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겨울 저녁에도 마치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언제나 새날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선생은 제가 대선에서 패배해 좌절해 있을 때 ‘처음처럼’ 글씨와 책과 같은 풀이가 그대로 담긴 서예작품을 제게 주셨습니다. 선생이 전시회에 출품한 작품이었는데, 표구 그대로 보내주신 것입니다.
벽에 걸린 ‘처음처럼’을 볼 때마다 선생이 그 글씨를 주신 뜻을 생각합니다. 선생은 남에게 글씨를 써줄 때 받는 상대를 생각하면서 문구를 골랐습니다.
‘우공이산(愚公移山)’
노무현 대통령 퇴임을 앞두고 선생이 노대통령에게 써준 글씨입니다.
“어리석은 노인의 우직함이 산을 옮깁니다.”라는 풀이가 달려 있었습니다.
노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거창한 약속이나 구호보다 한걸음, 한걸음 목표를 달성해 가는 우공이산의 심정으로 국정운영에 임하겠다.”고 각오를 밝힌 바 있었습니다. 그 말을 퇴임 때 글씨로 되돌려준 것입니다.
--- 「2016년 3월 5일, 『처음처럼』(신영복) 독후감」중에서
공산권 국가들과 수교하고 북한과 남북기본합의서를 체결했던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이야말로 우리 외교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대전환이고 결단이었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는 그 정책을 계승하고 발전시켰습니다. 그럴 때 남북관계는 발전했고 상대적으로 평화로웠으며, 균형외교도 증진되었습니다. 국민소득이 큰 폭으로 증가하여 국민소득 2만불 시대와 3만불 시대로 도약한 것도 이 때였습니다.
그렇지 못했던 정부에서는 정반대의 일이 일어났습니다. 남북관계는 후퇴하고 평화가 위태로워졌으며, 국민소득까지도 정체되거나 심지어 줄어들었습니다. 이처럼 확연히 비교되는데도 아직도 냉전적 사고에서 헤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역대 정부가 평화를 위한 정책에서 일관성을 가지고 이어달리기를 했다면 남북관계와 안보 상황, 그리고 경제까지도 얼마나 달라졌을까 생각해 봅니다.--- 「2023년 7월 3일, 『평화의 힘』(최종건) 독후감」중에서
박노해 시인의 최신작 『눈물꽃 소년』은 참 반가운 책입니다. 그를 오랜만에 책으로 만날 수 있어서 반갑고, 그의 건재함을 확인할 수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저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동질감을 느낄 수 있어서 더 반가웠습니다.
『눈물꽃 소년』은 시인이 어린 시절을 회상한 자전적 에세이이며 성장기입니다. 어둡고 가난하고 서럽던 시절의 이야기지만, 소년을 성장시킨 것은 가난과 결핍이 아니라 가족 간의 사랑과 따뜻한 이웃의 인정이었습니다. 소년에게 삶에 대한 성찰과 지혜를 가르쳐준 에피소드들을 읽다보면, 그 시절이 그립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지금 우리는 물질적인 풍요를 얻은 대신 얼마나 많은 것을 잃고 있을까요?
40년 전 오윤의 투박한 흑백 목판화를 표지로 해서 나온 시인의 첫 시집 『노동의 새벽』을 읽으며 받았던 충격과 감동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도 저도 젊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렇게 불꽃같은 시를 쓰면서 혁명을 꿈꾸었고, 긴 옥고를 치른 이후에는 생명평화운동에 자신을 바친 시인의 원형을 이 책의 소년의 모습에서 봅니다.
--- 「2024년 3월 12일, 『눈물꽃 소년』 독후감」중에서
저는 책을 읽지 않는 요즘 세태가 무척 걱정스럽습니다.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더 많은 지식을 더 빠르게 얻을 수 있겠지만, 지식을 넘어서는 종합적인 사고체계와 인격을 형성하는 역할까지 책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요즘 우리 정치,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독서의 부족이 원인으로 보일 때가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출판시장 규모가 세계 7위권인데 비해, 국민들의 연간 평균 독서량은 OECD 국가 중 하위권이라고 합니다. 책은 많이 출판되고 있지만, 읽지 않는 책이 많다는 뜻입니다. 대학진학률이 높아져도 졸업하면 손에서 책을 놓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학력이 높아졌는데도 문해력이 크게 떨어진 것도 책을 읽지 않고 모바일에 지식과 정보를 의존하는 탓입니다.
--- 「지은이의 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