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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각성

여행 각성

: 혼자의 여행은 꿈의 각성을 위한 재료였다

정원 | 북심 | 2024년 03월 1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18건 | 판매지수 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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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 top2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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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3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쪽수확인중 | 370g | 125*185*13mm
ISBN13 9791198415714
ISBN10 1198415711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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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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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무無의 상태로 떠나게 되는 것은 모든 여행을 통틀어 처음이었다. 발가벗겨진 상태로 익숙한 곳을 떠나게 될 때, 나는 도대체 어떤 여행을 마주할까? 기대보단 불확실한 감정들이 앞선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떠나야 했다. 지금과는 달라지기 위해서, 나에게 좀 더 솔직해지기 위해서. 절망적인 현실과 물리적인 거리를 둔 채로 한참 남은 인생을 대비할 수 있는 요소가 더 이상 일상에선 보이지 않았다. 무엇을 얻을지, 혹은 잃을지도 모르는 미지의 세계로 떠나 새로운 나를 찾기 위해 캐리어를 꺼냈다.
--- p.9

단순해진 몸과 마음은 풍성한 선물을 안긴다. 마음에 드는 물건 대신 200장의 사진이, 취향을 저격한 옷 대신 공책을 가득 채운 빽빽한 글씨가 다가왔다. 가벼움을 제일 중요하게 여긴 오사카 여행은 가장 나다운 여행이었다. 무엇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여행객으로 지구를 돌아다니고 싶다.
--- p.74

츠타야뿐 아니라 일본은 여전히 동네에도 서점이 많다. 길을 걷다 책장 앞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을 틈틈이 포착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초등학교 근처에 있던 동네 서점과 밥 먹듯 자주 다닌 만화 책방이 그리워졌다. 세상이 무서워 도망치던 내게 아무런 질문을 던지지 않은 채 문을 열어주던 책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었다.
--- p.82

크고 작은 일들이 순식간에 막을 내리는 상황이 비슷하게 나열됐고, 나를 향했던 가족들의 기대와 믿음은 깎여갔다. 나, 그리고 나와 비슷한 친구들은 해가 저물면 불안의 기온에 온몸을 벌벌 떨었다. 요연한 미래와 함께 멀어진 행복은 우리를 겁줬다. 어떻게 살 건데, 뭐 하고 싶은 건데. 누구도 아닌 우리의 목소리로 들리는 의문들은 길을 못 찾은 이들을 숨 쉴 틈 없이 움켜쥐었다.
---p.88

오리무중의 시간을 끝내기 위해 우리는 자신과 마주할 자리를 만들고, 솔직함을 담은 질문에만 대꾸해야 한다. 꾸준히 해왔다고 착각한 시간은 한국을 떠나고 나서야 비로소 뿌리가 없었음을 고백했다. 머릿속 뿌연 안개를 걷어내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확신의 씨앗을 이고 돌아가는 본래의 공간은 이전보다 덜 무겁고, 더 많은 빛이 들어온다. 사라졌던 감각들이 찌뿌드드한 몸을 일으켜 활동을 준비하고, 몇 번의 도약 끝에 진짜 항해를 시작한다. 평생 할 수 있는 걸 해보자. 단단히 준비한 용기를 품고 또다시 새로운 여행을 나갈 준비를 마친다.
--- p.92

약 3주간의 생활은 다녀온 곳을 다시 갈 기회와 아무것도 하지 않을 여유가 존재했다. 어느 날은 방에 드러누워 창문으로 쏟아지는 햇빛을 즐기며 낮잠을 자고, 어느 날은 다리와 다리 사이를 뛰어다니는 러너들과 시간을 보냈다. 보스턴에서 일상을 쌓는 사람들과 비슷한 삶을 살아갈 때마다 여행의 경계가 무너지고 친밀감이 쌓였다.
--- p.161

낯섦의 허물이 서서히 벗겨지다 보니 보스턴 사람들의 표정에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 치열하고 바쁘게 살지만 보스턴 사람들은 필수적으로 여백을 만든다. 공원을 걸을 여유와 길거리에서 핸드폰을 보지 않을 선택, 주말 아침에 사랑하는 사람과 브런치를 즐기는 시간을 모두 당연하게 여긴다. 하버드, MIT, 구글, 메타 등 온갖 거창한 이미지 속에도 보스턴은 평화롭고, 사람들의 얼굴엔 미소가 쉽게 번진다.
--- p.172

우리는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순간들을 함께 맞이하며 시간을 쌓고 있었지만 각자의 세상만큼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나는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내 기억이 쌓인 공간들이 낯설게 느껴졌다. 새로운 곳들은 설렘으로 가득 차 불안함이나 공포에 내어줄 자리가 없었다. 발이 닿는 곳이라면 모두 내 고향이었고, 낯선 하늘이어도 내가 지내던 곳과 다녀왔던 곳이 이어진 하늘이라 안심했다. 떠나온 과정에서 새롭게 떠날 수 있는 곳을 상상했고, 가보지 않은 곳에 들어가 낯선 환경에 조금씩 적응하는 나를 떠올렸다. 나의 일상이 모든 곳에서 당연하게 자리 잡고 나의 조각이 지구 어디에서든 꿰맞춰지기를 바랐다.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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