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아이가 다시 책을 가까이하기만 해도 좋겠다는 소박한 생각에 ‘독서‘와 ’친구와 함께하는 즐거움‘을 결합했던 몇 번의 시도들이 ’독서토론 동아리’의 시작이었습니다. 부모들은 ‘독서’를 위한 동아리를 생각했지만, 아이들은 친구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토론 후 오롯이 그들만의 자유시간을 보낼 수 있기에 독서는 양념일 뿐 주재료는 자신들의 ‘즐거운’ 동아리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무엇이 먼저이든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책’과 ‘친구’가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독서토론 동아리는 부모와 아이들 모두에게 ‘구독, 좋아요’가 되었으니까요. 독서토론 동아리에서 친구들과 함께 책을 읽다 보면 혼자서 독서 할 때와 달리 편독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책을 매개로 자신들의 속마음도 자연스럽게 풀어놓을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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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독서토론을 주도권을 넘기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자녀에게 독서토론의 모든 주도권을 넘기는 과정에서, 독서토론이 가능할까 하는 걱정도 되었지만, 그 속에서 시행착오를 거쳐 가며 성장해 나갈 것을 기대하는 마음이 더 컸다. 자녀들에게 책의 선정, 독서토론 준비, 간식 주제, 독서토론 활동을 주도적으로 실시하도록 하였다. 자녀들은 스스로 주도권을 잡게 되면서 자신이 직접 독서토론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책을 더 열심히 읽고 독서토론을 준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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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친구 밍기뉴와 함께 뛰어놀던 제재의 순수함이 우리 안에 있는가? 뽀르뚜가를 잃어버린 제재처럼 어느새 너무 어른이 되어 버린 건 아닌가? ‘어린이 지수’와 ‘어른 지수’를 만들어 우리의 모습이 어떠한지 측정해보자. ‘어린이 지수’와 ‘어른 지수’는 설문지를 만들어 측정하였다. 어린이다움, 어른다움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은 실제로 이야기를 나눌 때 자녀들이 말을 꺼내기가 어려운 주제이다. 하지만 추상적인 개념을 실제적인 숫자로 변환할 때 자녀들은 그 수에 대한 설명으로부터 자연스럽게 토론을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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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공부하러 가야 해서 독서토론 할 시간 없어!” “내가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책도 읽어야 해? 책 읽기가 당장 중요한 건 아니잖아!” 중학교에 입학 후 친구와 공부, 학원까지.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교과서만 공부가 아님을 확인시켜줄 비장의 카드가 있다. “네가 읽는 이 책이 바로 공부야” 교과서에서 볼 수 있는 책을 함께 읽어보자. 책을 읽고 독서토론을 하는 모든 활동이 공부와 직접적으로 연결이 된다. 더 나아가 독서를 통해 향상된 문해력은 학습 전반에 큰 도움을 준다. 어때? 독서가 시간 낭비는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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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4는 성별에 따라 선택이 나누어졌고, 아이들은 유쾌한 말장난으로 수다를 이어갔다. 독서토론으로 하며 몽실언니에 나왔던 재혼, 이혼, 부모의 죽음, 체벌, 학대와 같은 묵직한 이야기를 다루었지만, 셋 중 누구의 얼굴도 그늘지지 않아서 한편으로 안심이 되었다. 부부싸움을 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자란 아이는 언제든 한쪽 부모가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토론에서 누군가에 민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다룰 때는 아이들의 눈빛이 흔들리지는 않는지, 혹시라도 상처를 받는 사람이 없는지 꼭 살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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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토론에서 아이들은 부모가 갖춰야 할 자격으로 자녀를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서로의 입장에서 마음을 헤아리고 배려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부모인 나는 얼마나 그러하였는가? 아이가 어렸을 때는 그저 건강하게만 자랐으면 하고 바랐는데, 최근 내가 바라본 나는 우리 아이가 남들보다 똑똑하고 공부를 잘 했으면, 예의 바르고 착했으면 등 바라는 것이 많은 부모였다. 어쩌면 내가 내 자녀의 나이였을 때 했어야 하거나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자녀에게 압력을 행사해 온 것일 수 있겠다는 반성에 빠지게 하였다. 이번 독서활동은 나를 자녀와 자연스럽게 연결해 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였다. 책을 빌어 자녀의 감정이나 생각을 말하며 서로에게 전달하였다.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나누는 것은 좋은 관계가 유지되도록 해주었다. 자녀와 돈독한 관계를 위한 매개체로서 독서활동을 누린 것 같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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