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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현재의 철학

: 21세기의 삶을 위한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지혜

EBS 클래스ⓔ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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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2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348g | 145*210*14mm
ISBN13 9788954781541
ISBN10 895478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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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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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는 아고라의 터줏대감이었습니다. 툭 튀어나온 이마, 콧대가 우묵한 안장코, 넙치 같은 얼굴, 대머리 등 남다른 외모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게다가 그는 항상 맨발이었습니다. 하지만 소크라테스가 사람들의 눈길을 끈 이유는 그런 외모가 아니라 대화의 기술 때문이었습니다. 그의 대화는 아주 친숙한 것에서 시작합니다. 석공일, 구두 수선, 말 조련 등 일상의 사례에서 출발하는데, 이런 대화는 어느 순간 경건, 우정, 용기, 절제, 정의 등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그는 칼, 가위, 술병, 장신구 등 가재도구의 이름을 대면서 ‘이것을 어디서 구하지?’라고 묻다가 느닷없이 ‘그럼 용감하고 덕이 있는 사람은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을 던져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소크라테스의 말은 긴 연설도, 장황한 강의도 아니었습니다. 물론 강의료도, 상담료도 받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의 생각을 묻고 따지다가 조롱과 주먹다짐을 피하면 다행이었죠. 소크라테스는 왜 그렇게 사서 고생을 했을까요?
--- p.15~16

소크라테스는 탈옥을 거부했습니다. 탈옥 준비를 마치고 찾아온 친구 크리톤을 상대로 그는 또다시 자기의 특기를 발휘했으니까요. 탈옥의 정당성에 대해서 크리톤을 붙잡고 묻고 따지고 시험한 것이죠. 탈옥을 간청하는 친구에게 그는 이렇게 반문합니다. ‘다른 나라로 떠날 자유가 허락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생을 아테나이에 머물렀다면 이는 내가 이 나라의 법을 따르기로 약속한 탓이 아닌가? 내가 이 나라에 머무는 것은 자발적인 일이다. 그런데 이렇게 자율적으로 나라와 맺은 약속을 어기고 판결을 부정하면서 법의 효력을 훼손한다면 이는 나라에 큰 해를 끼치는데 과연 이것이 옳은 일인가?’
--- p.55~66

플라톤은 불우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습니다. 집안이 가난해서 불우했던 것이 아닙니다. 그는 최고의 명문가 출신이었습니다. 중하층의 석공 집안에서 태어난 소크라테스와는 달랐습니다. 하지만 집안이 좋아도 플라톤은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꿈을 이룰 수 없었기 때문이죠. 플라톤이 가졌던 꿈은 당시의 명문가 출신들이 가졌던 것과 똑같았습니다. 정치가가 되는 것이었죠. 하지만 그가 태어나기 몇 년 전에 발발한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정치적 격변 속에서 플라톤은 정치가의 꿈을 펼치기 어려웠습니다. 소크라테스를 만나 철학에 관심을 돌렸지만 몇 해 뒤 플라톤은 더 깊은 상처를 겪었습니다. 바로 스승의 죽음입니다. 그 시대에 가장 정의롭다고 생각했던 소크라테스의 죽음은 그에게 평생의 트라우마를 남겼습니다. 그런 점에서 플라톤의 철학은 ‘상처받은 영혼의 철학’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 p.69~70

플라톤에 대한 니체의 비판에는 수긍할 만한 점이 있습니다. 니체의 말대로 플라톤은 현실에 절망했고 절망스러운 현실로부터 눈을 돌림으로써 천궁 위의 영역에서 이데아 세계를 상상해 냈습니다. 그러니 플라톤의 철학을 두고 ‘현실 도피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플라톤의 이데아론을 ‘현실에 대한 형이상학적 복수’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진정한 복수는 복수 대상의 존재를 지워버리는 것 아니겠어요? 플라톤은 이데아론이라고 하는 형이상학적 이론을 통해서 현실의 실재성을 빼앗아버린 것이죠. 그러니 플라톤의 이데아론이 경험적 세계에 대한 형이상학적인 복수는 아닐까요?
--- p.79~80

플라톤의 영혼과 육체의 이원론은 종교적 믿음에서뿐만 아니라 영화적 상상에서도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어 뜻밖의 분야에서도 그의 영혼론이 부활하고 있지요. 즉 AI의 논리 안에서도 우리는 플라톤의 생각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많은 과학자나 공학자는 육체가 없다고 하더라도 인간 두뇌의 능력과 정보를 스캔해서 슈퍼컴퓨터에 업로드하면 한 사람을 다시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뇌의 기능을 살리면 바로 사람을 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이런 과학자들의 상상은 플라톤의 생각과 근본적으로 다를 것이 없는 ‘21세기의 윤회설’입니다.
--- p.98

2022년 발표된 세계 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전체 149개 국가 가운데 60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통계를 보면 대충 55위 위아래를 오르락내리락합니다. 행복지수는 올라가지 않고 오히려 떨어지고 있죠. 이러한 상황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잘살게 되었지만 잘 살지 못한다.’라는 이야기입니다. 좀 이상하지만 틀린 말이 아닙니다. 좀 더 논리적으로 분석해 정확하게 말하면 ‘생산과 소비의 수준은 올랐지만 삶의 만족도는 그만큼 올라가지 않았다.’라는 뜻이 되겠죠.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 p.170

어떤 정치가 사람을 잘 살게 할까? 이 문제에서도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승 플라톤과 생각을 달리합니다. 플라톤은 좋은 정치는 철학자가 통치할 때 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지혜와 권력이 하나가 될 때 인간 사회의 악을 끝낼 수 있다고 생각했지요. 이것이 7장에서 다룬 플라톤의 철인통치론입니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대답은 훨씬 더 유연합니다. 그는 좋은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하나의 대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각 나라가 처한 역사적, 자연적, 사회적 조건에 따라서 여러 가지 대답이 있을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자주 접해 친숙한 다양한 정체의 분류는 바로 그런 생각에서 나온 것입니다.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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