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 같은 주제, 즉 성경에서부터 현대문학과 힙합에 이르는 광범위한 주제를 선택했는지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 책에 나오는 주요 인물들은 ‘영혼’의 문제에 특별히, 때론 열정적으로 관심을 쏟아왔으며, 그에 비례하여 영혼 개념의 법칙과 어법을 유창하게 구사할 줄 안다고.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랠프 엘리슨 그리고 힙합은 이 시대의 곤경과 이슈가 만들어낸 산물로서 모두 성경으로부터 근본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특징이 있다.
--- pp.15~16
울프는 영국에서 영혼은 이제 낯선 단어가 되었으며, 보다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개념, 즉 고립되고 냉담한, 밋밋하고 무감한, 우리가 자아라 부르는 개념으로 대체되었다고 주장한다. 깊은 동굴과 빈틈을 품은 영혼이 자아 또는 두뇌에 자리를 내주자, 우리는 선조들에게는 있었던 신비한 밀도가 결여된 존재가 되고 말았다. 우리가 만일 가장 높은 고도에서 불타며 여전히 주변을 검게 태우는 영혼을 찾고자 한다면, 다른 곳을 볼 것 없이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레프 톨스토이, 안톤 체호프라는 한낮의 눈부신 태양을 보라고 울프는 권한다.
--- p.33
헤르더의 다원적 관점에도 불구하고, 이후 영혼 개념은 독일의 나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백인, 여타 인종주의 정권의 손에 더럽혀지고 말았다. 조지 프레드릭슨이 말했듯이, 그들의 손에서 민중의 영혼은 순수한 혈통에 대한 집착과 구분할 수 없게 돼버렸고, 그에 따라 외부로부터 오염되지 않은 문화적 정체성과 동의어가 되었다. 민중의 영혼은 모든 ‘열등한’ 인종과 문화를 물리치기 위한 이데올로기적 책략으로 이용되었고, 그러면서 점차 인종적 본질주의와 문화적 우수성이라는 환상으로 얼룩져갔다.
--- pp.72~73
만일 내가 이 책 전체를 통해 무언가를 주장한다면, 그것은 이 관점이 성경 이야기의 영혼과 직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억압받는 궁핍한 민족의 내세울 것 없는 작가들이 그리스인을 포함해 다른 누구도 가본 적 없는 문학적 영토와 종교적 영토를 개척한 것은 괄목할 만한 일이다. 이 챕터에서 꾸준히 블루스를 언급한 것 역시 블루스에, 또 더 늦게 등장한 랩에 그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 p.127
두엔데라는 말의 기원은 집주인을 뜻하는 ‘두엔 데 까사duen de casa’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엔데가 집주인이라면 인간은 기본적으로 집주인의 영역에서 외부인이며, 결코 주인이 될 수 없다. 자아는 집에서 쫓겨나지 않으려는 사람처럼 이 사실을 강하게 부정하지만, 내면에 존재하는 차이나 미스터리와 함께 지내는 법을 배우고 아름다움에 투항하는 법을 배운다면, 자아는 두엔데의 전달자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두엔데에는 예술과 삶의 갖가지 위대한 성취들에 관한 어떤 진리가 구현되어 있다.
--- p.180
흑인 교회에서 나온 이런 영혼의 사례에서, 두엔데는 설교자와 성가대의 열정적이고 예언자적인 목소리를 통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엘리슨은 여기에서 말씀의 영광, 즉 아름답고 우아한 언어에 심취한 기독교의 관점을 제시한다. 히크먼 목사의 경우, 개신교의 목소리가 로르카의 스페인에서 빛을 발했던 가톨릭 연극, 미술, 의례를 대체한다. 그는 가톨릭교회의 호화로운 장관을 보여주는 대신 언어의 성당을 제시하여 우리를 무릎 꿇게 하고 경건함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말이 곧 성체이자 장관이라고 여기고서 두엔 데가 충만한 음악적인 수사를 거침없이 쏟아낸다. 그의 말은 부싯깃 통에 던져진 불씨와 같다.
--- p.243
문자 언어가 문화와 정치의 최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서양의 진화적 발전이 세계를 주도한다는 지긋지긋한 서사에서 음악, 민담, 무용, 의례, 의식의 연구는 그 신비한 광휘에 휩싸인 편견을 대체하거나 아예 뒤집어버릴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쇄도하고, 흔들고, 점증하는 음의 파동을 갖춘 블루스, 재즈, 로큰롤, 소울, 힙합, 손, 살사 그리고 다른 수많은 아메리카 대륙의 소리는 우리를 둘러싼 편견의 장벽을 타격해 무너뜨릴 수 있는 폭동과도 같은 잠재력의 증거다. 특히 신세계의 인종 관계라는 측면에서 음악은 사상과 소리를 교환하는 기회로 자주 작동하며 소리의 조화로운 물결로 탈바꿈시키며 다양한 문화를 결합해왔다.
--- p.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