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스포츠약학이란?
스포츠약학이란 무엇일까?
도핑금지약물(물질)들을 다루는 약학의 일종이다.
우리나라는 4대 스포츠이벤트(1988년 서울하계올림픽, 2002년 월드컵,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를 모두 유치하고, 우수한 성적을 내면서 명실공히 스포츠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 IOC 의무 및 과학조직위원회가 스포츠약국을 추진하면서 약사의 역할이 대두됐다. 우리나라도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2019년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스포츠약국을 운영하였다. 약사들이 주축이 되어 스포츠약국을 운영하며 좋은 성과를 보였다.
도핑은 스포츠대회에서 선수들의 의도적 혹은 비의도적 약물 복용으로 발생한다. 도핑은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다. 그렇기에 해당 약물을 확인하고 조정하는 약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생활체육의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2020년에 대한체육회에 등록된 선수는 12만 3천명, 체육동호인 조직은 30만여 명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에 이뤄지는 경기수도 10만 건에 육박한다.
따라서 ‘보충제’ 시장 또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 단백질 제품 시장은 2018년 890억 원 규모 수준에서 2022년 2460억 원까지 커졌다. 근육량 증가를 갈망하는 운동선수와 일반인들의 소비가 산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단백 동화 스테로이드제제의 불법 사용도 늘어났다.
또한 대회를 준비하는 많은 운동선수가 도핑에 걸릴까 봐 아파도 병원, 약국에 가지 않고 참는 예도 있다. 복용할 약이 도핑검사에서 적발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피하는 것이다. 약사는 약의 정보를 수동적으로 전달하기만 하면 안 된다. 보다 적극적으로 영양(보충제, 식단), 운동, 약(스테로이드)에 대한 복합적인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에서 약사를 포함한 모든 보건의료인을 대상으로 하는 도핑방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약학정보원(https://www.health.kr/)에서도 도핑금지약물 정보, 의약품 심사결과 정보 및 급여평가 결과 정보를 의약품 품목별로 무료로 알 수 있다.
1. 스포츠약사의 전문화
일본의 경우 2009년부터 스포츠약사 인증제를 통해서 현재 1만 명의 Sports Pharmacist를 배출했다. 일본도핑방지위원회(JADA)와 일본약제사회는 협업을 통해 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일본에서 Sports Pharmacist가 되기 위해서는 JADA가 실시하는 교육과 실기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자격 취득 후에도 연례 세미나에 참석해야 한다. 인증 갱신 시 추가 시험을 치러야 하는 조건이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병원약사회에서 운영하는 전문약사제도와 유사하다. 일본 Sports Pharmacist는 지역 약국 또는 병원 약사가 본업이다. 프로 및 실업팀 선수를 비롯해 학교 학생들에게 도핑방지 교육과 상담을 진행한다. 단순 자문 역할을 넘어 팀 주치의처럼 조직에 소속된 약사로 활동하고 있다. 교육 및 상담에 대한 보수는 약 2만엔 정도이며 계약에 따라 금액과 근무 조건은 상이하다.
2020년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도 Sports Pharmacist 35명이 참가했다. JADA와 일본약제사회가 1만 명의 스포츠약사 중 선발을 거쳐 최종 선정한 봉사자들로 구성되었다. 선수의 질환 치료를 위한 의약품 처방과 도핑 약물 체크를 주로 담당했다.
2. 스포츠영양
스포츠영양은 현재 다양한 직군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영양사의 경우, 대한영양사협회의 주관 하에 교육과 인증이 이뤄진다. 약사가 다루는 스포츠영양은 약학과 연계된다. 운동선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자신의 운동능력 및 건강 지식을 향상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약국은 커뮤니티적 성격을 갖고 있다. 물질적 영역(전문 및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건강식품 등)과 교육적 영역(약물 오남용 교육, 도핑 교육)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약국의 특징은 스포츠영양을 약사의 확장된 기능으로 구현하는 데 매우 유리하다.
이러한 약사의 개입은 고객과 소비자들이 무분별한 보충제 섭취에서 벗어날 수 있게끔 한다. 고객들은 영양(보충제, 식단), 운동, 약(일반약 및 전문의약품)에 대한 복합적인 솔루션을 받을 수 있다.
한국 임상약학회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스포츠약사는
· 운동선수들의 부적절한 약물 사용을 방지하고
· 부상과 질병 관리 및 치료를 할 수 있다. 또한
· 개인 건강에 맞는 약물과 보충제를 추천할 수 있다고 정의했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 온다. ‘스포츠약사’라는 직능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만들어가야 한다. 스포츠약사는 급변하는 시대 속 약사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Chapter 2
스포츠도핑의 정의와 역사
1. 도핑의 정의
‘도핑(Doping)’은 운동선수의 신체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약물을 복용하거나 금지 방법을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사용되는 약물을 ‘도프(Dope)’라고 한다. 오늘날 사용되는 도핑의 어원은 여러 가지 설이 있다. 그중 경마에서 이기기 위해 경주마에게 사용한 아편을 ‘도프’라고 불렀던 것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 도핑방지규정 13조 제1호~제11호’ 중 하나 또는 그 이상의 규정 위반이 발생하는 경우 도핑으로 간주한다. 세계도핑방지위원회(World Anti-Doping Agency, 이하 WADA) 규정을 기반으로 종목, 국가와 관계없이 도핑 규정은 같게 적용된다.
금지약물과 금지 방법은 WADA에서 매년 ‘금지목록 국제 표준’을 통해 명시한다.
· 선수 시료(소변 또는 혈액)에 금지약물 존재
· 선수가 금지약물 또는 금지 방법을 사용 또는 사용 시도
· 시료 채취를 회피 또는 거부하거나 시료 채취 실패
· 소재지 정보 불이행(12개월 내 소재지 정보 제출 불이행 및 검사 불이행이 합산 3회 발생한 경우)
· 도핑 관리 과정 중 부정행위를 하거나 시도한 경우
· 금지약물 또는 금지 방법 보유
· 금지약물 또는 금지 방법을 부정거래하거나 부정거래를 시도
· 선수에게 금지약물 또는 금지 방법을 투여하거나 투여 시도
· 공모 또는 공모 시도(협조·조장·원조·교사·음모·은폐 등)
· 금지된 선수 또는 선수지원요원과 연루
· 선수 또는 기타 관계자의 제보 제지 또는 보복
2. 도핑의 역사와 금지의 중요성
도핑은 1904년 세인트루이스 올림픽에서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100년 이상 이어졌다. 도핑 약물을 알아보기에 앞서 역사를 되짚어 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선수들이 어떻게 금지약물을 복용했고 과학기술에 따라 도핑 방법은 어떻게 변화됐는지를 알아본다. 그에 따라 앞으로의 도핑 문제에 대한 방향성을 예측한다.
1904년 마라톤에서 우승한 미국 선수 토머스 힉스는 스트리크닌(Strychnine)을 경기력 향상 물질로 복용했다. 지금은 독성 때문에 쥐약으로만 쓰이는 약이다. 20세기 초반에는 스트리크닌 같은 흥분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흥분제가 중추신경계를 자극하고 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해 신체의 작용을 일시적으로 증강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1928년 국제육상경기연맹에서 최초로 도핑을 금지했지만, 본격적인 규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1950년대에는 도핑이 더 심해졌다. 사이클, 복싱, 축구, 육상, 빙상, 역도 등등 프로선수들은 물론이고, 아마추어 선수들도 암페타민을 사용해 운동수행능력을 높였다. 1960년 세계적으로 도핑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이 발생한다. 덴마크의 사이클선수 옌센이 경기 도중 사망한 것이다. 사인은 Roniacol(Nicotinyl alcohol, Niacin 유도체) 약물과 암페타민 복용으로 인한 것으로 추측했다. 그의 죽음은 반도핑 정책으로 이어졌다.
1967년 IOC는 암페타민이 포함된 금지약물 목록을 처음으로 공표, 1968년부터 본격적인 약물 검사를 시작했다. 후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옌센의 죽음은 도핑이 아니라 열사병 때문으로 확인됐다. 1970년대부터는 단백 동화 스테로이드가 도핑 물질로 만연화되기 시작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100m 남자 육상경기는 스타 선수들의 대결로 전 세계 이목이 쏠린 경기였다. 세기의 육상스타 칼 루이스와 당시 신기록 보유자 벤 존슨의 역사적인 맞대결이 성사됐다. 결과는 벤 존슨의 우승이었다. 칼 루이스를 제치고 또 한 번 세계신기록을 경신하였다. 하지만 벤 존슨은 스테로이드 도핑 사실이 발각되면서 3일 만에 금메달을 박탈당했다. 더욱 충격적인 건 벤 존슨 외에 칼 루이스를 포함한 경기를 뛴 8명 중 6명의 선수 모두 금지약물을 투여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서울올림픽 남자 100m 육상경기는 ‘역사상 가장 더러운 경기’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전 세계 사이클 영웅 랜스 암스트롱의 도핑도 매우 유명하다. 국가대표 시절 판정받은 고환암을 극복한 후 선수로 복귀한 그는, 7년 연속 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암스트롱은 금지약물 외에 자가수혈, 식염수, 혈장 주입 등의 금지 방법을 사용한 것이 발각되었다. 2년간 법정 공방 끝에 그는 미국 도핑방지위원회의 영구 제명 징계를 받는다. 이후 그의 모든 업적은 박탈당하고 만다.
국내 선수의 도핑 문제도 큰 논란이 됐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던 박태환이 2014년 아시안게임에서 금지약물 도핑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 제제인 ‘네비도’를 주사제로 투여했던 것. 결국 메달 박탈과 출전금지 등의 처분을 받았다. 이용대 선수의 도핑사례도 유명하다만 이건 사실 협회가 제 역할을 못한 것이다. 소재지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던 것이 도핑 위반으로 보도되었던 사례이다. 특정선수의 경우 도핑방지위원회에서 프로시즌과 상관없이 수시로 무작위 도핑검사를 한다. 대표적으로 우사인 볼트가 유명하다. 다행히 이용대 선수의 경우는 협회 측 행정 착오로 인한 무혐의로 끝이 났다.
선수 개인이 아닌 국가적으로 도핑을 주도한 사건도 있다. 러시아는 2014년 동계올림픽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선수들에게 금지약물을 투여했다. 또 도핑테스트 우회를 위해 표본을 바꿔치기한 사실도 드러났다. 결국 2020년 12월 스포츠중재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러시아는 국제대회 참가가 제한됐다. 국가 신분으로의 참가 자격이 박탈되면서 최근 열렸던 도쿄올림픽에는 국가명이 아닌 ‘ROC(Russia Olympic Committee, 러시아올림픽위원회)’라는 단체 자격으로 출전하는 촌극도 일어났다.
간발의 차이로 승패가 결정 나는 스포츠대회에서 도핑은 쉽게 떨쳐낼 수 없는 유혹이다. 도핑은 스포츠의 본질인 ‘공정’이라는 중요한 가치와 선수의 건강을 훼손하므로 도핑 예방과 근절을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스포츠맨십’과 선수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도핑을 금지하는 것이다. 당장 WADA에서 처음 도핑금지약물들을 지정하여 배포한 것의 시작도 부작용에 고통받던 선수들을 지키고자 예방 차원에서 만든 것 이었다. 약물에 관한 일인 만큼 약물 전문가인 약사의 직능을 스포츠분야에서도 발휘한다면 도핑 문제를 뿌리 뽑는 데 큰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