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여러분은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글로벌 서비스의 문장을 읽으며 한국인의 언어 감각과는 조금 맞지 않는 듯한, 묘한 불편함을 느낀 적이 있는가? 분명 한국어이긴 한데 어째 한국 사람이 쓴 것 같지는 않은 어색한 느낌 말이다. (…) 만약 그런 경험이 있다면 여러분의 한국어 감각은 지극히 정상이고, 여러분 모두 훌륭한 한국어 네이티브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들의 언어 직관은 문제 있는 텍스트를 발견해 내는 민감한 탐지 센서이기 때문에, 여러분이 어색하다고 느낀 문장에는 실제로 어떤 문제가 있었을 확률이 높다.
---「시작하면서」중에서
분명 한국인 기획자, 디자이너가 작성한 문장임에도 불구하고 어색하고 이해할 수 없는 문장이 꽤 자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텍스트를 작성하는 한국인 기획자, 디자이너들이 그동안 영어 UX 라이팅 사례를 보고 글쓰기 훈련을 해오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간 몇 권의 UX 라이팅, 콘텐츠 디자인 관련 번역서가 있었지만, 당장 한국 IT 실무에 적용하기엔 남의 언어로 작성된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이었다. (…) 번역서에서 좋은 UX 라이팅 사례라고 제시한 한국어 예문이 온통 영어 번역 투인 것도 문제였다.
---「시작하면서」중에서
이 책은 IT 프로덕트를 만드는 기획자와 디자이너, 특히 UX 라이터 없이 모든 텍스트를 혼자 쓰고 관리해야 하는 외로운 기획자, 디자이너, 이 일을 처음 시작하는 주니어 UX 라이터를 위한 책이다. 그러나 비단 이들만이 아닌, IT 글쓰기를 해야 하는 모든 직군에게도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사용자, 고객 경험 글쓰기에 대한 내용은 유용할 것이다. 특히 브랜드 보이스를 구축하고 유지하기 위해 고민하는 브랜딩 담당자, 제품 홍보 문구와 씨름해야 하는 마케팅 담당자, 카피라이터와 콘텐츠 전략가, 테크니컬 라이터들에게 말이다. 조직 내에서 각각의 이 직군이 수행하는 글쓰기의 성격은 각각 다르겠지만, 온라인에 게시되는 글쓰기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을 알고 있어야 한다.
---「시작하면서」중에서
대화 상대에 맞게 정보의 양을 적절히 조절하고, 제시 순서를 자연스럽게 바꾸거나, 어휘의 난이도와 문장 길이를 눈높이에 맞게 조정하는 것을 수준 높은 대화라고 볼 때, UX 라이팅은 사용자에 대해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그들과 피상적이지 않은 대화를 이어나가려고 노력하는 일종의 ‘정제된 언어 상호작용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1장. UX 라이팅, UX 라이터」중에서
UX 라이팅은 나를 뽐내기 위한 글쓰기가 아니다. UX 라이팅을 할 때는 우리가 지금 서비스나 UX 라이터인 자신의 존재를 사용자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님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UX 라이팅은 오로지 사용자의 목표 달성과 훌륭한 사용 경험을 위한 글쓰기이며, 가장 훌륭한 UI 텍스트는 맥락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나머지 사용자에게 그 자신의 존재가 거의 인지되지 않는 문구이다.
---「1장. UX 라이팅, UX 라이터」중에서
2023년 상반기 현재, 전 세계에 챗GPT 열풍이 불고 있다. 언론에서는 연일 발전된 AI의 놀라운 능력을 앞다투어 보도하고 챗GPT를 활용한 크고 작은 프로젝트들은 세간의 화제가 된다. 실제로 AI로 무장한 자동화 시스템은 비교적 단순한 업무들부터 빠른 속도로 인간을 대체해가고 있다. (…) 과연 AI가 인간의 일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은 현시점 전 인류의 가장 뜨거운 토론 주제이다. 인공지능이 내 생계를 위협하는 일은 먼 훗날, 그러니까 내가 은퇴한 이후일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사람들은 급작스러운 기술의 침공에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1장. UX 라이팅, UX 라이터」중에서
한국어에서는 상대를 적당히 높이면서 공식적으로 말하기가 어렵고, 상대를 아주 높이면서도 사적인 느낌을 주며 말하기 역시 쉽지 않다는 것이다. 증권이나 보험 앱과 같은 금융 서비스를 예로 들어보자. 서비스 전반을 해요체 범벅으로 만들면 사적으로 아는 사이처럼 격의 없는 느낌을 줄 수 있겠지만, 사용자를 지나치게 만만하게 본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금융기관의 공식적인 느낌이 덜해지고 전문성이 결여된 듯 보이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3장. 보이스와 톤」중에서
금융 서비스와 같이 개인의 삶의 심각한 부분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 언급할 때에는, 섣불리 공감 표현을 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대출, 소비 등 개인의 재정과 관련된 부분은 사용자에게는 굉장히 민감한 영역이므로 아주 큰 주의가 필요하다. 경제 활동을 하는 성인에게 부채와 같은 네거티브 재무 지표와 관련된 사항은 무척 심각하고 고통스러운 것일 수 있다.
---「3장. 보이스와 톤」중에서
가끔 마케팅성 화면에서 ‘10만 원 받기!’ 같은 버튼을 눌렀는데 준다는 돈은 안 주고 아주 긴 플로우의 카드 신청이나 이벤트 응모 페이지로 이동시키는 케이스를 보게 된다. 버튼 레이블에서 홍보하고 있는 이득은 카드를 신청해서 발급 심사를 통과하고 이런저런 조건과 실적을 채워야 간신히 받을 수 있는 보상이거나, 이벤트에 응모해서 소수의 당첨자가 다면 받을 수 있는 불확실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플로우를 동인하는 버튼에 확정적으로 ‘○○만 원 받기!’라고 적는 것은 사실상 사용자 기만에 가깝다.
---「4장. UI 컴포넌트별 텍스트 작성 팁」중에서
사실 ‘웹으로 보기’가 편한지 안 편한지는 사용자만이 아는 것이다. 사용자는 웹이 편하니까 지금 웹으로 보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고객이 웹을 선택한 이유가 분명히 있을 텐데도 서비스가 멋대로 앱은 편하고, 웹은 불편하다고 먼저 규정한 다음, ‘당신은 불편한 일을 즐겨 하는 이상한 사람이 되고 싶은가? 그냥 앱을 깔지?’라고 버튼으로써 말하는 이 컨펌 셰이밍이야말로, 가장 사용자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참고로 가장 문제적인 형태는 ‘불편하지만 웹으로 볼래요!’와 같이 컨펌 셰이밍+해요체+느낌표가 결합된 것이다.
---「5장. UX 라이팅 실무 이슈_253쪽」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