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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야 하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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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3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74쪽 | 152*225*20mm
ISBN13 9788963013466
ISBN10 8963013464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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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소농(小農)으로 살면서 대농(大農)이 부럽지 않은 건 문수산과 수시로 마주할 수 있어서다. 계절마다 색다른 무늬로 다가오는 저 듬직한 산, 봄에 이 꽃 저 꽃들이 아름다워 좋고, 여름이 다하도록 소나무들이 푸르러서 좋은데, 참나무가 단풍 든 가을에는 낙엽을 밟아가며 산 정상까지 오를 수 있어서 좋다. 함박눈이 온종일 내리는 겨울날에는 문수산 바라보며 시 한 수 읊조릴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매달 초승과 그믐에 찾아오는 눈썹달을 남편과 둘이 바라볼 땐 여기가 바로 천국이다.
--- 「文殊山에 물들다」 중에서

어느 작가는 ‘삶이란 한 권의 책을 쓰는 것’이라 하는데, 나는 삶의 책을 무엇으로 채우기는 하는가, 지나친 욕심으로 책장을 허투루 넘기는 건 아닐지 싶다. 그러나 지금도 늦지 않았다. 그늘진 삶이 아니라, 햇살 바른 양지에서 웃음 가득, 기쁨가득으로 삶의 책장을 하나하나 꼼꼼히 채워나갈 것이다. 그리고 따끈한 계란 손에 든 가을에 고할 것이다. 나의 삶은 달걀이 아니라, 삐악 병아리 찾아 나서는 어미 닭의 자화상이라고 말이다.
--- 「삶은 鷄卵이다」 중에서

막내딸 책 읽는 소리에 흐뭇해하시며 새벽녘 이불 속에서 기도문 잘 따라 한다고 기뻐하시던 어머니, 찔레꽃 필 무렵에도 비가 내리고, 씨앗 넣고 비닐로 덮어씌워 예전처럼 땡볕 아래 김매는 일도 없는데, 이앙기로 모심기 하는 날 자동차로 새참 실어 나르는 나의 모습을 보여드렸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들깨 모종 끝낸 후 새콤달콤한 자두를 두 접이나 땄다. 한 입 깨문 자두가 시어서 눈물이 나오는 것인지, 오늘따라 어머니를 보고 싶은 내 마음이 뭉게구름 저 너머 고향집 앞마당을 서성이는데, 대낮에 소쩍새가 끊임없이 노래하고 있다.
--- 「소쩍새 우는 계절」 중에서

욕심을 버려야 네게 다가온다는 작은 행복이란 말처럼 그렇게 느끼기가쉽지는 않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면 금방 달려오는 바로 그것, 오늘 서둘러 파란 고추이파리와 애 고추를 땄다. 너무 많은 고춧잎을 앞치마에 담았으니, 걸음걸이가 무척 불편하지만, 작은 행복이 치마 한가득 넘친다. 가스 불에 두 솥이나 삶아놓고 맛있게 먹어 줄 식구들을 생각하면서 행복이라는 이름의 그분도 함께하고 있음을 본다. 행복이라는 짧은 단어를 입에 올리는 순간만이라도 나도 남들처럼 행복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 절반은 냉동실에 넣어 놓고 절반은 햇볕에 바짝 말려서 무말랭이장아찌를 담글 때 곁들여 넣으면 그 속에서도 가을볕같이 따뜻한 행복이 따라오지 않을까 싶다. 입맛을 돋워 줄 짭조름한 장아찌 생각으로 오늘 밤도 가슴이 들떠 영 잠이 오지 않는 이것도, 행복한 나만의 의미 있는 누림이다.
--- 「소소한 행복」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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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에게 까미와 하미는 닭이요 학이요 바람이요 어미요 자식이다. 병아리에서 어미 닭으로 성장하는 모습과 보살핌에서 자식을 품어 기르고 뒷바라지하는 어머니의 따뜻함이 배어난다. 추운 겨울에는 손이 시린 대로, 따뜻한 봄에는 온풍의 기운으로 밭에서 주방에서 마당에서 책상에서 소리 없는 바람처럼 생명을 보듬고 살아왔다. 앞마당에 달이 뜨면 달이 예쁘고 앞산에 소쩍새가 울면 어머니를 그리며 하느님의 사랑을 가슴에 품고 기도하며 살아온 세월이다.
- 정현채 (<김포 문화와 역사>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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