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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좋은 거 말고 몸에 좋은 거 먹어라 (큰글자도서)

입에 좋은 거 말고 몸에 좋은 거 먹어라 (큰글자도서)

: 말기 암 어머니의 인생 레시피

리더스원 큰글자도서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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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좋은 거 말고 몸에 좋은 거 먹어라
[도서] 입에 좋은 거 말고 몸에 좋은 거 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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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좋은 거 말고 몸에 좋은 거 먹어라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7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199*279*30mm
ISBN13 9791187438229
ISBN10 1187438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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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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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어떤 스승으로부터도 얻을 수 없는 귀한 가르침을 주셨다. 병상에서도 날마다 아들이 인생을 지혜롭게 살 수 있도록 일깨워주셨다. 발과 얼굴이 똑같은 한 몸이란 크나큰 깨우침을 주셨고, 늘 겸손해야 한다고 타일러주셨다. 고추장을 담글 엿기름은 “쌀락쌀락한 가을에 길러야 달다”는 요리비법도 전수해주셨다. 툭툭 던지는 말씀 하나하나가 어떤 스승의 말씀보다 지혜로웠다. 그런 어머니 말씀을 빼놓지 않고 기록했다. 그래서 어머니 간병 시간은 나의 인생 수업 시간이었다. 이토록 멋진 수업을 내가 어디서 또 받아볼 수 있을까?
---「프롤로그」중에서

‘손맛’이라는 ‘거짓말’! 어머니는 무슨 음식이든 대충 뚝딱뚝딱 만들어도 다 맛있었다. 그것이 그저 손맛이라고만 생각했다. 타고난 솜씨가 좋아서 손맛이 있어서 대충 해도 맛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 아침 어머니 말씀을 듣고 보니 뚝딱은 결코 뚝딱이 아니고 대충도 절대 대충이 아니다. 요리가 재빠른 것은 대충 해서가 아니라 수십 년 숙련된 기술이 있어 손이 빠른 것이다. 특별한 재료가 없어 보이는데 뚝딱 만들어도 맛있는 것은 MSG 조미료 때문이 아니라 음식의 기본 맛을 내는 장류를 몇 년씩 발효시켜 지극한 정성으로 미리 만들어놓았기 때문이다.

된장, 고추장, 간장, 젓갈을 만들고 삭히는 정성과 시간들은 참으로 고단하고 지난하다. 그 정성과 시간이 농축된 장류가 바탕에 있다는 생각을 못하고 그저 슬렁슬렁 뚝딱뚝딱 해도 손맛이 좋아 음식이 좋은 줄만 알았던 것이다. 어머니의 땀과 정성, 시간을 견디는 인내심이 어머니의 음식을 완성했던 것이다. 그 깊은 정성의 결과물을 ‘손맛’이라고만 퉁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깨달았다. 손맛은 없다. 손맛이라는 거짓말이 있을 뿐. 맛의 비결은 손맛이 아니라 정성이다.
---「엿기름은 쌀락쌀락한 가을에 길러야 달아」중에서

어머니는 나를 전혀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신다. 무조건 곁에만 붙어 있으라 하신다. 내가 나가면 방문 요양사가 와도 쫓아버리시겠다고 협박도 하신다.
“어머니, 왜 못 나가게 해요. 일하고 돈을 벌어야 먹고 살죠.”
“그래도 나가지 마. 일도 하지 마.”
“왜 못 나가게 하는지 이유를 알려주세요, 어머니.”
“네가 나 살라고 해서 살고 있으니 꼼짝 말고 옆에 있어.”
어머니는 고집을 꺾지 않으신다.
“일 안 하면 못 먹고 살 텐데 그럼 어찌 살라고요?”
“내 노인연금 있잖아. 한 달에 30만 원씩 나오잖아.”
“그걸로 어떻게 살아요?”
“살 수 있어. 가만있자. 한 달에 30만 원이면 1년에 얼마더라.
250만 원.”
“아니죠. 360만 원이잖아요.”
“아냐 250만 원이야.”
“네, 네, 어머니 말이 맞아요.”
“그럼 2년만 더 살란다. 2년 동안 아무 일도 하지 마. 그걸로 먹고 살 수 있어.”
“그래요. 어머니, 우선 2년이라도 더 살아요. 나중 살 것은 나중에 생각하고요.”
어머니는 어떻게든 자식에게 미안해하지 않고 자존감을 지키며 살아야 할 이유를 찾으셨나 보다. 며칠 전까지 스스로 이미 죽었는데 장례를 안 치러준다고 떼쓰시던 어머니. 얼마나 버텨주실지는 모르지만 다시 살겠다는 의지를 보이시니 고마울 따름이다.
---「2년만 더 살게」중에서

“어머니, 오늘은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요? 많이 아파요?”
“아니. 사는 게 지겨워. 그만 좀 살고 가면 좋겠는데.”
“무슨 소리세요? 저랑 사는 게 지겨워요?”
“아니. 내 인생이 지겹다고. 목숨이 너무 질기다고.”
“또 살기 싫어지셨어요?”
“너 고생 그만 좀 시켰으면 좋겠는데.”
“고생은 무슨 고생이요.”
“2년은 더 사신다고 했잖아요. 2년만 더 살아요, 어머니.”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이신다.
어머니는 살기 싫으신 게 아니라 자식 고생시키는 것이 미안하시다. 대체 어머니는 뭐가 그토록 미안하신 걸까? 평생 못난 자식들 위해 희생만 하시고 이제는 말기 암으로 사경을 헤매면서도 뭐가 자꾸 미안하신 걸까. 아들은 어머니 고생시킨 생각을 하면 피눈물이 나는데. 한없이 선하고 인자하신 어머니. 평생 그 누구한테도 피해를 주고 사신 적 없던 어머니. 풀 한 포기도 남의 것은 손대지 말라고 가르치셨던 어머니.
“울 엄니 기운 좀 내셔” 하며 안아드리자 싫지 않으신 듯 어머니 눈가에 엷은 미소가 번진다. 어린아이가 된 어머니. 이제 어머니는 음식이 아니라 자식의 사랑으로 살아가신다. 어린 내가 어머니의 사랑으로 살았듯이.
---「사는 게 지겹다」중에서

위중한 어머니를 모시면서 한 번도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평생 불효하며 어머니를 고생시켰던 것을 생각하면서 오히려 늘 죄송한 마음이었다. 어째서 어머니를 더 일찍부터 돌봐드리지 못했을까 후회막급일 뿐이다. 어르신 중에는 섬망이 오면 더러 폭력적으로 변하는 분도 있다는데 어머니는 언제나 너무도 유순하고 다정하셨다. 정신을 놓지 않기 위해 부단히도 애쓰셨다. 마침내 정신이 혼미해졌을 때도 자신의 고통보다 자식 걱정을 먼저 하셨다.

자신의 고통 앞에서는 한없이 나약한 존재가 인간인데 그 초인적인 자세가 어찌 가능했을지 지금도 믿기지 않을 정도다. 어머니가 평생 삶 속에서 엄청난 인내와 정신의 수양을 쌓았기에 가능했던 듯하다. 그러므로 어머니를 모시는 시간은 고난이 아니라 오히려 비할 데 없이 큰 은혜의 시간이었다. 어머니를 모시며 많은 삶의 가르침을 받았다. 어머니는 내 일생의 가장 큰 스승이셨다. 그토록 큰 스승을 어머니로 모시고 태어난 나는 얼마나 행운아였던가. 무한한 영광이었다.
---「임종」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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