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는 얼굴 한가운데 있으면서 가장 높이 솟은 부분이라 자존심이나 자부심을 드러내는 표현을 쓸 때 코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상대를 우습게 여기거나 뽐내는 태도를 가리켜 ‘콧대가 높다’라고 한답니다.
--- p.35
겁도 없이 대담하게 행동하는 사람에게 흔히 “간이 크다.”라고 말해요. 이 말은 우리나라 전통 한의학에서 나왔어요. 실제로 간에 열이 많으면 간이 커지고 대담해진다요. 반대로 간이 차가우면 간이 오그라들어 작은 일에도 겁을 내고요. 그래서 겁이 없고 용감할 때 ‘간이 크다’, 겁이 많을 때는 ‘간이 작다’고 말하는 거랍니다.
--- p.45
‘사리다’는 뱀 따위가 몸을 똬리처럼 동그랗게 감는 모습, 또는 짐승이 겁을 먹고 꼬리를 말고 있는 모습을 말해요. 동물뿐만 아니라 사람도 어떤 일에 선뜻 나서기를 주저할 때 몸을 웅크리지요. 이런 모습에서 ‘몸을 사리다’라는 말이 나왔답니다.
--- p.55
우리 조상들은 제사나 잔치 등 특별한 날에 국수를 먹었어요. 특히 혼인 잔치에는 꼭 국수를 먹었지요. 기다란 국수 가닥만큼 오래 살라는 의미도 있고, 힘든 일이 닥쳐도 국수가 목구멍으로 술술 넘어가듯 잘 헤쳐 나가라는 의미가 있거든요. 그래서 결혼식 올리는 일을 ‘국수를 먹다’라고 비유적으로 말하게 되었어요.
--- p.79
‘초를 치다’라는 말에서 ‘초’는 식초를 가리켜요. 식초는 신맛을 낼 때 주로 쓰는 조미료인데, 너무 많이 쓰거나 넣지 말아야 할 음식에 넣으면 음식의 맛을 해쳐 버려요. 이렇게 식초를 넣어 음식의 맛을 버리듯이, 한창 잘되어 가는 일을 방해해 망치는 것을 ‘초를 치다’라고 표현해요.
--- p.97
물건에 생긴 작은 틈을 ‘트집’이라고 해요. 그런데 갓에 트집이 생기면 수선공들은 괜히 트집을 많이 잡아 수선비를 비싸게 받곤 했어요. 이에 선비들은 불만을 터뜨렸고, 그러면서 ‘트집’이라는 말에 부정적인 의미가 담겼다고 해요. ‘조그만 흠을 일부러 들춰내어 불평함’이라는 뜻이 생겨난 것이죠. 흔히 ‘트집 잡다’로 많이 쓴답니다.
--- p.13
‘딴죽걸기’란 택견에서 발로 상대편의 다리를 걸어 당기는 기술을 가리켜요. 그런데 왜 ‘딴죽’이 남의 일을 방해한다는 뜻으로 쓰이게 됐을까요? 남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는 동작과 남의 일을 방해하는 행동이 비슷하기 때문이에요. 요즘에는 ‘딴죽’이라는 말보다 ‘딴지’라는 말을 더 많이 써요. 딴지는 본래 표준어가 아니었지만,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바람에 새롭게 표준어로 지정됐어요.
--- p.17
요즘 흔히 쓰는 말인 ‘떼돈’은 이처럼 ‘떼’를 몰고 다니는 떼꾼에서 유래한 말이에요. 떼꾼들이 버는 것처럼 많은 돈을 ‘떼돈’이라고 부르게 된 거죠. 또한 여기에서 ‘떼부자’라는 말도 생겨났어요
--- p.23
굿을 할 때 무당이 죽은 자를 대신해 망자의 억울함이나 맺힌 한을 늘어놓는 것을 ‘푸념’이라고 해요. 이때 푸념의 주된 내용은 자신은 억울하고 분하니, 한을 풀어 달라는 것이었어요.
세월이 흐르면서 푸념은 일상어로 쓰이게 됐어요. ‘마음속에 품은 불만을 길게 말하는 것’을 푸념이라고 하지요. 비슷한 말로 ‘넋두리’가 있어요.
--- p.33
고명딸은 아들이 둘 이상인 집에서 하나뿐인 딸을 일컫는 말이에요. 음식에 올린 고명만큼 돋보이고 귀하다는 뜻에서 생겨났지요. 그런데 요즘 고명딸이라는 말은 논란이 되고 있어요. 고명은 음식의 주재료가 아니라 없어도 큰 문제가 없는 부재료에 속해요. 따라서 고명딸이라는 말은 딸이 아들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되므로, 성차별적인 의미가 담겼다는 지적이에요.
--- p.75
쓸데없이 덧붙인 일이나 군더더기를 일컬어 뱀 사(蛇)에 다리 족(足) 자를 써서 ‘사족’이라고 했어요.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뱀의 발’이라는 뜻으로, 요즘에는 쓸데없는 짓을 해서 도리어 일을 그르친다는 의미로 쓰여요. 보통 “사족을 달다.”, “사족을 붙이다.”처럼 ‘달다’나 ‘붙이다’라는 말과 함께 써요.
--- p.11
실력도 없으면서 겉으로는 그럴듯하게 보이려고 하는 태도를 가리켜 빌 허(虛)에 기세 세(勢) 자를 써서 ‘허세’라고 해요. 허세를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비어 있는 기세, 즉 ‘실력도 없으면서 겉으로만 드러나 보이는 기세’라는 뜻이에요.
--- p.15
개화기에는 서양에서 들여온 물건의 이름을 지을 때 ‘바다를 건너온 물건’이라는 뜻으로 ‘큰 바다 양(洋)’ 자를 앞에 붙이곤 했어요. 즉 서양에서 들여온 버선이라는 뜻에서 양말(洋襪)이라는 이름이 붙은 거랍니다.
--- p.21
‘석권’은 자리 석(席), 말 권(捲) 자로 이루어진 한자어로, ‘돗자리를 둘둘 마는 것’이라는 뜻을 담고 있어요. 한번 말기 시작하면 쉽게 둘둘 말리는 돗자리처럼 빠른 기세로 영토를 휩쓸거나 세력 범위를 넓힐 때 석권이라는 말을 쓴답니다.
요즘에는 어떤 유행이 휩쓸거나 어떤 위치에서 으뜸이 되었을 때도 석권이라는 표현을 써요.
--- p.51
할머니들은 아주 자질구레한 일까지 걱정하는 경우가 많아요. 손주들이 외출하려 하면 “차 조심하고, 친구랑 싸우지 말고…….” 이런 식으로요. 이처럼 ‘지나치게 걱정 많은 할머니의 마음’과 같다는 뜻으로 늙을 노(老), 할미 파(波), 마음 심(心) 자를 써서 ‘노파심’이라고 한 거예요.
--- p.101
외양간은 농경 사회에서 가장 큰 재산인 소를 기르는 곳이에요. 외양간을 아무렇게나 내버려두었다가 소를 잃어버리고 나서 고쳐 봐야 아무 소용이 없겠죠? 이처럼 평소에 준비를 소홀히 하다가 일을 그르친 뒤에야 후회하며 손을 쓰려는 사람을 두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고 해요.
--- p.11
옛날 집에서는 아궁이에 불을 때면 연기가 굴뚝으로 빠져나가요. 그러니 불을 때지 않으면 연기가 날 리 없지요. 따라서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라는 속담은 모든 일에는 반드시 그런 일이 일어날 만한 원인이 있다는 뜻이에요. 원인이 없으면 결과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지요.
--- p.13
옛날에는 밤이 되면 등잔불을 켰어요. 등잔불을 켜면 등잔 주변은 환하게 밝지만, 그 바로 밑에는 그림자가 생겨 의외로 어둡답니다. 이처럼 ‘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말은 가장 가까운 데 있는 것을 찾지 못하거나 모른다는 뜻이에요. 남의 일은 잘 알면서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은 오히려 잘 모를 때도 이 속담을 사용해요.
--- p.23
고슴도치는 몸에 바늘 같은 가시가 촘촘히 돋은 동물이에요. 하지만 이런 뾰족한 가시마저 함함해 보이는 게 부모의 마음이지요. ‘함함하다’는 털이 보드랍고 윤기가 있다는 뜻이에요.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한다’는 부모 눈에는 제 자식이 다 잘나고 귀여워 보인다는 말이랍니다.
--- p.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