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대화』
내 입으로 책 읽는 일의 재미를 말하면서 그런 말이 듣는 이에게 얼마나 재미없게 들릴지 가끔 생각한다. 심지어 나는 읽는 책의 종류에 따라 느끼는 재미도 조금씩 다른데, 이런 말은 또 얼마나 지루한 말이 될지 모르겠다. 그래도 그러한 이야기를 하기에 지금 이 자리만큼 적재적소는 없다고 여겨지기에, 서간집이나 인터뷰집이나 대담집처럼 ‘대화’가 근간인 책을 읽을 때 느끼는 독특한 재미에 대해서 조금만 말해보고자 한다.
---「모임장 요조의 서문」중에서
처음 뵙겠습니다. 모두 반갑습니다. 이제부터 우리는 네 달 동안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같이 대화에 관한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일단은 오늘은 첫 만남이니, 책도 중요하지만 ‘우리’에 비중을 두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아요.
---「‘리터러시 : 우리는 서로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中 요조의 말」중에서
맞아요. 저도 진짜 똑같은 생각을 했는데. 그래서 제가 내린 잠정적인 결론은 MBTI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여야 될 필요가 있다는 거예요. 제가 MBTI를 모르던 시절에는 버들 님처럼 말을 직설적으로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얘는 말을 멋대로 하고 성격이 좀 별로야’ 이런 식으로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MBTI라는 기제를 체화하다 보니까 ‘얘는 나쁜 게 아니라 그냥 T라서 그래. T라서 표현을 이렇게 하는 것뿐이야’라고 생각을 할 줄 알게 됐어요. 저는 그게 너무 좋은 변화라고 생각해요. ‘얜 나쁜 사람이야’가 아니라 ‘얘는 그냥 나랑 좀 다른 사람이야’라고 생각할 줄 알게 된 게 굉장히 좋아요.
---「‘리터러시 : 우리는 서로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中 요조의 말」중에서
왜 사람마다 자기 스타일이 있잖아요. 뭐 어떤 사람은 귀여운 스타일이 좋고, 어떤 사람은 삭발한 남자가 좋고 하는 자기만의 취향이라는 게 있는데 저의 경우에는 책을 읽는 모습 자체가 저의 스타일인가 봐요. 그래서 지하철 타면 간혹 가다가 책을 읽는 사람이 있잖아요. 그러면 남자든 여자든 제가 너무 쳐다보게 돼요. 그게 너무 멋있어서 나처럼 다른 사람들도 저 모습이 되게 멋있어 보이겠지라고 생각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웃음) 아무튼 일단 책을 읽는 사람을 볼 때 제가 느끼는 첫 감정은 ‘너무 멋있다’라는 거예요. 멋있으니까 저 역시 그 멋을 추구하고 싶은 거죠. 그래서 책을 소지하려고 하고 책을 읽으려고 하는 것이 일단은 제 멋내기인 거죠. 화장을 하고 멋진 옷을 입는 것처럼.
---「‘예술과 우정 : 다른 세대, 다른 관점, 같은 우정’ 中 요조의 말」중에서
『어른의 공부』
온 세상이 얼어 있던 1월에 시작했던 우리의 모임은 봄기운 완연한 3월에 끝이 났다. 회의실 창 밖으로 보이 던 약현성당 풍경도 계절이 지남에 따라 바뀌었다. 사람 들이 주말 단잠을 즐기는 토요일 아침, 중림동 메디치미 디어 사옥으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모임원들의 글을 읽 어보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들 각각의 찬란한 세계, 같 은 책을 읽었을 때의 공통점과 차이점, 반짝이는 아이디 어와 깊은 사유에 매번 감탄하곤 했다. 우리는 각자의 인생을 살다 처음 만난 사람이었지만 같은 책을 읽는다 는 것만으로 금세 서로에 대한 벽을 허물고 친구가 되었 다. 기꺼이 서로의 글을 읽고 말을 경청하며 생각과 감 정을 나누었다. 그 과정을 겪으며 모두의 세계가 조금씩 넓어졌으리라 믿는다.
---「모임장 곽아람의 서문」중에서
제가 예전에 이준익 감독님을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그때 감독님이 인터뷰 중에 하신 말씀이 사람들이 이준익 감독을 일컬어서 “뇌에 혀가 달렸다.”라는 얘기를 한다고 그러더라고요. 근데 저는 방금 정환 님과 승연 님, 두 분 말씀을 들으니까, “이분들도 뇌에 혀가 달리셨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데미안과 나’ 中 곽아람의 말」중에서
왜 그런 느낌이 있잖아요, 가을인지 겨울인지, 나른한 오후 햇살이 들어오는 곳에서 밑줄이 그어진 문장들을 읽었던 거죠. 그걸 보고 저도 ‘이 책을 읽어봐야지’ 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한 번 읽었고, 뭔가 묘하고 이미지를 그리기에 좋은 책이잖아요. 전체적으로 금각의 이미지가 커다랗게 지배를 하고 있어서, 그 이미지를 그릴 수 있는 심상이 좋았던 것 같아요. 금각사에는 물론 나중에 가보겠지만, 가보지 않아도 또렷하게 그려지는 그 느낌이 좋아서 사랑하게 되는 소설인 것 같아요. 그리고 병을 앓는 이라는 이야기가 10대 기질에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금각사와 나’ 中 곽아람의 말」중에서
먼저 이 ‘위대함’이라는 단어에 대해 좀 얘기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영문 제목도 《The Great Gatsby》잖아요? 제가 기억하기로는 원래 피츠제럴드가 하려고 했던 제목은 〈적과 백, 그리고 청색 아래에서〉였어요. 적과 백, 청색은 미국의 성조기 색깔이고요. 재즈 시대의 미국과 개츠비를 연관시키려고 했는데, 편집자와 의논 끝에 정해진 제목이 《위대한 개츠비》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먼저 개츠비가 왜 위대한 인물인지 좀 얘기를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개츠비와 나’ 中 곽아람의 말」중에서
『먹는 우리』
저희가 이 모임에서 총 세 권의 책을 읽으며 음식에 관해 공부할 텐데요. 굉장히 극단적으로 말하면, 이 책들에서 말하는 해답은 다 정해져 있어요. 요리를 할 줄 알아야 하고, 채식을 많이 해야 한다는 거죠. 근데 제 입장에서 이런 책들을 읽다 보면 좀 성질이 납니다. 막말 로 유럽-미국-백인들은 지금까지 세계를 식민지화해서 편하게 잘 살고, 환경오염도 자기들이 실컷 다 해놓고 이제 와서 ‘잘 살려면 이렇게 해야 돼’라고 얘기하는 것 같으니까요. 못 마땅하죠. 그런 점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 이 책들이 말하는 것들을 우리 일상생활에서 구현하기가 쉽지 않아요. (중략) 사실 이러한 책들이 말하는 내용들을 저는 다 알지만, 한편으로 그것들을 실천하는 것이 엄청나게 힘들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을 우리 생활에 어떻게 적용시킬 것인지 설명하고, 책의 내용과 우리 일상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지 안내하는 게 이 모임에서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모임장 이용재의 서문」중에서
본격적으로 《식사에 대한 생각》 얘기를 해보죠. 책은 모두 어떠셨나요? 저는 읽으면서 ‘우리가 이 책을 우리 모두의 식생활을 위한 거울처럼 생각하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어요. 저야 이런 책에 동의 안 할 수가 없죠. 다만 저는 이 책의 주장들 가령 ‘개인이 할 수 있다’, ‘요리를 하자’, ‘입맛을 바꿔보자’라는 메시지에 동의하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동의를 할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은 있어요. 예를 들어 당장 오늘 직장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해야 되는 직장인이 이런 얘기에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까요? 그러니까 이 책은 어느 정도는 잘 나가다가 그 결론을 개인의 선택에게 맡기는 경향이 있어요. 근데 개인의 선택 자체가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즉, 정부와 사회가 무엇을 해야 되는지에 관한 내용이 결론에 빠져 있어서, 약간 문제 해결의 논지를 흐린 느낌도 있습니다. 여러분도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셨을 것 같아요. 지금 나의 식생활이 어떻고, 우리의 현실이 어떻고, 이런 얘기들을 편하게 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나 : 음식과 요리에 관한 자의식 찾기’ 中 이용재의 말」중에서
사실 우리의 위기를 말하는 책들은 많아요. 그리고 그 책들을 읽고 있으면 정말 많은 위기의식과 더불어 죄책감까지 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가 이렇게 의식 없이 선택하면 안 되겠구나’ 근데 그렇다고 우리가 아주 의식 없이 생각하냐면, 또 그렇지도 않아요. 지난 번 읽은 《식사에 대한 생각》에서도 ‘음식과 식사에 대한 선택을 완전히 내려놓은 사람은 사실 없다’는 내용이 나오잖아요. 그러니까 생활 여건이나 경제적으로 아주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 건강에 대해 선택하고, 건강에 대해 의식을 하고, 최소한의 자기방어 체제를 유지하고 살고, 그리고 그러한 자기방어 체제가 사실은 이 책에서 얘기하는 어느 정도의 지구와 환경을 위한 방어 체계가 되긴 되는 거예요. 왜냐하면 ‘초가공식품 피하라’ 이런 것들이니까요. 근데 또 우리가 음식을 어떻게 먹어야 한다고 막 얘기를 하지만 실제로 모든 사람에게 맞는 표준 건강 식단이랄지, 이런 것들을 만들어낼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모든 사람이 다 너무나 다른 시스템이기 때문입니다.
---「‘음식 : 나의 모든 선택은 정치적이다’ 中 이용재의 말」중에서
우리가 지난 1월부터 가졌던 모임을 쭉 돌아보 면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했습니다만, 궁극적으로 개개 인의 요리 역량이 어느 정도 갖춰지는 것이 지속가능한 식생활의 해결책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는데요. 그래서 마지막 책은 우리가 직접 요리를 하기 위한 레시피 책이었습니다. (중략) 요리에 관해 사람마다 저마다의 다른 시각과 방법들이 있습니다만, 사민 노스랏은 소금과 지방, 산, 열 이렇게 네 가지의 요리의 기본 요소로부터 접근을 시작하는거죠. 이 책은 그냥 책만 읽는 건 의미가 없죠. 제가 책을 읽어오시는 한 달 동안 이 책에 나오는 레시피를 따라해보는 과제를 드렸죠. 모두 너무 잘 해주셨어요. 일단 책을 어떻게 읽으셨는지 돌아가면서 편하게 얘기를 좀 해볼까요?
---「‘요리 : 삶의 감각을 익히는 최고의 방법’ 中 이용재의 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