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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의 『논어』 강의

천상의 클래식-02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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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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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년 02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1344쪽 | 2028g | 150*222*70mm
ISBN13 9791190413657
ISBN10 1190413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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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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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論語)라는 명칭과 관련해 반고보다 한 걸음 나아간 견해가 “논(論)과 말[語]을 모은 것”이라서 논어(論語)라고 했다는 주장이다. 아무 뜻도 없는 동어 반복일 뿐이다. 심지어 “공자 말을 논하여 정리한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그럼 제자들 말은 왜 실려 있는가? 이런 주장들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논어’에 담긴 뜻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논어』 전체를 유기적으로 해석한 다음이라야 가능하지만 일단 실마리만 던져본다. 요왈(堯曰)편, 맨 마지막 구절을 보자. “말을 알지 못하면 사람을 알아볼 수가 없다.” 말을 안다는 것은 어떤 사람이 일을 행하기 전에 말만 듣고서도 그 사람을 알아보아야 한다는 뜻이다. 말을 알려면 말이 무엇인지 잘 알아야 한다. 그래서 “말을 논해[論語] 말을 잘 알아들어[知言] 사람을 잘 알아보자[知人]”는 것이 『논어』라는 책의 결론이자 목적이다. 한마디로, ‘논어(論語)’라는 말은 논어지인(論語知人), 즉 “말을 논해 사람을 잘 알아보자”라는 뜻이다.
--- p.15

학이편 첫 세 구절은 바둑 9단 고수가 대국(對局)에서 둔 첫 세 수와 같다. 그것을 통해 전체 대국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가 사실상 정해지기 때문이다. 이 대국 이름은 공덕(公德) 함양이다. 『논어』는 처음부터 끝까지 제왕학(帝王學) 혹은 리더십 기르기다. 물론 곧은 신하의 도리를 가르친다는 점에서는 팔로워십 기르기도 겸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도대체 『논어』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미지의 편찬자는 왜 이 세 구절을 맨 앞에 두었는가?” 하는 것이다. 기존 풀이처럼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식으로 듬성듬성 오역투성이 번역을 따라가서는 결코 이 질문을 돌파할 수 없다.
--- p.31

공자는 ‘학이 3’에서 인무야(仁無也) 혹은 불인야(不仁也)라고 하지 않았다. 즉 정교한 말과 아름다운 얼굴빛을 가진 사람들 중에 ‘어진 사람은 없다’거나 그런 사람들은 ‘어질지 않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비인야(非仁也), 즉 ‘어진 사람이 아니다’라고도 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드물다’라고 했을 뿐이다. 이 점을 놓친 기존 번역들은 하나같이 “교언영색하는 자는 어질지 않다”라고 풀어놓고 있다. 초점을 빗나간 풀이다. 물론 그 책임은 기본적으로 주희에게 있다.
그는 이 구절을 풀이하며 “공자가 말씀이 박절하지 않아 오로지 드물다고만 말했을 뿐 (실제로는) 절대 없음을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즉 주희는 선(鮮)의 의미를 무시하고 ‘절대’라고 말하고 있다. 그 잘못은 너무도 크다. 지금도 우리는 흔히 ‘교언영색(巧言令色)’을 아부나 아첨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알고 있는데, 이 맥락에서는 그런 뜻이 아니다. ‘교언’은 말을 정교하게 잘한다는 중립적인 뜻일 뿐, 말을 교묘하게 한다는 게 아니다. ‘영색’ 또한 아름답고 좋은 얼굴빛이라는 뜻이다. 교언영색을 직역하면 ‘정교한 말과 아름다운 얼굴빛을 가진 사람’인데 어찌 그 자체로 나쁜 의미겠는가. 결국 교언영색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에 따라 다르게 평가된다. 간략한 표를 통해 이를 살펴보자.
--- p.47~48

이제 벗을 넘어선 사람들과의 관계를 이야기하는데 여기서 공자는 두 가지 단계를 나눠서 말한다. ‘애중(愛衆)’과 ‘친인(親仁)’이다.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애(愛)와 친(親)의 뉘앙스다. 애(愛)는 사람을 사랑한다고 할 수도 있지만 주로 동물이나 물건을 ‘아낀다’ ‘아껴주다’는 의미에서 애물(愛物)로 자주 쓰인다. 여기서도 사람을 대상으로 하지만 불특정 다수에 대해 아끼는 마음을 가지라는 정도다. 반면에 친(親)은 강도가 훨씬 세다. 흔히 ‘친하다’라고 옮기는데 그래서는 뜻을 정확히 새길 수 없다. ‘제 몸과 같이 여기다’라고 해야 친(親)에 담긴 본래 의미가 살아난다. 친인(親仁)이라고 했을 때 인(仁)은 ‘어짊’이라는 추상명사가 아니라 인자(仁者), 즉 어진 이를 말한다. 어진 이란 공자식으로 말하면 진정으로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愛人] 사람이다. 그래서 이 구절을 그 속뜻까지 완전히 풀어보면 ‘두루두루 많은 이들을 아껴주되 그중에서도 다른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을 제 몸과 같이 여겨야 한다’라는 뜻이다.
--- p.61~62

앞으로도 우리는 상당히 많은 수의 ‘군자 대 소인’ 짝 개념을 만나게 될 것이다. 우선 두 가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첫째, 군자와 소인을 나누는 잣대는 다름 아닌 다움[德]이라는 것이다. 주이불비(周而不比), 비이부주(比而不周)가 바로 다움이 드러나는 바를 가리킨다. ‘주이불비’하면 도리를 같이하는 사람이 모이고, ‘비이부주’하면 패거리를 만든다. 둘째, 거꾸로 읽어야 한다. 무슨 말인가 하면 “군자는 (공적으로) 두루 어울리되 (사사로이) 친밀하게 하지는 않고”라고 하면 군자라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일종의 도덕 명제 같은 느낌을 주지만, 역으로 군자를 뒤쪽에 놓고, “(공적으로) 두루 어울리되 (사사로이) 친밀하게 하지는 않는 사람이 있다면 대체로 군자에 가깝다” 식으로 읽으면 우리에게 군자와 소인을 성기사(省其私)하여 둘을 잘 분별하는 잣대를 제공한다. 사람 보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것이다.
--- p.126~127

‘자한 13’에서의 공자 말을 그동안 이렇게 번역해왔다. “군자가 거주한다면 무슨 누추함이 있겠는가?” 이렇게 옮긴 이유는 이 구절에 대해 주희가 “군자가 거처하는 곳은 교화되니 무슨 누추함이 있겠는가?”라고 주석을 단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앞뒤가 맞지 않다. 공자가 구이(九夷-예전에 중국 사람이 부르던 동쪽의 아홉 오랑캐 씨족, ‘동이’라고도 불렸다.)에 가서 살고자 하는 이유는 실은 당시 중국이 교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임금이 임금답지 못하고 신하가 신하답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주희 말대로라면 공자가 중국에 그냥 남아 있으면 교화가 되어 임금이 임금답고 신하가 신하다워지지 않겠는가? 따라서 거지(居之)는 그냥 ‘거주한다면’으로 옮기기보다는 “거처할 곳을 정함에 있어”라고 옮겨야 한다. 공자는 오히려 동이 사람들의 풍속이 순후(淳厚)하다고 보았고, 그곳이라면 군자가 머물기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 즉 하누지유(何陋之有)는 군자가 머물 곳을 정하는 데 있어 그곳이 누추하냐 그렇지 않냐는 잣대가 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 즉 군자를 알아볼 수 있느냐 없느냐가 잣대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며, 또한 인후한[仁] 풍속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 p.575~576

그간 ‘자로 18’의 공자 말을 대부분 이렇게 번역해왔다. 나도 예전 책에서는 그렇게 옮기기도 했다. ‘아버지는 자식을 위해 숨겨주고, 자식은 아버지를 위해 숨겨주니 곧음이란 바로 이 가운데 있는 것입니다.’ 위(爲)란 영어로 for이니 ‘위해서’로 옮길 수도 있고 ‘때문에’로 옮길 수도 있다. 문제는 은지(隱之)가 아니라 그냥 은(隱)이라는 사실이다. 즉 ‘숨겨주다’가 아니라 자기가 ‘숨는다’는 말이다. 사량좌는 순임금은 아버지 고수(??)가 사람을 죽이면 고수를 업고서 도망쳐 바닷가에 가서 살았을 것이라 말한다. 이는 아버지를 숨겨준 것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왕위를 버리고 숨는다는 뜻도 포함돼 있다.
--- p.848~849

일단 빈이무원(貧而無怨), ‘가난하지만 원망하지 않는다’는 대목은 바로 앞서 나온 백씨(伯氏)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백씨는 거친 밥을 먹어야 했으나 죽을 때까지 원망하는 말이 없었다.” 반면 관중의 경우 엄청난 부를 이루었으나 다소 교만했다. 그 점을 지적한 것이 ‘팔일 22’에서 공자가 말한 “관중은 그릇이 작았도다”이다. 그렇다면 공자는 이 둘 중에서 백씨를 더 높이 평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주희를 비롯한 기존 해석들은 이런 연속성을 무시한 채 ‘헌문 10’에서는 관중에 초점을 맞추고 백씨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말하지 않았다. 여기서는 ‘누가 보아도 그 어려운 빈이무원(貧而無怨) 경지에 이른 백씨야말로 군자(君子)가 아니겠는가’라고 높이 평가하는 내용일 수밖에 없다.
--- p.920

‘위령공 3’은 지덕(知德)을 어떻게 풀이하느냐에 따라 내용이 크게 달라진다. 그냥 ‘덕을 아는 사람’이라고 하면 모호해진다. 덕(德)은 위덕(爲德), 수덕(修德), 숭덕(崇德)하는 것이지 앎의 대상이 될 수가 없다. 이런 점에서 예(禮)와 다르다. 지례(知禮)라는 말은 성립하기 때문이다. 예는 앎의 대상이다. 인(仁) 또한 덕과 가까워 앎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어짊을 안다는 뜻의 지인(知仁)이라는 말은 성립할 수 없다. 유감스럽게도 국내 대표적인 『논어』 번역서들은 모두 ‘덕을 아는 자’라고 옮기고 있다. 일본 학자 진흙 진 사이의 풀이도 마찬가지다. “이 장도 또한 공자가 자로의 이름을 불러 덕을 이해하는 일의 어려움을 말하고서 배우는 이들이 스스로 노력하지 않음을 탄식하고 있다.” 지덕(知德)은 ‘다움이 있는 자를 알아보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이 장은 “유(由-자로)야, 다움이 있는 자를 알아보는 이가 드물다”라고 풀어야 한다.
--- p.1016

그렇다면 공자는 ‘공야장 11’과는 달리 자공에게 왜 이렇게 정반대 답을 준 것일까? 그 사이에 시간이 흘렀고 공자가 볼 때 자공에게 진덕수업(進德修業) 하는 성과가 있었다. 지자(知者)에 머물던 자공이 이제 막 인자(仁者)에 들어가려 하자 이 말을 해준 것이다. 이는 『논어』라는 책이 덕(德)의 성숙 단계를 기록한 책임과 동시에 시간의 흐름 또한 고려한 책임을 보여준다. 이 둘을 가장 잘 체화한 인물은 『논어』에서 자공뿐이다. 인자(仁者) 안회는 일찍 죽었고, 용자(勇者) 자로 또한 배움을 게을리하다가 비명횡사했다. 증자의 경우 책 후반으로 갈수록 비중이 줄어든다. ‘공야장 11’과 이 장에서의 공자 대답이 차이 나는 것은 자공의 질문 방식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공야장 11’에서는 자공이 먼저 “저는 남이 나에게 가하기를 바라지 않는 일을 저 또한 남에게 가하지 않겠습니다”라고 했다. … 그러나 이 장에서 자공은 아주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한마디 말로 종신토록 행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비로소 일이관지(一以貫之)의 일(一)인 서(恕)를 말하면서 이쪽에 힘을 써야 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런 신중함과 조심스러움은 다름 아닌 진덕수업의 성과였던 것이다.
--- p.1055~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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