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유하자면 걱정이란 마치 우리를 그림자처럼 졸졸 따라다니는 먹보 괴물과 같습니다. 이 괴물은 식탐이 아주 강해서, 먹이를 주는 사람을 계속해서 쫓아옵니다. 먹이를 받아먹을수록 몸집도 커지고 육중해져서, 나중에는 먹이를 준 사람을 깔아뭉개버리죠. 그래서 걱정을 잘 통제하는 사람은 이 괴물에게 먹이를 주지 않습니다. 군침을 흘리며 달려드는 걱정을 억지로 쫓아내려 하는 대신, 작고 허기지게 만들어서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게 만들죠.
--- p.7
우리가 고민에 ‘나름대로’ 대처하는 이유는 걱정이나 고민을 다루는 법에 대해 ‘제대로’ 배운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걱정이란 무엇인가?’, ‘고민은 왜 생기는가?’, ‘걱정거리가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같은 구체적인 내용은 배운 적이 없습니다. 저는 이 책에서 학교나 가정에선 가르쳐주지 않는, 걱정과 공존하는 기술을 차근차근 설명해 드리고자 합니다. 해결되지 않는 고민을 떠안은 채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당신에게 말입니다.
--- p.18
대부분의 고민은 ‘상반된 두 욕구의 충돌’이라는 명료한 형태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고민을 잘 들여다보면 의식과 무의식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의 마음이란 자신도 미처 알아채지 못할 만큼 다방면으로 뻗어나가기 마련이니까요. 우리가 스스로 의식할 수 있는 건 그중 일부에 불과합니다.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당신의 마음속에서는 한바탕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고민의 실체와 마주하고 그 정체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제법 편해집니다.
--- p.22
결과는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유도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결과를 유도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물론 뜻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죠. 하지만 그건 로마 제국의 황제도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고민이 생길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이 문제는 내 힘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통제할 수 없는 것을 가지고 머리만 싸매고 있는 건가?’라고 말입니다.
--- p.34
이렇게 자기혐오와 자기 연민은 언제나 붙어 다니는 한 쌍입니다. 마음은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순간에도 언제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입니다. 자기혐오가 생기면 자기 연민이 따라옵니다. 자기 자신을 부정한 만큼 자기 자신을 긍정해야 균형이 맞으니까요. 이런 식의 자기혐오란 ‘제멋대로 살면서 스스로를 용서하고 위로하는 상황’에 지나지 않습니다.
--- p.43
사람의 내면은 원래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을 때 더 자연스럽습니다. 사람은 원래 그런 존재니까요. 모든 상황에 일관적으로 반응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저마다 조금씩 모순을 가지고 있죠. 이러한 모순을 없애려고 하면 안 됩니다. 아니, 없애려고 해 봤자 실패만 할 뿐입니다. 그러는 대신, 내 안의 모순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잘 다스려서,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풀어나가면 되는 것입니다. 나쁜 마음이 들었다는 건 잘못이 아닙니다. 그런 마음도 나, 또 다른 마음도 나입니다. ‘나’는 다양한 마음들이 모인 전체입니다.
--- p.59
인간관계 문제는 쓸데없이 들쑤시지 않을 때 해결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할수록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더 악화되는 경험을 한 번씩은 해봤을 것입니다. 마치 여드름을 계속 만지작거리다가 결국 곪고 피가 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럴 때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아예 다른 곳에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문제 해결을 포기하고 시간에 맡긴다는 선택지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지요. 모든 문제와 정면으로 부딪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겁니다.
--- p.77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고민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고민하는 동안은 ‘내가 이만큼 열심히 살고 있다’라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습니다. 바로 고민하는 동안은 실패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실행하지 않으면 성공할 일도 없지만, 실패할 일도 없습니다. 계속 꿈을 꾸면서 ‘언젠가 이뤄지리라’라는 낙관적인 희망을 곱씹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습니다. 마치 좋아하는 상대에게 고백하지 않으면 차이는 일도 없는 것과 같습니다.
--- p.96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은 “사람은 ‘할 수 있는 것’, ‘가지고 있는 것’ 때문에 사랑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못 하는 것’, ‘가지지 못한 것’ 때문에 사랑받는다”라고 말하죠. 생각해 보세요. 만약 미키 마우스가 비율 좋은 9등신 몸매에 날렵한 콧날, 잘 빠진 근육질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면 지금처럼 디즈니랜드의 마스코트가 될 수 있었을까요? 똑똑하고 논리정연한 톰과 제리는 또 어떻고요.
--- p.144
요점은 갈등이 일어날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이건 마치 곰 출몰 구역에 들어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곰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인간은 없습니다. 하지만 곰이 나타날 만한 장소에 들어가지 않는 것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마음속의 갈등도 똑같습니다. 갈등을 이겨낼 수 있을 만큼 심지가 굳센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갈등이 생길 상황을 피하는 것쯤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 p.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