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뇌를 철도망과 같다고 생각하면, 이는 마치 한 기차역에서 다른 기차역까지 가는 최적의 경로를 알려주는 앱을 들여다보는 것과 비슷하다. 선택한 경로가 강조되면서 다른 경로들보다 두드러지고, 당신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정확히 알 수 있다. 그리고 특정 경로를 더 많이 이용할수록, 또는 그 경로가 더 많은 정서적 의미를 지닐수록, 해당 경로가 A에서 B로 가는 기본 경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시냅스 연결의 강도를 변경하면 뇌의 뉴런들 사이에 이와 유사한 탄탄한 경로가 만들어진다. 다시 말해, 회로상의 한 세포가 메시지를 받으면 그 메시지를 다른 세포에 더 쉽게 전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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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세상을 이해하고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뇌는 꽤 형편없는 결정을 내리기 쉽다. 이처럼 적절하지 않고, 때로는 비논리적인 처리 과정을 ‘인지 편향’이라고 한다. 심리학에서 인지 편향은 신속하지만 부적절한 해결책을 내놓는, 뇌의 정보처리 과정에서의 결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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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것을 추구할 때 가장 큰 문제는 불안이 회피행동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예측 가능한 충격과 예측 불가능한 충격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실험 상황에서, 대부분의 동물과 인간 피실험자는 불확실한 상태를 피하고 충격을 예측할 수 있는 환경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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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소파에 앉아서 TV 시청’과 같은 회로처럼 뉴런 사이에 이미 강력한 연결선이 존재한다면, 자극을 받아 이 반응이 유발될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예측할 수 있다. 기차가 ‘퇴근 후’역 을 출발하면, 이어지는 운행 경로는 ‘리모컨 잡기’, ‘음료수 따르기’, 그리고 ‘발 올리기’역이다. 이 반응을 ‘헬스장에 가기’로 바꾸려면, 새로운 행동을 실행하는 데 에너지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초기설정값으로 향하는 행동에 끌려가지 않으려고 버티는 노력이 필요하다. 출근길에 평소와 다른 경로를 택해 운전하는 것처럼,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집중하지 않으면, 의도치 않게 결국 예전 경로로 되돌아와 버렸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뇌는 당신을 초기설정값으로 되돌려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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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뇌는 변화하도록 설계됐다. 가소성은 우리가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고, 중요하지 않은 정보를 잊게 해준다. 그러나 뇌가 변화하도록 설계됐다고 해서 이 과정이 간단하다는 뜻은 아니다. 변화를 일궈내는 핵심은 꾸준함이며, 행동에 관여하는 뇌세포가 연결선을 강화할 수 있게 반복된 활동에 노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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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지향적 행동은 대부분 우리의 습관적인 반응과 대립한다. 마치 높이 우거진 풀숲을 만났을 때, 원래 난 길을 무시하고 ‘지금 당장 내게 최선인 길은 어디인가’를 생각하는 것과 같다. 여기에는 어느 경로가 최적인지 선택지를 따져보는 의식적인 의사결정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은 보상에도 민감해서, 각 행동이 우리가 희망하는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지 가늠한다. 그리고 어떤 행동을 취하는 것이 최선인지 생각하는 동시에 뇌는 초기설정값에 좀 더 가깝게 행동하고 싶은 충동을 억눌러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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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지향적인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강력하게 확립된 다른 선택지를 두고, 희미하고 덜 명확한 길을 계속해서 적극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선호도가 떨어지는 길을 더 많이 선택할수록 그 길은 더 강력해진다. 새로운 행동 반응을 형성하는 초기 단계에서 목표를 고수해야 하는 필수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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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넘어서는 목적을 가진다면, 포기하고 싶을 때 붙잡을 수 있는 지지대가 될 것이다. 나는 박사학위를 따면서 힘든 하루나 한 주를 보낼 때마다 내가 누구를 위해 이 일을 하는지 떠올리곤 했다. 알츠하이머 질환으로 세상을 떠난 우리 할머니와 그 형제자매들, 그리고 증조할머니였다. 나는 그분들을 위해 이 공부를 하고 있었고, 현재 알츠하이머 질환과 다른 유형의 치매를 앓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공부하면서 미래에는 이 병을 앓는 사람들이 거의 없기를 바랐다. 이런 추론을 거치면서 하찮은 문제나 큰 실수도 폭넓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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