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시작을 보면 이 과정의 발원지에 도전적인 질문이 있다. 최초의 도전적 질문은 의지와 희망이 가득하지만 가능성은 희미하고, 실타래처럼 엉켜 있어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한 상태에서 던져진다. 한 부분을 해결하면 다른 부분이 나빠지고, 조금만 들어가도 생각지도 못한 난관이 등장한다. 그 막막함에도 불구하고, 이 도전적 질문이 없으면 새로운 길을 만드는 혁신의 수레바퀴는 돌아가지 않는다. 거대한 분야로 성장할 최초의 씨앗이 되는 도전적 문제를 우리는 ‘그랜드 퀘스트’라고 부른다.
--- p.16,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 질문, 그랜드 퀘스트」 중에서
우리나라는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이 부족하므로 당장에 돈이 되는 분야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저하시키므로 국가 차원에서의 계획과 투자가 필요하다. 대학에서는 전통적인 반도체 설계 분야 외에도 컴퓨터 구조 및 운영체제 등의 컴퓨터 시스템 분야 교육을 통합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동시에 정부 기관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에서도 이런 분야 연구에 연구비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하며, 이런 과정을 통해 배출되는 컴퓨터 아키텍처, 시스템 아키텍처 연구자들에게 좋은 대우를 해야 한다. 연구자들은 자신이 우리나라의 해당 전공 분야를 대표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연구해야 한다.
--- p.67, 「초미세·초저전력 반도체에 관한 대담」 중에서
기후 변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이차전지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특히 지속적인 온도 상승의 기저에는 이산화탄소(CO₂)를 배출하는 교통수단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18%에 육박할 정도로 크기 때문에,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쓰면서 활용할 수 있는 모빌리티 혁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래가면서도 저가로 보급이 가능한, 모빌리티 혁명의 핵심이 될 수 있는 이차전지의 수요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 p.99, 「다가 이온 기반의 차세대 배터리」 중에서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계획은 결국 수소기술이 상당히 비중 있게 상용화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론적으로 2030년이면 도로 위에 수소 차 30만 대가 다녀야 하고, 전체 발전 비율의 2%는 수소를 이용해야 한다. 또 수소 환원 철강기술도 시작해야 한다. 문제는 아직 수소기술이 완성되지도 않았을뿐더러 그만한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데 있다. 그렇게 보면 2030년까지 수소기술이 에너지의 큰 비중을 차지하도록 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매우 시급한 과제인 셈이다.
--- p.126~127, 「탄소 중립을 위한 수소기술의 현황과 난제」 중에서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로봇 청소기의 상업 시장을 연 회사가 아이로봇이라는 회사다. 처음 로봇 청소기를 출시할 때 ‘남편들이 부인에게 허락받지 않고 쓸 수 있는 돈이 얼마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200달러짜리 제품을 내놓았다. 이 가격을 맞추기 위해 많은 기능을 과감하게 뺌으로써 200달러짜리 로봇 청소기 시장을 열었고, 지금도 아이로봇이 전 세계 로봇 청소기 시장의 점유율 50%를 차지하고 있다. 드론 사례도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원하는 건 멋진 비디오지, 드론이 아니다’라는 말을 계기로 드론에 카메라를 달아 좋은 영상을 촬영하는 기술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았다. 결국 사람들이 정말 원하는 기능을 파악하여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가가 수익성이 있는 로봇 시장이 열 수 있는 키가 될 것이다.
--- p.192, 「환경 적응적 로봇에 관한 대담」 중에서
챗GPT가 가진 지식은 실제 세상의 경험과 연결하는 것, 즉 그라운딩(grounding)이 필요하다. 실제 세상에 대한 이해에 기반하여 단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결국 오감 센서에 해당하는 정보를 통해 경험을 하게 해야 하고, 이 센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시켜야 한다. 그래야 궁극적으로 인공지능이 세상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를 바탕으로 보다 정확한 정보 처리를 수행할 수 있으므로 인지 구조를 만드는 데 있어서 몸과 행동이라는 요소가 중요한 것이다.
--- p.212, 「열린 세계로 들어서는 체화 인지 구조 인공지능」 중에서
컴퓨터 분야의 노벨상인 튜링상을 받기도 했던 제프리 힌턴은 평생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알리는 일을 하다가 최근에는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알리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가 느낀 심경의 변화는 아마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수많은 엔지니어들이 느끼는 두려움과 비슷할 것이다. 그 두려움의 원천은 인공지능이 추론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원리를 설명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결국 본질적으로는 ‘빈칸 채우기’를 수십억 번, 수백억 번 시켰을 뿐인데 어느 순간 갑자기 인간과 대화를 나누고 작문과 번역하는 등 엄청난 언어 능력을 발휘하니 놀라운 한편으로 두려운 것이다.
--- p.255, 「추론하는 인공지능에 관한 대담」 중에서
동형암호도 킬러 애플리케이션을 어느 분야라고 특정하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일 때 다른 국가나 단체에서 킬러 애플리케이션을 발굴하기까지 기다리는 것이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해 왔던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이다. 우리는 이제 팔로워에서 벗어나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어야 한다. 유망 기술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동의할 만한 비즈니스 모델이 당장 존재하지 않다는는 이유로 연구 개발을 멈추어서는 팔로워에서 벗어날 수 없다.
--- p.300, 「동형암호에 관한 대담」 중에서
결론적으로 우리 인류는 노화를 극복하는 문제에 오랫동안 많은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떤 한 가지의 치료법만으로 노화를 극복할 수는 없다. 노화 요소를 약화시키는 동시에 회춘 요소를 적절하게, 그리고 복합적으로 사용한다면 보다 효율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그야말로 인류의 가장 큰 난제라 할 수 있는 노화를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p.339, 「노화 세포를 탐색하고 제어할 수 있을까」 중에서
사실 인공지능의 가장 큰 문제는 마치 블랙박스처럼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어떤 예측을 했을 때 이유를 설명하지 못해 그 결과를 온전히 신뢰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한 패턴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역으로 밝혀내려는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항원-항체 결합을 설계하고 예측하는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의 예측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인공지능 분야의 최신 기술을 함께 접목해야 할 것이다.
--- p.375, 「인공지능 기반 항체 설계에 관한 대담」 중에서
특히 반도체 방식의 장점은 우리나라 반도체 공장의 기존 공정을 그대로 이용하여 큐비트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초기 발전 단계이기는 하지만 반도체 방식은 애초에 집적 회로 공정 기술을 이용하므로 우리나라로서는 잠재력이 있는 분야다. 반도체 방식을 응용하여 만든 제어 회로는 고전 물리 법칙을 따라 만들어 열이 발생하여 온도가 수 K까지 오르더라도 양자 상태의 결맞음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로 인해 큐비트가 온전히 존재할 수 있는 결맞음 시간을 유지할 수 있어, mK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초전도 양자플랫폼 기술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 p.409, 「집적 회로 기반 양자 컴퓨팅」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