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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의 내공 (큰글자도서)

조용헌의 내공 (큰글자도서)

: 인생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채우는 것

리뷰 총점10.0 리뷰 1건 | 판매지수 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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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3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420쪽 | 198*292*30mm
ISBN13 9791193811023
ISBN10 119381102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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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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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만권서와 함께 대구對句를 이루는 것이 행만리로行萬里路이다. 만 리를 여행해 보는 일이다. 돈과 시간이 되면 해외여행도 많이 해 볼 일이다. 그래야 스파크가 튄다. 머리에 든 게 있어야 여행을 다닐 때 스파크가 튄다. 들어 있는 게 없으면 경치만 감상하다 끝나는 수가 있다. 여행하다 보면 낯선 광경, 상황과 부닥치게 되어 있다. ‘왜 이렇지?’ 하는 의문이 든다. 그 의문이 해소되는 과정이 내공 쌓는 길이다. 여행의 미덕 가운데 하나는 사람을 만나는 계기가 된다는 점이다. 자기와는 다른 인간을 만난다. 다름과 차이,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 차이를 인정하다 보면 시야가 넓어지고 시야가 넓어지면 스트레스받을 일이 줄어든다. 말이 쉽지 차이를 받아들이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때로는 격렬하게 부딪치고 깨지면서 이루어진다.
--- p.5

그중 하나가 불이문不二門이다. 말 그대로 ‘둘이 아니다’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하나라는 뜻은 아니다. ‘따로따로 둘인 것 같이 보이는데 알고 보면 둘이 아니다’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밑으로는 연결되어 있다. 태어남과 죽음이 둘이 아니고, 아름다움과 추함이 둘이 아니고, 선과 악이 둘이 아니다로 읽힌다. 생사가 둘이 아니라고 한다면 우리는 왜 죽음에 대해 공포와 두려움을 갖는다는 말인가?
--- p.30

“인기라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인기라는 뭉게구름이 올 때는 그 밑에 반드시 청구서가 붙어 온다. ‘인기가 올 때마다 이번에는 어떤 힘든 일이 일어날까’ 하고 긴장한다.” 그 청구서는 실로 복합적이다. 비방, 소송, 이혼, 폭력, 투쟁, 사기, 감옥, 죽음 등으로 다가온다. 돈, 인기, 권력은 모든 인간이 갖고 싶고 부러워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걸 소유한 인간에 대해서는 전방위적인 질투와 시기심, 그리고 공격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 20~30대가 이 공격을 감당할 내공이 있겠는가. 이 내공의 핵심이 바로 주역에서 말하는 ‘독립불구獨立不懼 둔세무민遁世無悶’이다.
--- p.33

훗날 선생은 목포 형무소 시절을 회상하며 “가장 최악의 조건이 때로는 가장 큰 즐거움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썼다. 옥중에서 ‘알몸’을 만났다고도 했다. 현실의 고난과 악조건은 의복과 같아 벗어 버리면 될 뿐 “외화外華를 좆지 말고 자기의 참된 모습과 함께 살라”는 것이 선생의 가르침이다.
--- p.115

역사보다 한 단계 더 높은 것이 구라다! 역사는 습기를 제거해 버린 건어물이라고 한다면, 구라는 등이 푸른 싱싱한 제주도 방어에 비유할 수 있다. 건어물은 씹으려면 딱딱하고 방어 회는 씹는 부담이 작고 입에서 녹는다. 구라(이야기)의 특징은 개방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 이야기에 내가 참여할 수도 있고, 반대로 그 이야기가 나의 삶에 들어와서 에너지로 전환될 수도 있고, 나의 경험이 그 이야기에 보태져서 또 다른 이야기로 분화될 수도 있다. 물론 역사도 그럴 수는 있지만 그 형식에서 구라가 훨씬 흡수율이 높다. 구라의 단계로 전환되려면 자기의 인생 체험과 체취가 녹아 있어야 한다. 인생 체취가 결여되어 있으면 전달력이 약하다. 책만 많이 읽는다고 해서 구라꾼이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책상물림이 된다. 거기에 인생이 묻어 있어야 윤기가 돈다.
--- p.123

만델라는 정치범으로 27년 감옥 생활을 했는데, 그중에서 18년 동안 로벤섬Robben Island 교도소에 갇혀 있었다. 교도소에서 바라보면 눈앞으로 테이블 마운틴이 보인다고 한다. 눈만 뜨면 테이블 산이 보이는 셈이다. “며칠, 몇 주를 내다보면 비관스럽지만 몇십 년을 멀리 보면 희망적이다.” 만델라의 말이다. 만델라는 교도소라는 열악한 환경에서 거문토성의 공평무사한 정기를 받았다고 본다. 342년간의 백인 통치를 종식하고 처음으로 흑인이 정권을 잡았지만 가해자였던 백인들에게 보복하지 않았다. 공존의 정치를 하였다. ‘잊지는 않지만 용서한다(Forgive without forgetting)’가 그것이다.
--- p.141

등소평이 1980년대에 중국의 외교 노선으로 설정했다고 하는 도광양회韜光養晦. ‘빛을 감추고 어둠을 키워야 한다’, 회晦는 한 달 중에서 그믐을 가리킨다. 달빛이 거의 사라진 때이다. 일반적으로는 어둠을 물리치고 빛을 드러내야지, 왜 어둠을 키워야 된다고 말한단 말인가! 이 어둠은 중국 사람들이 오랫동안 수신과 처세의 기본으로 삼아온 철학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어둠 속에 있으면 상대방은 자기를 알아보기 어렵다. 알아보기 어려워야만 안전할 수 있다. 자기 잘났다고 나대는 순간에 망조가 시작된다. 노출되면 공격이 들어오기 마련이다.
--- p.256

생년월일시는 무재팔자인데도 현실적으로는 돈이 많은 경우가 10%는 있다. 이건 뭔가? 무재팔자인데 돈이 많은 사람을 겪어 보니 공통점이 발견된다. ‘돈을 안 쓴다’는 점이었다. 주머니에 돈을 휴대하고 다니지 않는다. 그러니 쓸 돈이 없다. 장부상으로는 천억대가 넘지만 필자에게 밥 사는 수준은 평균 1만 원대였다. 무재팔자 주변에는 사람이 없다. 그래도 외형상 돈은 많으니까 뭣도 모르는 사람들만 접근한다. 무재팔자에게 풍파가 닥치면 고립무원孤立無援이 된다. 기자회견 할 때도 병풍 쳐줄 사람이 없다. 결국은 돈을 제대로 써 보지도 못하고 사회에 환원하는 게 무재팔자이다.
--- p.268

20년 전쯤 우면산 아래에 ‘사진 점쟁이’라고 하는 유명한 점쟁이가 있었는데, 여기로 점을 치러 가면 특징이 열댓 명의 고객들을 한 방에 몰아넣고 오픈 방식으로 점을 치는 행태였다. 방에 같이 앉아서 그 사람의 점괘, 즉 내밀한 사생활의 문제들을 모두 들을 수 있다는 게 민망하기도 하였다. ‘너 신랑은 바람을 피워야 사업이 잘돼, 열 여자도 부족해. 그러니까 너무 안달복달하지 마! 당신은 몸에서 구린내가 나네. 혹시 정화조 사업하는 사람이여?’ ‘지금은 아들이 백수이지만 40대 중반이 되면 문서를 만져서 크게 돈을 벌게 돼. 좀 참고 기다려!’ 등등. 점집에 앉아서 이런 점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름대로 심리 치료가 된다. 다른 사람 고민도 나랑 비슷하구나! 하는 깨달음이다.
--- p.292

부모를 잘 만나면 그 사람의 인생 전반부를 지배한다. 인생 50%는 어떤 부모를 만났느냐에 영향받는다. 금수저일수록 영향을 많이 받는다. 통제를 많이 받으면 관점의 독립을 못 한다. 주입된 관점에서는 창조를 못 한다. 물질적, 신분적 풍요는 가식假飾 속에서 생활하기 쉽다. 그래서 재산을 물려받은 2세나 3세는 다른 사람을 의심하는 의심병도 많다. 가식을 많이 경험해 봤기 때문이다. 인간에 대한 환멸이 심하면 폐병 걸린다. 금수저를 너무 부러워 말라.
--- p.309

‘스크루’라는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내는 이 아름다운 물거품. 왜 이 물거품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일까. 인간의 끈적끈적한 욕망이 더러운 게 아니고,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이치를 배 뒤쪽의 선미에서 알았다. 그렇지만 결국 그 욕망의 흔적들도 다시 대양과 합류되면서 언제 그런 자취가 있었냐는 듯이 흔적 없이 사라진다는 사실. 흔적 없이 사라져야 한다는 게 인생의 이치란 말인가. 그 이치를 싫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인간 존재.
--- p.321

나이 오십 대 중반 넘어서는 음音·체體·미美가 중요하다.’ 다른 사람이 자기를 즐겁게 해주기를 기대하지 말고, 자기 스스로 자신을 즐겁게 해야 한다. 독락당獨樂堂에 거처해야 한다. 그러자면 음악, 체육, 미술이 필요한 것이다. 미술 가운데는 민화民畵가 무난한 것 같다. 문인화가 양반의 그림이라면 민화는 서민들의 그림이다. 나무, 꽃, 동물, 돌 등 자연물에 소박한 바람과 기도, 염원이 담겨 있다.(…) 산의 정기는 돌에 뭉쳐 있다. 한자 문화권의 식자층은 산에 가지 못하고, 그 대신 돌의 정기를 집 안의 정원에서 전달받으려고 괴석을 좋아했다. 괴석 하나에 명산 하나가 통째로 응축되어 있다고 여겼다. 괴석 감상의 포인트는 ‘수추누투瘦醜漏透’에 있다. 마르고 못생기고 구멍이 있고, 구멍이 뻥 뚫린 것을 최고로 친다.
--- p.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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