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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는 너의 눈치를 살핀다

: 우울증을 앓는 딸에게 사랑으로 써 내려간 엄마의 일기

[ 개정판 ]
리뷰 총점9.2 리뷰 5건 | 판매지수 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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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60쪽 | 320g | 113*198*17mm
ISBN13 979117217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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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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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최상의 길은 아니더라도, 되도록 견디기 쉽다고 생각하는 길을 선택했으면 좋겠어. 조금이라도 편안한 길을 선택하라고 말하는 것 외에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엄마는 모르겠다. 사랑한다, 내 딸.
--- p.10

나는 조금씩 변해갔다. 무언가를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이제 아이와 놀아주는 건 놀이가 아니라 학습이었다. 아이큐를 향상시키는 블록들은 쌓여갔다. 놀이로 둔갑한 공부 시간에 집중력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은근히 아이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세 살이 되었을 무렵, 아이의 입에서 다시 한번 믿을 수 없는 말이 나왔다.
“엄마, 나 키우기 싫어?”
--- p.80

나를 질책하지 마시라. 엄밀히 말하자면 나는 잘못이 없다. 나는 단지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 어리석음과는 조금 다른 ‘무사유의 인간’이었다. 무의미한 계획만을 세우는 인간이었다. 아이를 보내기 전 마지막 계획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깨끗하게 씻겨서 엄마가 없는 빈자리에 묻은 땟국물까지 완벽하게 씻어내야 한다. 나의 주말은 그렇게 고단하게 끝났지만, 최선을 다한 만큼, 딱 그만큼 마음이 편해졌다.
--- p.119

포기라는 단어에 왜 그렇게 민감하게 굴었는지 모르겠다. 아이가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포기하면 안 되는 것들은 따로 있다고.

― 의미 있는 도전
― 인간답게 사는 것
― 받을 것을 계산하지 않고 주는 마음
― 불의에 저항하는 마음 같은 것들

이 세상엔 포기하면 안 되는 중요한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 부끄러웠다. 그동안 철들지 않은 채 어른이 되고 엄마가 되었다. 나를 표백제에 담갔다가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길 기다린 다음, 있는 힘껏 치대고 빨아서 깨끗한 물에 여러 번 헹구고 싶다.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 빨고 나면 훨씬 괜찮은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 p.159

지금은 우리가 추억을 만들 시간이라고 생각하자. 다행스럽게도 시간은 충분하다. 며칠씩 씻지 않아서 냄새나는 몸으로 살았던 시절도 추억거리로 만들자. 내 인생에 이런 일이 있었어. 그때는 죽고 싶었었지. 하며 어딘가 깊어진 눈으로 말하는 날이 올 거라고 믿자.
--- p.172

딸의 삶에 지금보다 편안하고 즐거운 일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유치한 농담에도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를 바란다. 하나 마나 한 실없는 이야기들로 밤을 지새웠으면 좋겠다. 일상의 곳곳에 숨어 있는 빛나는 순간들을 찾아내 온 마음을 다해 그것들을 즐겼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그동안 엄마가 보여준 수많은 헛다리와 삽질을 교훈 삼아 이참에 인생의 노선을 확실하게 변경했으면 좋겠다.
--- p.202

변하지 않아도 매우 아름다울 수 있음을 숲에서 배운다. 그냥 먹고, 자고, 보고 어떤 대단한 계획을 세우지 않고도 충분히 살아진다는 것. 무언가를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 우리 삶에서 가림막 하나만 치워버리면 얼마든지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을 사려니숲에서 깨닫는다. 어려운 때일수록 숲처럼 한적한 곳에 가서 홀로 서 있어야 한다. 불안하던 마음이 천천히 안정을 찾으면 딸에게 마음의 말을 한번 걸어보려 한다.
내 딸, 그동안 잘 버텼다. 이제는 숲에 서 있는 것처럼 마음껏 숨을 쉬렴.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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