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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희

: 동학의 정신으로 독립선언서 발표에 앞장서다

비람북스 인물 시리즈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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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4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66쪽 | 148*210*20mm
ISBN13 9791189171742
ISBN10 118917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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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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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친구 집에 갔더니 친구가 울고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친구의 아버지가 공금을 써 버려서 곧 관가에 잡혀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꽤 큰 돈이어서 친구네로서는 도저히 어쩔 수 없이 잡혀가 죽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응구는 집으로 돌아왔지만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응구야, 우리 아버지 관가에 끌려가 죽을지도 몰라.”
흐느끼며 말하던 친구의 음성이 밤새 응구의 잠을 방해했다. 이튿날 응구는 친구네 집으로 달려갔다. 친구는 멍하게 앉아 있었다.
“나에게 좋은 방법이 있어. 너희 아버지를 구할 수 있을 거야. 돈 백 량 때문에 죽기까지 해서야 되겠니?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네 아버지를 구할 수 있어.”
응구는 아버지가 관가에 바칠 세금을 거두어 문갑 안에 보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응구는 친구에게 식구들이 다 잠들면 들어와 돈을 훔쳐 가라고 일러주었다. 문갑이 어느 방에 있는 것까지 자세히 일러 주었다.
“그래도 되겠니?”
친구가 걱정되어 물었다.
“아버지를 죽게 할 거야?”
“알았어. 고마워.”
친구는 식구들이 다 잠든 다음 응구네 집 문갑에서 돈 백 량을 훔쳐내어 관가에 갖다주었다. 친구의 아버지는 옥에서 풀려나왔다.
며칠 후에 응구네 집은 발칵 뒤집혔다. 세금으로 거둔 돈 백 량이 감쪽같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럴 수가… 도둑은 분명 집 안에 있다. 도대체 누가 가져갔단 말인가. 내가 도둑을 키웠구나.’
아버지는 식구 한 사람 한 사람을 떠 올리며 의심하였다. 아무도 돈을 가져가지 않았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응구도 시침을 뚝 떼었다.
아버지가 며칠째 식음을 전폐하며 누워있던 어느 날 응구가 무릎을 꿇고 앉았다.
“제가 그 돈 백 량,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어요.”
“그게 무슨 소리냐?”
아버지는, 응구가 돈을 훔쳤다가 아비가 식음을 전폐하니 이제 내놓는가 보다 했다. 응구는 그 돈이 사라진 사정을 정직하게 고백했다.
“왜 이제야 말하는 것이냐?”
“돈을 훔쳐 간 다음 날 바로 말했다면 당장 달려가 돈을 찾아왔겠지요. 그러면 그 친구 아버지는 영영 옥에 갇히고 맙니다. 이제 옥에서 나왔으나 말씀드리는 겁니다.”
“세상에! 세상에! 네가 훔쳐 가라 했단 말이지? 댓기놈! 그 친구가 도둑이 아니고 네가 도둑이구나.”
아버지는 야단을 쳤지만 속으로는 감탄했다.
--- pp.23-25

1882년 여름 어느 날, 22살의 손병희에게 조카 손천민(孫天民)이 찾아왔다. 그는 이복형의 아들로 7살 연상이었다.
“당숙, 그간 별고 없으셨습니까?”
“어서 오시게. 조카님도 잘 지냈는지요? 여기 앉으시게”
“네. 조용히 드릴 말씀이 있어 왔습니다.”
두 사람은 마주 보고 앉았다.
손천민은 쾌활한 성품이어서 우스개도 곧잘 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여간 점잖게 나오는 게 아니었다.
“그래 무슨 일로?”
“당숙께서도 동학에 대해 들어보셨지요?”
동학. 뜻밖의 말이 조카의 입에서 나왔다.
“동학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나? 듣기야 많이 했지.”
그렇지 않아도 궁금하던 참이었다.
“당숙님, 제가 동학에 입도했습니다.”
손병희 얼굴에 놀라움과 호기심이 떠올랐다. 나라에서 금하는 동학이라는 걸, 손병희도 모르지 않았다.
“조카님이 동학이라….”
손병희가 관심을 보이자 손천민은 자신있게 입을 열었다.
“당숙님, 동학을 믿으면 삼재팔난을 이길 수 있습니다. 약을 먹지 않아도 병이 스스로 물러가요. 흉년이 들어도 굶주리지 않게 되고 난리가 나도 미리 알게 되어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당숙님도 동학에 들어오십시다. 또 무슨 일이나 소원을 이루게 되어 잘살게 될 것입니다.”
--- pp.48-49

그러나 나라에서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더욱 거칠게 동학을 탄압하였다. 나라의 명에 따라 포졸들이 집으로 가려는 동학교도를 잡아들이기 시작했다. 왕의 전교는 속임수였다.
최시형의 뜻을 따라 온건파에 속했던 손병희는 나라의 이런 처사에 마음을 바꾸지 않을 수 없었다. 최시형도 크게 분노하였다.
나라의 속임수로 광화문 교조 신원이 실패로 끝나고 서울로 올라갔던 교도들까지 체포당한 데다 관헌들의 약탈은 더욱 심해졌다.
광화문 복합상소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1893년 3월 중순, 최시형의 명을 받은 동학교도 3만여 명은 다시 보은 장내로 모여들었다. 〈척왜양창의〉 5자를 새긴 깃발을 휘날리며 보름 동안 시위를 벌였다.
척왜양창의. 이 깃발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 세력이 나라 깊숙이 침투하여 왕은 이미 허수아비 같은 신세로 전략했고 서양 세력들도 호시탐탐 우리 땅을 노리고 있었다. 나라의 권세가들이 일본의 눈치를 보며 그들의 앞잡이 노릇을 할 때 동학도들은 평화적인 시위를 하며 나라를 지킬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보은집회의 시위는 우리 역사상 최초의 평화적 시위로 손병희는 이 집회에서 충의대접주로써 확실한 지도력을 보여 주었다. 3만여 명을 흐트러짐 없이 질서를 잘 지킬 수 있도록 지도하여 시위에 참가하지 않는 일반 백성들에게까지 깊은 인상을 심어 주었고 동학교도들에게는 ‘손병희는 뭔가 다른 사람이다. 보통 사람이 아니야.’하는 확실한 믿음을 심어 주었다.
이 보은집회의 규모에 놀란 조정은 급히 보은 군수를 현지에 급파하여 동학교도들을 해산시키려 했다.
--- pp.71-72

일제의 만행이 계속되는 가운데 제1차 세계 대전(World War I)이 터졌다. 제1차 세계 대전은 1914년 7월 28일부터 1918년 11월 11일까지 일어난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세계 대전이다. 전 세계의 경제를 두 편으로 나누는 거대한 강대국들 동맹끼리의 충돌이다. 대영제국, 프랑스, 러시아 제국의 연합국에 맞선 독일 제국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있는 동맹국이다.
연합국의 승리로 끝난 이 전쟁은 사망자가 가장 많았던 전쟁 중 하나로 병사 90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사망자는 병사만이 아니라 무고한 시민들도 셀 수 없이 희생되었다.
- 전쟁으로 인명 피해가 너무 심했다.
-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 이런 참혹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한다.
이런 주장들이 세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며 1919년 1월 프랑스 파리에서 세계평화를 위한 파리 강화 회의가 열렸다. 여기서 미국의 윌슨 대통령은 그 민족의 문제는 그 민족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민족 자결주의(民族自決主義)를 발표하였다. 어떤 민족도 다른 민족의 간섭을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의 이 민족자결주의는 우리처럼 강대국의 식민지로 있던 여러 약소민족에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었다.
이 소식은 우리나라에도 전해져 독립을 꿈꾸는 국민들에게 큰 응원이 되었다.
‘우리도 힘을 모아 일본에 맞설 수 있다는 것을 세계만방에 알려야 한다. 더 늦기 힘을 모아 우리의 절실한 마음을 세계에 알리자.’
손병희는 더 늦출 수 없다는 절박감을 느꼈다.
‘우리가 뭉친 힘을 과시하면 일본도 세계 여러 나라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pp.116-117

1919년 2월 28일 밤. 33인 민족 대표 중에서 서울에 있던 23명이 가희동 손병희 집에 비밀스럽게 모였다. 코앞에 다가온 거사에 대한 최종 점검을 위한 모임이었다.
“우리가 내일 탑골 공원에서 모이기로 한 게 아무래도 마음에 걸립니다. 우리 측 비밀 요원들이 독립운동 인쇄물을 뿌리면 학생이며 일반 시민들이 많이 모일 텐데 그러면 일본 경찰이 가만있겠습니까? 군중심리가 폭발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할 수 없어요.”
“우리 모임은 어디까지나 비폭력 평화적인 모임으로 나가자 했는데 경찰이 강제로 해산시키려 할 것이고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이 일어날 수 있어요. 잡혀가더라도 우리가 잡혀가야지 학생이나 시민이 잡혀가선 안 됩니다.”
“그렇습니다. 온갖 억지를 다 붙여 끌고 갈 것입니다.”
여러 이야기 끝에 처음 모이기로 했던 탑골 공원 대신 음식점인 명월관 지점 태화관으로 정해졌다.
--- pp.135-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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