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이성비판』은 칸트의 책 중에서도 계몽주의의 완성자이며 철학적 모더니티(modernity)를 성숙시킨 칸트 철학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는 책이다. 구체적으로는 칸트 윤리학의 내용이 집약된 책이다. 칸트 윤리학은 『윤리형이상학 정초』에서도 제시되고 있으나, 『실천이성비판』은 도덕 철학의 철학적 정당화를 본격적으로 진행한 책이라 할 수 있다. (……) 『실천이성비판』은 오늘날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인간 존엄성에 든든한 토대를 제공하며, 현대의 주요 윤리 이론 중 하나인 의무주의의 원리를 제시하고 있다.
--- p.5-6, 「서문」 중에서
칸트의 비판철학은 대륙의 합리론과 영국의 경험론을 비판하여, 오랫동안 계속된 근대 철학의 논쟁과 대립을 종합함으로써 근대 자연과학의 철학적 기초를 밝혔다. 그리고 유럽 사상계는 칸트의 출현으로 일대 혁명기를 맞아 피히테, 셸링, 헤겔에 이르는 독일 관념론을 낳았고 이후 신칸트학파를 거쳐 현대에 이르도록 철학사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 p.20, 「 1장 근대의 이성을 완성한 철학자, 칸트」 중에서
칸트는 근대적 이성의 핵심 기능을 비판 기능이라고 보았다. 계몽주의가 등장하는 근대 초는 칸트의 표현을 빌리자면 ‘비판의 시대’였다. (……) 비판적 이성은 한편으로는 권위와 힘이 지배하던 시대에서 기존 권위에 의해 진리로 강변되는 것들을 하나하나 검토하여 무엇이 옳은 것인지를 따지는 이론적 활동으로, 다른 한편으로 인간의 존엄성이 절대적으로 인정받는 사회를 만들어가려는 실천적 활동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이성을 확립하고 정당화했기 때문에 칸트는 근대 이성의 완성자로 인정받고 있다.
--- p.26-27, 「 1장 근대의 이성을 완성한 철학자, 칸트」 중에서
『실천이성비판』에서 제시되는 칸트의 윤리학은 오늘날에도 단순히 역사적 가치가 있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주류 윤리학의 논의에서도 중요한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칸트는 도덕적 규범의 정당화에 관한 중요한 대화 상대자로 대접받는다. 그것도 아주 매력적인 상대자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칸트 윤리학은 현대의 규범 윤리학이 갖추고자 하는 최소 조건들을 만족시키고 있다. 칸트는 윤리학에서 상대주의, 회의주의, 독단주의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또한 칸트는 도덕적 판단과 도덕적 행위는 개인적 감정이나 자의적 결정에 관한 문제가 아니며, 또한 사회적 문화와 유산, 생활양식, 혹은 관습의 문제도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한다. 칸트는 도덕의 원리를 설정하고 이를 근거로 윤리 문제에 접근해가고자 한다.
--- p.46-47, 「 1장 근대의 이성을 완성한 철학자, 칸트」 중에서
칸트는 도덕 법칙을 인간의 이성에 기초한 것으로 본다. 인간은 한편으로는 자연의 지배를 받는 동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연의 법칙을 넘어설 수 있는 자유를 가진 존재이다. 자유는 인간에게 자연적 본능과 욕망을 이겨내고 의무를 지킬 수 있는 힘을 준다. 칸트는 자유 개념을 자기 철학의 마룻돌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중요시했다. 이 자유의 힘을 통해 인간은 도덕의 세계를 추구할 수 있다. 그래서 도덕 법칙의 원천은 바로 인간의 이성이다. 인간의 이성은 그 자체로 실천적이며 도덕 법칙을 부여하는 힘이 있다. 이를 칸트는 실천 이성이라고 불렀다.
--- p.79-80, 「 1장 근대의 이성을 완성한 철학자, 칸트」 중에서
칸트의 결론은 다르다. 도덕 법칙은 인간의 이성에 기초한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한편으로 자연의 지배를 받는 동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자연의 법칙을 넘어설 수 있는 자유를 가진 존재이다. 자유는 인간에게 자연적 본능과 욕망을 넘을 수 있는 힘을 제공해준다. 이 힘을 통해 인간은 도덕의 세계를 추구할 수 있다. 그래서 도덕 법칙의 원천은 바로 인간의 이성이다. 인간의 이성은 그 자체로 실천적이며 도덕 법칙을 부여하는 힘이 있다. 그러므로 도덕 법칙은 자율적이다. 인간 이성이 스스로 부여했기 때문이다.
--- p.105-106, 「2장 『실천이성비판』읽기」 중에서
사람이 도덕 법칙에 맞게 행위했다는 생각에서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고, 도덕 법칙을 어긴 것에 대해 자책하면서 스스로 쓰라린 꾸짖음을 느끼기 위해서는 의무가 얼마나 중요한지, 도덕 법칙이 얼마나 존엄한지, 그리고 도덕 법칙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자신에게 가치 있는 것인지를 먼저 깨달아야 한다. 만족감이나 불안감을 이러한 도덕적 책임에 대한 인식에 앞서서 느끼고, 이러한 느낌을 책임의 기초로 삼을 수는 없다는 것이 칸트의 분석이다.
--- p.128-129, 「2장 『실천이성비판』읽기」 중에서
전체 창조물은 인간의 욕망을 충족할 수 있는 한에서 한낱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 그러나 오로지 인간만은, 그리고 그와 더불어 모든 이성적 피조물은 목적 그 자체이다. 인간은 곧 그의 자유와 자율의 힘으로 신성한 도덕 법칙의 주체가 된다. 이성적 존재자는 도덕 법칙에 어긋나는 어떠한 의도에도 복종하지 않을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한낱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동시에 그 자신이 목적으로 인정된다.
--- p.145, 「2장 『실천이성비판』읽기」 중에서
실천 이성이 목표로 하는 것, 달리 표현하면 실천 이성의 대상은 무엇일까? 칸트에 따르면 그것은 바로 최고선이다. 실천 이성도 나름의 대상과 객관을 추구한다. 물론 이 대상은 우리의 욕망이나 자연적 욕구가 대상으로 삼는 것과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앞에서 밝혔듯이 욕망이나 욕구의 경우 대상에 의해 전적으로 규정되지만, 실천 이성의 경우 목표와 대상이 실천 이성을 규정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순수 의지와 실천 이성을 규정하는 것은 오직 도덕 법칙뿐이다. 실천 이성이 한편으로는 도덕 법칙에 의해 규정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나름의 객관이나 대상, 혹은 목표를 가질 수 있다. 이때 실천 이성의 대상이 바로 최고선이다.
--- p.146-147, 「2장 『실천이성비판』읽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