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문제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되는 때가 많습니다. 그렇게 허우적대고 있는 상황에서는 갈 길이 보이지 않고 막막하기만 하지요. 그런데 인간에게는 자신의 문제를 볼 수 있는 능력이 분명히 있습니다. 내가 나이면서 나를 넘어서서 나를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좋은 생각은 인생의 많은 문제를 풀도록 해줍니다. (…) 따져 묻는 일은 꽉 막힌 현실을 넘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생각’으로 우리를 이끌어줍니다. 생각의 힘을 여러분의 것으로 만들어 일상의 문제를 잘 풀어가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것을 돕기 위해 이 책을 썼습니다.
---「프롤로그, 5쪽」중에서
인간의 뇌는 변수 간의 복잡한 관계를 편리하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상관관계에 불과한 것을 인과관계로 파악하려 들지요. 회사에서 점심 먹으러 가자고 할 때마다 자신은 도시락을 싸 왔다면서 혼자 도시락을 먹겠다고 하는 동료가 있다고 해보죠. 이런 경험이 쌓일 때 어떤 생각이 들까요? 내가 제안을 할 때마다 도시락을 싸 왔다고 하는 사람에 대해 ‘나랑 밥 먹기 싫은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 내가 이런 건 다 부모 탓이라는 생각, 27쪽」중에서
빨리 답을 찾고 그에 안주하고 싶어 하는 것이 인간의 특성인데 철학은 이러한 인간의 특성을 거스르는 시도입니다. 이렇게 거스르는 시도를 하는 것은 사실 어렵습니다. 이 어려운 시도를 우리가 해야 하고 또 이에 익숙해져야 하는 이유는 빨리 찾은 답은 오답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 오답에 따라 내린 결정은 우리를 후회로 이끌기 십상입니다. 현실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지도 못하지요. 비록 느리더라도 검토할 것을 최대한 많이 검토해서 내린 결정이나 앞선 행동에 대하여 얻은 새로운 통찰은 후회할 가능성을 줄여줍니다.
---「 오해와 편견을 부르는 뇌의 에너지 절약 방침, 50쪽」중에서
나 자신이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기 어려운 이유는 우리가 ‘일부러’ 일관성을 어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가끔은 스스로 의식하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관성을 어기는 경우가 있기는 할 거예요. 그런 경우 인간은 가짜 일관성을 부여해 합리화할 정도로 일관성을 지키지 못하는 것을 창피해합니다. 인식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출발점은 인식의 사각지대가 있음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그 사각지대를 의식해야 그곳을 밝히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겠지요.
---「 인식의 사각지대 줄이기, 93쪽」중에서
비판적 사고를 방해하는 것은 소망, 즉 바라는 바입니다. 우리가 사태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것은 자신이 바라는 바에 치우쳐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기 때문입니다. 소망에 따라 생각하는 것을 소망적 사고라 합니다. 인간의 1차적 인식은 대체로 소망적 사고로 이루어집니다. 주식을 사면 나는 크게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산 집은 값이 잘 오를 것 같습니다. 이렇게 소망에 치우쳐 세상을 보면 현실에 맞지 않는 판단을 하기 쉽지요.
---「 소망적 사고 극복하기, 121쪽」중에서
장점은 단점을 수반합니다. 장점이기만 한 것도 없고 단점이기만 한 것도 없습니다. 신중함이 좋다지만 신중하다 보면 결정할 시점을 놓치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좋게 말하면 신중하고 나쁘게 말하면 우유부단한 경우가 많지요. 신중함과 우유부단함의 공통점은 ‘생각이 많다’는 것입니다. 결정할 시점을 놓치면서까지 생각을 많이 하면 우유부단한 것이고, 결정할 시점은 놓치지 않으면서 충분히 생각하면 신중한 것입니다. 결국 신중함이냐 우유부단함이냐를 가르는 것은 ‘판단의 시점을 잘 잡느냐 아니냐’이지요. 생각이 많은 사람은 자신이 우유부단한 것 아닌가 하는 염려를 하지만 그 특성은 신중함이 될 수 있는 특성입니다. 그러니 ‘내가 우유부단한 것 아닌가’ 하면서 염려하기보다는 ‘판단의 시점을 놓치지 말자’는 결심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 후회와 불행을 줄이는 생각법, 132-133쪽」중에서
심리를 제어할 힘은 논리에서 나옵니다. 논리적으로 생각하게 되면 논리와 심리의 간극을 파악할 수 있고, 논리와 심리의 간극을 파악하면 편파적 인식의 영향을 약화할 수 있습니다. 논리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할수록 자신의 심리적 특징과 무의식적 특징을 의식하게 됩니다. 이를 의식할수록 심리와 무의식의 영향을 조절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비판적 사고를 잘할수록 마음의 가닥을 잡아갈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논리와 심리의 사이에서 마음의 가닥 잡기, 146쪽」중에서
타인들에 대한 소망을 내려놓지 못한 이들은 타인들이 항상 의도적으로 행동한다고, 복잡하고 정교하고 체계적인 의도로 자신을 힘들게 한다고 착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행동하는 경우도 있고,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결과를 잘못 예측해서 행동하는 경우도 있지요. 상대방은 그저 자신이 생긴 대로, 자신의 존재 방식대로 존재하고 있을 뿐입니다. 사실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 목적일 정도로 나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별로 없다는 것이 진실일 것입니다. ‘엄청난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라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구나’ 생각하면 타인들을 이해하기가 쉬워집니다.
---「다름을 견디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 158쪽」중에서
B의 가능성이 있음을 충분히 알고 B로 생각을 이끄는 것이 합리적임을 이해하는데도 자신이 A에만 마음을 빼앗긴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심리상담 등의 방법으로 자신의 심리적 특징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심리적 특징이 이성의 작용을 방해하는 것만 조절하면 이성은 잘 작동할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능력이 부족해서 생각을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은 기대만큼 이성적이지는 않지만 생각보다는 이성적입니다. 다만 자신의 심리적 특징이 생각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를 모르기에 생각을 합리적으로 하지 못할 때가 있는 것입니다. 생각을 검토하려는 노력을 하다 보면 점점 더 나라는 존재를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좋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내 마음을 정말 내 마음으로 하고 싶다면, 179-180쪽」중에서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을 쓰기까지 합리론과 경험론, 과학을 두루 섭렵한 철학자였다. 특히 합리론은 칸트가 살던 독일 철학계의 기본 분위기였기 때문에 경험론보다는 합리론에 더 경도된 측면도 있었다. 뇌가 끌리는 얘기에만 딸려 가면 꼰대가 됩니다. 이와 반대로 철학은 팩트를 보라고 요구하고 뇌가 끌리는 것에만 따라가지 말 것을 요구합니다. 뇌가 끌리는 것에만 따라가지 않으려면 ‘내 생각이 이상한가?’라는 질문을 지속적으로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머리가 아프지만, 이 머리 아픈 일을 지속해야 꼰대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도 꼰대가 될 수밖에 없을까요?, 197쪽」중에서
자기의 마음을 표현해내는 과정 자체가 자기객관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심리학과 정신의학 모두에서 인정하는 바입니다. 일단 마음을 표현해보면 내 마음에 대한 상위인지가 조금 더 원활해집니다. 자기객관화에 도움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의 방향에서만 보던 시선을 다각화할 수 있게 됩니다. 대화를 통해 문제에 대한 다른 시선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문제를 풀어갈 아이디어도 얻게 됩니다. 나의 시선과 상대방의 시선을 합쳐서 적절한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좋은 친구를 인생의 보배라고 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친구는 나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면서 나와는 다른 생각으로 문제에 접근하게 도와줍니다. 내가 못 보는 측면을 보면서 나를 아껴주는 친구와의 대화는 그 자체로 선물과도 같지요.
---「회피하는 성향이 있어서 평소에 대화가 어렵고 불필요하다는 생각만 듭니다, 225쪽」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