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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아침 솔숲에 다녀온다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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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1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484g | 140*200*20mm
ISBN13 9791198312921
ISBN10 119831292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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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이제야말로 나이를 먹으며 내가 가장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일은 주변을 사랑하는 일이다. 따뜻한 눈으로 힘을 보태고, 부드러운 손으로 어루만지는 일은 여전히 가능하다. 아직도 사랑할 사람이 주변에 넘쳐 다행이다. 사랑할 시간이 무한정 남아 있진 않을 테니까.
--- p.17

사람의 사귐에는 믿음이 우선이다. 하지만 공연한 오해로 난감할 때가 부지기수다. 사람에 대한 오해는 우선 자신에게 부끄럽고 상대를 대하기 계면쩍다. 언제나 속단은 금물이다. 남의 속을 정확히 헤아리지 못하고 멋대로 짓고 까부는 거야말로 작은 죄가 아니기 때문이다.
--- p.58

오늘 아침도 차분히 앉아 눈을 감는다. 호흡에 열중하며 온갖 생각을 내려놓는다. 느껴지던 호흡마저 가늘어지면 깊은 무념 속으로 들어간다. 공간과 시간이 사라지고 텅 빈 고요가 주변을 가득 채운다. 미동도 없다. 고요가 차츰 더 견고해진다. 한껏 시간이 흐른다. 이때쯤이다. 싱잉볼의 청아한 소리가 의식을 깨운다. 다시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리며, 서서히 명상으로부터 빠져나온다.
--- p.83

우리는 평생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상을 짓고, 그 헛된 상에 갇혀 허우적거리는지 가만히 생각해 볼 일이다. 밤하늘에 별을 선명하게 보기 위해서는 지상에 불을 꺼야 한다. 진리를 더욱 또렷하게 찾기 위해서는 두 손에 쥐고 있는 아만이나 집착, 그리고 자신이 만든 상을 전부 내려놓아야 한다. 때마침 서쪽 하늘이 노을로 붉게 물들고 있다.
--- p.93

한 생각 돌이켜서 눈을 뜨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그야말로 한 번 뛰어서 여래의 경지에 들어가는 일초직입여래지一超直入如來地다. 진짜 불교는 이렇듯 한 방에 끝나야 한다. 길고 너절한 건 모두가 속임수고 거품이고 수단이다. 주변이 어둡다고 투덜대지 말고 등을 켜면 순식간에 구석구석 환해지거늘, 미망의 꿈속을 헤매며 어둡다고, 힘들다고, 아프다고 허우적거리는 것은 아닐지.
--- p.124

자연스럽지 않은 것은 불편하다. 역행은 버거운 일이다. 더욱이 우격다짐은 천박하다. 아마 그래서 그럴 것이다. 자연에는 부적절한 청탁이란 없다. 모든 일을 억지로 ‘하라’지 않고 ‘하게끔’ 한다. 어울려 살아가기 위한 최선의 방법, 자연스러운 이치만 아름답게 존재할 따름이다.
--- p.164

훌륭한 스승일수록 제자에게 헛웃음 한 번 흘리는 것도 조심하고, 올바른 제자일수록 스승의 농담 한마디까지 새겨듣는다고 했다. 내가 믿음을 가질 때 그는 비로소 스승이 된다. 위대한 스승은 내가 만드는 것이다.
--- p.179

바다는 피안과 영원을 상징하고 어떤 것도 가리지 않는 긍정과 수용을 나타낸다. 게다가 바다는 율동적이다. 달과 약속한 조수의 들고 남, 그리고 바람과 함께 뒹구는 크고 작은 파도. 바다의 역동성은 하늘 못지않은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모든 생명을 배태하고 품었다가 쏟아 내주는 자애롭고 덩치 큰 어머니다.
--- p.207

늙음과 죽음, 인간이 필연코 질 수밖에 없는 싸움에서 어떡하면 품위 있고 슬기롭게 백기를 들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시간은 언제가 합당한 것인지. 죽는 게 사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가 우리가 살아야 할 수명일 텐데, 그것이 어디 맘먹은 대로 되는 일인가. 아버지의 찐득한 눈가를 보며 알맞은 수명의 한계를 새삼 생각해 본다.
--- p.220

계절의 순환이 착오가 없듯 나이 든다는 것은 불가피하다. 세월이 흘러 늙고 병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 마땅한 이치를 안다면 의연히 받아들이고 주어진 시간 시간을 깔밋하고 슬기롭게 살아갈 일이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여정 그 자체이지 어디 있는지도 모를 목적지가 아니지 않는가. 담담하고 고분고분 늙어 가는 것, 그것이 바로 내 삶의 주인이 되어 초연하고 당당하게 사는 길이다.
--- p.261

수필을 써온 지 십수 년, 내놓은 글이 벌써 백여 편을 웃돈다. 이젠 길이 날만도 하건만 턱없이 부족한 재주 탓에 언제나 뻑뻑하고 버겁다. 날이 갈수록 책상 앞에 앉기가 막막하다. 머릿속에 큰 탑을 세웠다가도 막상 컴퓨터 자판에 손을 얹으면 일제히 날아가는 새떼처럼 떨구고 간 깃털 몇 개가 고작이다. 그나마 생각만 간절할 뿐 끝내 내 목소리로 영글지 못해 늘 시고 떫다.
---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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