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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 디자인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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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 디자인 레시피

: 디자인폭스의 레시피 도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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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4년 0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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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PDF(DRM) | 30.03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313쪽?
ISBN13 9791130601199

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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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디자인 작업들을 캔에 말아서 커다란 007가방에 넣어서 프레젠테이션하는 날 들고 갔었어. 지금이야 대단한 일이 아니다 싶지만 당시로서는 매우 큰일이었어. 시장을 그대로 옮겨 갈 수는 없고, 그렇다고 지금처럼 컴퓨터가 많이 발달해 있어서 시장을 사진 찍어서 담아 갈 노트북도 없었잖아.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제품들을 다 모아서 일목요연하게 한눈에 보여주는 방법은 실물을 세팅해서 보여주는 거였어. 음료라고 생각되는 제품들, 외국 것 우리나라 것 모조리 거기다 넣어서 갖고 갔지. 재밌는 건 그걸 일일이 꺼내서 보여준 게 아니라 007 가방 안에 디스플레이를 했다는 거야. 그 안에 경쟁사 제품들이 있고 우리가 만든 시안들도 있어. 그것들을 거기에 다 넣은 거야. 종이로 말아서. 캔제품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 이 제품들을 다른 것들과 사이사이 넣어도 보고 이런 식으로 갖고 가서 가방을 딱 펼치는 순간 보는 사람마다 모두 즐거워하면서
‘아, 일하는 게 이렇게 재밌는 거구나. 야 이거 장난 아닌데? 정말 재밌다!’
이렇게 된 거야.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무슨 일만 있으면 우리를 부르는 거야. 우리 나름대로 현장감 있는 프레젠테이션으로 그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함께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했던 거지. 그 이후에 웅진에 들어가면 우리는 못 나오는 거야. 같이 아이디어 회의하느라고…. 우리는 그때 즐겁게 일하는 방법을 완벽하게 터득한 것 같아. 그런데 쇼는 007가방, 그걸로 끝난 게 아냐.
“이제부터 우리가 들고 온 시장에 대해 말해봅시다. 이 시장 안에서 맘에 드는 우선 순위로 일단 투표를 한번 해봅시다.”
사내에 있는 많은 사람이 우리가 들고 간 시장의 시안들에 딱지를 붙이고 갔어. 그런데 우리는 그들이 딱지를 붙이고 간 시안이 아니라 아무도 딱지를 안 붙인 시안을 손에 들고서 이렇게 말했어.
“사실은 이 제품의 디자인은 이렇게 해야 합니다. 많은 표를 얻은 것은 어디서 본 듯한 이미지이고, 친숙하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이런 부분을 조심해야 합니다. 가장 원론적으로 단순하고 확실하게 보여주면서 시각적으로 완성도 있는, 그리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디자인으로 갑시다, 당당하게.”
그렇게 패기 있게 시작한 게 「가을대추」야. 여러 가지 면에서 획기적인 제품이었어. 감히 상상을 하지 말지어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어. 그건 황무지에서 맨파워만으로 일궈낸 기적 같은 성공이었거든. ---pp.19-20

「아침햇살」도 마찬가지야. 보통 ‘아침햇살’ 하면 사람들이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붉은 아침해가 찬란하게 떠오르는 그런 광경? 햇살 가득한 초원에 쌀알 곡식이 출렁이는 황금 물결? 이런 것들을 떠올리잖아. 대부분 곡물에 대한 컬러 스킴(color scheme)은 거의 베이지 브라운이나 아이보리? 거기서 약간 옐로우, 오렌지, 붉은 톤 같은 잘 익은 색이야. 기본적 선입견이지. 처음 아이데이션하면서 그런 컬러 스킴을 통해 그 안에서 새로운 모티브를 찾아내려고 참 많이 애썼어.
「아침햇살」 캘리그라피도 해보고, 쌀알에 대한 이미지, 대지가 가진 풍요로운 느낌 등 굉장히 다양하게 해보았지만 계속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그것도 지겨운 거야. 그렇게 수많은 시안을 하면서 밤을 새우다가 새벽에 또 잠들었어. 그리고 눈을 딱 떴는데 동이 트는 거야. 그런데 아침을 열어주는 태양은 그 빛으로 세상을 밝혀주면서 깨어나기 시작하는 거잖아. 어둠이 물러가고 하늘이 푸르게 변하면서 서서히 개어가더라고. 푸른 잉크 빛 하늘이야. 푸른 잉크 빛 하늘은 아침에도 있고 저녁에도 있지만, 아침은 달라. 그때 그 하늘을 보면서 꽝 얻어맞은 거 같더라니까. 붉은 태양만 생각했었는데 햇살이 비추어서 내는 그 빛은 생각을 못했던 거야.
바로 세루리안 블루(cerulean blue)야. 가장 아름다운 블루. 코발트블루도 아니고, 스카이블루도 아닌, 세루리안 블루야. 투명한 세루리안, 여명의 컬러. 그래서 로고가 갖는 컬러를 전면적으로 청색계열로 가기로 한 거야. 그전에는 오렌지, 브라운, 검은색도 써보고 어두운 바탕에서 흰색도 써봤는데 청색을 쓸 생각은 안 했었거든. 아니 햇살인데 어떻게 청색이야?
생각을 해봐 봐. 지금이야 아무렇지 않게 여기지만 사실상 어려운 결정이었어. 그런데 어려운 결정이지만 너무 당연한 거야. 그걸 모르고 있었던 거야. ---pp.26-27

그런데 2011년에 중요한 건 올리고당만의 몰드를 개발해준 거야. 빛나는 다이아몬드 컷이 들어가 있는 올리고당만의 몰드. 만일 이런 다이아몬드 컷이 들어가 있지 않았으면 몰드 안에 내용물은 그냥 그대로일 거야. 그런데 여기 투명한 유리 같은 속성에 다이아몬드 컷 무늬를 몰드에 적용하면서 서로 음양이 생기면서 반짝거려. 그냥 밋밋한 얼굴이 아니라 감정이 살아 있는 얼굴처럼 몰드에표정을 부여한 거야. 그리고 라벨 디자인에는 올리고당만의 고유 프레임으로 물방울 모양의 형태를 넣었어. 굉장히 반응이 좋아. 이렇게 변화해온 거야.
2005?2006년은 원색 찬란하고 너나없이 내가 튀지 않으면 우린 죽는다는 식의 디자인을 하던 시대였어. 그러다가 2008?2010년에는 그래도 많이 진화했어. 소비자를 위한 디자인 모드가 형성되었고 2010년 넘어서부터는 우리도 이제 맵시 있는 디자인 좀 써보자, 우리만의 자존심 있는 디자인 한번 만들어보자, 그런 시점이었던 거 같아. 몰드도 이때부터 적극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어. 새로운 표정이 생기고 감정이 담기게 되었지. ---pp.46-47

패키지 디자인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아마 그 제품의 이름일 거야.
그 이름을 그렇다면 어떻게 만들어주지? 어떤 글꼴이 좋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글꼴들이 온 우주를 다 싸안는 듯한 느낌. 그게 언어이고 그 안에 문화도 다 들어가겠지. 그런데 글꼴들은 그것들 스스로 자연스럽게 얽히고설킬 수 있는 모양새를 다 갖고 있단 말이야.
어느 나라 글자든 같아. 우리나라도 그렇고, 알파벳도, 중국어도 그렇고. 왜냐, 하늘이 있으면 빈 공간이 있고 그 사이사이에 눈으로 보이지 않는 매우 많은 의미와 이미지들이 감춰져 있는 느낌이 들어. 그래서 그것들이 아주 두툼하게 전체를 다 싸고 자기들끼리 뭔가 독특한 그물망을 형성하는 듯이 보이는 거야.
그물망이란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고 서로의 힘에 영향을 받지. 폰트 하나하나는 그래서 독립적이면서도 서로의 힘을 주고받으며 영향력을 발휘해.
우리가 폰트를 만들면서 항상 신경 써야 하는 게 그걸 거야. 그 영향력에도 강약이 있다는 것. 사람들이 쉽게 말하면 강약인데 주역을 하는 사람들은 음양이라고도 하겠지.
힘의 조절이라고 볼 수 있는데 거기에는 어떤 쉼표가 있게 만들어야 해. 글자 하나를 만들더라도 그 안에 쉬는 공간과 메워주는 공간, 이런 것들이 조화롭게 들어가지 않으면 글꼴이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거든.
그게 왜냐하면 하나의 면이 아니라 선을 면화시켰기 때문에 그런 거야. 글자 하나에도 숨 쉬는 길이 있어야 하고 빠져나가는 길이 있어야 하고 그래. 또한 그것은 어떤 프레임 하나하나로 있기도 하지만 전체가 뭉쳐 있을 때도 있고 그렇지.
그 자체로도 충분히 그림이 될 수 있고 모든 것을 다 포괄하는 이미지가 될 수도 있고. 그래서 사실상은 잘 만들어진 폰트 하나만으로도 문제를 다 해결 할 수 있다고 생각해. 그만큼 중요하고 그만큼 쉽지 않은 것이 또 폰트이지. ---pp.104-105

핵심 요소 중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컬러는 특히 무게중심이 크지. 컬러를 잘 쓰지 못하면 안 쓰는 게 나아. 어떤 컬러를 쓸 때 빈 공간이 공간으로 느껴지면 잘못된 거야. 공간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면 그 공간은 필요 없는 공간이거든. 그럴 바에는 그 공간은 다 채워버리는 게 나아. 여백이라는 건 정말 자신감 있지 않으면 비워 놓을 수 없는 거야.
우리나라 사람들의 전통적 염색기술이 그다지 다양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기술적으로 발전하지 않았었던 때문일까, 아니면 다채로운 컬러에 대한 관념적인 절제가 있었을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선조들은 비우는 컬러, 여백이 주는 컬러의 미를 어떻게 사용할지 잘 알고 있었던 것 같아. 흰색도 아주 좋은 컬러거든.
무색이 아닌 흰색. 인공이 전혀 가미되지 않은 색. 그런 색들은 그만큼 자연의 색이라고 보여. 보통은 자연의 컬러들은 직접적으로 물감으로 옮겨와 표현할 때 조금 더 강하게 표현되지.
선명하게, 산뜻하게, 임팩트 있게 하다 보니까 자극적으로까지 가는 거야. 그런데 그 자극적인 단계까지 가면 안 돼. 예를 들자면 여기 보이는 저 초록 이파리를 뜯어서 천에다 물을 들이면 어떤 컬러가 될까? 참 부드럽게 예쁜 컬러가 나오겠네?
그리고 우리가 먹이나 숯으로 물을 들이면 정말 예쁜 그레이 컬러가 나오고 치자로 물들이면 정말 자연스러운 치자색 옷감이 나오고 그러지. 그런 것처럼 삼베라든가 모시라든가 다 천연염색을 했잖아. 인공색과 자연색의 가장 큰 차이는 이거야. 인공색은 매우 큰 자극을 주거든.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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