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芥川?之介, 1892~1927) 동경에서 태어나 생후 7개월쯤 모친의 정신질환으로 외가에서 자란다. 모친의 정신병이 유전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그의 평생을 따라다녔다. 외가인 아쿠타가와가는 대대로 에도성의 차실을 관리하는 오쿠보즈를 역임해 온 유서 깊은 집안이다. 이러한 가풍의 영향으로 일찍이 문예와 예능에 눈을 뜬다. 동서고금을 아우르는 풍부한 독서 경험은 아쿠타가와 소설에서 참신한 소재, 세련된 기교와 장식적인 문체를 형성하는 데 기초가 되었다. 엘리트 코스를 밟았고 도쿄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300편이 넘는 작품 가운데 단편소설이 150여 편을 차지한다. 장편은 거의 쓰지 않았고 단편 소설가로 잘 알려져 있다. 설화, 기독교, 문명개화, 에도시대, 일상 등의 다채로운 소재와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지금까지도 널리 읽힌다. 스트린드베리, 아나톨 프랑스 등 19세기 서구문학의 영향 아래 형성된 인간관을 표현한 초기 단편, 『라쇼몽』 『코』 『이모가유』등 설화에 기초한 역사소설은 일본 내 ‘자연주의문학’과 결을 달리하는 ‘탐미주의’, ‘신이상주의’와 더불어 새로운 문학의 출현을 알렸다. 더욱이 『게사쿠 잔마이』 『지옥변』에서는 일상의 문제를 예술로 승화하는 ‘예술지상주의’를 표현하여, 다이쇼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 반열에 오른다. 아쿠타가와 소설은 설화에서 소재를 가져온 작품 외에, 현실과 일상에 눈을 돌린 현대소설물 (『손수건』 『밀감』 『가을』), 메이지 초기 개화기를 그린 개화물 (『개화의 살인』 『무도회』), 기독교가 전파된 16세기가 배경인 기독교물 (『남경의 그리스도』 『신들의 미소』), 만년에 심경의 변화를 고백한 고백소설물로 분류된다. 중국 여행(1921.3~7) 이후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고, 자형의 자살로 남겨진 빚을 떠안고 누나 가족을 돌봐야 하는 상황이 겹치면서 어려움에 부닥친다. 거기에다 창작과 관련해서는 소재의 고갈과 1920년대 프롤레타리아 문학이 문단의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본인의 문학 신념을 저버리는 듯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예술파의 입장을 고수했지만, 예술관의 혼란을 겪으면서 만년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사소설을 쓰기도 했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라는 말을 남기고 35세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죽음을 앞둔 살풍경한 심정 고백은 『점귀부』 『겐가쿠 산보』 『톱니바퀴』 『어느 바보의 일생』을 통해 엿볼 수 있다. 그의 사소설은 대체로 낮게 평가되지만, 유고인 『톱니바퀴』는 걸작으로 꼽힌다. 다이쇼 시대가 끝나고 찾아온 그의 죽음은 새로운 시대의 변화를 알리는 사건으로 문단과 지식인들 사이에 크나큰 충격을 안겼다. 그의 절친인 기쿠치 간에 의해 제정된 ‘아쿠타가와상’은 오늘날 신인 소설가에게 최고의 권위 있는 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역자: 고여람 사무직으로 근무하다가 전직을 위해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다양한 일본 콘텐츠를 접했다. 유학 중에 읽었던 원서들을 직접 번역하면서 번역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옮긴 책으로 『런던탑』『일본 번역가가 들려주는 번역 이야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