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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상인가

: 평균에 대한 집착이 낳은 오류와 차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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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8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74쪽 | 700g | 152*225*30mm
ISBN13 9791168415911
ISBN10 116841591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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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상일까?”
이 질문은 표면상으로는 아주 간단한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여러분이 평소에도 자신을 향해 던지는 질문일 수도 있다. 내 체형이나 신체 사이즈는 정상일까? 다른 사람들 앞에서 우는 건 정상일까? 키우는 개가 얼굴을 핥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생리 양이 지나치게 많은 것은? 처음 보는 사람하고 섹스를 하는 것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마다 조마조마한 것은? 식후에 더부룩한 느낌이 드는 것은? 이 같은 정상성에 관한 다른 수많은 질문이 우리의 삶을 틀에 넣고 설명한다. 이 질문들에 어떠한 답을 내리느냐에 따라 우리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기도 하고, 친구의 조언이나 의사의 진료처럼 우리에게 필요한 도움을 구하기도 한다.
--- p.8, 「프롤로그: 나는 정상인가」 중에서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한 보험 산업의 도표들 속에 정상 사이즈가 처음 등장했을 때, 이 치수는 해당 사회 시민들의 평균 체중으로부터 산정되었다. 보험 회사들의 최대 관심사는 개인의 건강이 아니라 당연하게도 경제적 성과였다. 이들이 개인의 체중, 신장, 혈압으로 도표를 만든 목적은 잠재적으로 사망 위험이 보다 큰 사람들이 생명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배제하고, 상대적으로 보험금을 청구할 가능성이 적은 사람들에게는 보험료 할인으로 보헙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보험사의 입장에서는 수익만 창출할 수 있다면 고위험 개인의 상당수가 저위험 개인보다 실제로 더 빨리 사망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대량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보험 회사들이 도움이 되었고, 덕분에 의료계는 그 수치들을 통계적 기초로 삼아 의료 지침을 만들어냈다. 초기의 정상 체중표는 인구 전체에서 같은 신장을 가진 다수의 평균을 보여주는 것처럼 활용되었지만, 실제로는 당시에 백인이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했던 생명보험 상품 구매자들의 평균에 지나지 않았다.
--- p.81-82, 「2장 내 몸은 정상인가」 중에서

정신의 정상성(sanity)은 사회적―법적 통제의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었다. 카트라이트는 그가 치료하는 노예들을 ‘정상화’하려고 애쓰면서 어떠한 흑인도 우리가 성경에서 배운 대로 그가 있어야 할 위치, 즉 복종의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노예 소유주들에게 말했다. 이는 명백히 인종차별적인 의료 통제적 관점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소설가이자 페미니스트인 샬롯 퍼킨스 길먼처럼 히스테리로 진단받은 중간 계급 여성들은 ‘휴식 요법’의 대상이 되어 침상 안정, 격리, 전기 치료, 마사지, 충분한 영양 섭취 같은 처방을 받았다. 물론 신체적 가혹 행위의 정도는 상당히 낮았지만, 이 역시 여성들을 복종의 위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었다. 책 읽기도 일하기도 금지당했던 길먼은 1892년 작 《누런 벽지》에서 자신이 경험했던 정신을 마비시킬 정도의 지루함에 대해서 저주라도 하듯 써 내려갔다.
--- p.131, 「3장 내 정신은 정상인가」 중에서

지난 수 세기 동안 정상적인 섹스를 판단하는 기준이 변화해 온 과정을 살펴보면, 성 규범을 정의하는 데서 문화적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해왔는지와 성 규범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투옥되고 배척당하며 협박받아 왔는지를 알 수 있다.
오늘날 우리 대부분은 자위를 일반적이고 자연스러운 행위로 여길 것이다. 하지만 수 세기 동안 자위는 ‘가장 비정상적’인 성행위였다. 자위가신체에 해로운 결과를 가져온다는 주장이 하나의 신화가 되어버린 후에도 자위는 오랫동안 불명예스러운 일로 여겨졌다. 반면에 동성애는 19세기 말이 되어서야 비로소 의학적으로 비정상적인 성행위의 하나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이성애적 섹스가 규범적으로 자리 잡게 된 이유는 소위이 동성애라는 질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었다. ‘이성애자’라는 용어가 게이 문학을 통해 도입되었음에도 19~20세기의 의학 교과서들은 질 성교를 기준으로 다른 종류의 성행위가 상대적으로 얼마나 정상적인지를 판단했다.
--- p.197-198, 「4장 내 성생활은 정상인가」 중에서

오늘날 과도한 감정의 표출은 험하게 손을 놀려대는 트위터 트롤부터 최근의 백악관 주인들에 이르기까지 매우 공공연하게 행해지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가 150년 넘게 칭송해 온 감정의 억제가 어떻게 현재의 과잉분노 행동을 형성해 왔는지를 우리는 좀처럼 멈춰 서서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특정 유형의 감정이 어떻게 서로 다른 문화에서 비정상으로 보이는지에 대해서도 숙고하지 않는다. 영국 어린이들은 한 세기가 넘게 눈물을 참으라는 소리를 들어왔다면, 미국 어린이들은 분노를 감추라는 소리를 들어왔다. 문화가 다르면 ‘규칙’도 다르다.
--- p.217, 「5장 내 감정은 정상인가’ 중에서

처음부터 과잉행동은 계급과 인종에 근거해 진단되었다. 1960년대에 미국 소수 인종 집단 출신의 빈곤 아동들은 ‘경도 정신지체’라는 진단을 받고 낙인찍힐 공산이 컸던 데 반해, 부유한 백인 아동들은 운동 과다증 혹은 ‘미세 뇌기능 장애’란 진단을 받았다. 심지어 아이들이 똑같은 증상을 보이는데도 다른 진단이 내려졌다. 드러내놓고 모욕적인 용어를 사용했던 빅토리아 시대의 인종적인 발달 위계 체계보다는 덜했지만, 과잉행동 진단 체계도 여전히 철저하게 인종차별적이었다. 그레나다 출신의 작가 버나드 코어드(Bernard Coard)는 영국에서 ‘교육적으로 평균 이하’의 아이들이 다니는 ESN(Educational Sub-Normalality) 학교에 흑인 아동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서인도 출신 아동들이 인종차별적 경험과 같은 정서적 또는 환경적인 문제와 씨름하는 가운데 나타나는 행동과 학습상의 어려움들을, 이들의 백인 교사는 외적 문제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이 아니라 정신지체로 분류했다.
--- p.288, 「6장 내 아이들은 정상인가」 중에서

19세기 후반 새로운 ‘평균인’이었던 과학자와 의사, 철학자들은 사회 유기체에도 생물 종과 동일한 법칙이 적용된다고 가정했다. 이는 이들 빅토리아 시대 후반의 ‘평균인’들이 보기에 사회의 부와 권력이 소수의 손에 집중되는 일이 정상임을 의미했다. 한 줌밖에 되지 않는 서구 백인 자본주의 사회가 식민지 시대 유산을 통해 다른 문화에 자신의 규범을 강요하며 전 세계를 대표하게 되었으며, 그 영향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시야를 서구 자체로 돌려봐도 미들타운이 보여주는 것처럼 사회를 대표하는 특정 인물을 선택하기 위한 배제와 강조의 과정은 계속되었다. 1920년대 먼시를 대표하는 사람은 중산층의 백인 미국인이었다. 미들타운은 ‘정상적인’ 삶을 따지고 든 게 아니라 오직 선택받은 소수에 바탕을 둔 정상 사회라는 관념을 강화하거나 만들어내는 역할을 수행했다. 그렇지만 미들타운 연구는 바로 그 정상성의 의미가 어떻게 왜곡됐고 변화했는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미들타운에서 정상적인 것은 때로는 통계적 평균이었고, 때로는 가장 일반적인 관행이나 풍습이었다. 그리고 책을 읽은 대중의 마음속에는, 미들타운 시민 중 KKK 단원이든 아니든 간에 가장 훌륭하다고 간주할 만한 사람들을 기준으로 어떤 이상형이 만들어졌고, 그 이상형이 정상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았다.
--- p.322-323, 「7장 사회는 정상인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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