퍼한다. 그렇게 하루 이틀, 한 해, 두 해가 지나간다.
--- p.43

무엇을 쓰고자 하는 간절한 목적은 애초에 없었다. 단지 무언가를 향해 외쳐볼 뿐이다. 그 무엇은 나를 압도하고 있었고, 똑바로 바라보기 위해서, 공허와 고독 속으로 입을 크게 벌려 포효해 보는 것이다. 문장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 p.78

나는 전적으로 숨겨져 있는 것에 관심이 많다. 드러나지 않는 것들에 관심이 많다. 인정받지 못한 짐심과 침묵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이름 없는 사람들의 삶과 혼잣말 같은 것에 대해서도, 타인의 밝힌 적 없는 생각과 불면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거기에 모든 것이 다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를 깨어나게 하는 건 결국 끝까지 남고야 마는 불편한 진실과 모든 침묵이 지나고 난 후에 배어든 빛이라고 말하고 싶다.
--- p.79

단지 살고 싶었다.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살아있음에도 살고 싶은 간절함이었다. 살아있음의 모든 안간힘, 그것의 현실감. 나는 사회의 한가운데 깊이 속해있으면서도 이 주변으로 형성된 환경으로부터 작별하여 아무것도 없으므로 온전히 남아 있는, 한 존재감만을 느끼며 살고 싶었다. 더욱더 혼자되기 위해 아무도 없는 근원으로 나를 되돌려 놓고자 시도했고, 끝내 침범하는 요인이 사라지자 드디어 나는 목적에 도달하여 저편의 나를 드러난 채, 이편의 나는 드러나지 않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러니까 세상이라는 환상, 반짝이는 허상의 뒷면, 지도의, 국가의, 모든 그림과 모든 문장의 반대편, 여기서 나는 살아있다. 여기서 나는 들킨 적 없는 눈빛을 장착하고, 아무도 없는 풍경을 둘러본다. 바람과 눈물과 풀잎의 향기가 내 몸에 선연히 배어들 때까지, 감각을 부릅뜬다. 보름달이 서서히 떠오르면 나는 달빛을 동공에 욱여넣는다. 바람, 광폭, 발광, 광휘 이런 보이지 않는 것들을 한곳으로 모아 일제히 켜지도록 한다. 눈빛, 그것으로 자신을 밝힌다.
--- p.104

대단한 무엇을 쓰려는 마음은 애초에 나의 것이 아니었다. 힘 빼자. 힘을 빼고 지껄이자. 본연의 언어를 떠오르게 하자. 살아있는 것만 건지자.
--- p.109

이 삶이라는 그림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계속 출렁이는 물결이다. 진리는 흘러가는 모든 것 속에 있다. 진리는 시대를 타고 흐른다. 세상의 규정은 계속해서 변모해 간다. 세상은 급속도로 바뀌고 있고, 정의는 재정의 되며 뒤바뀐다. 정의는 계속해서 낡은 관습이 되었다. 그리고 늘 새로운 운동에 의해 나는 진화한다. 인간은 이 순간에도 인간 너머로 진화해 가고 있다.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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