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이 아홉 살 되던 해 겨울, 바깥에는 눈이 내리고 워런은 누이동생 버티와 함께 마당에서 논다. 워런은 눈송이를 손으로 잡는다. 그러다가 손으로 한 움큼 눈을 뭉친다. 점점 더 많은 눈을 붙인다. 제법 큰 공 모양의 눈뭉치가 된다. 소년은 이제 이걸 땅에 내려놓고 굴리기 시작한다. 눈뭉치는 눈덩이가 되고, 이 눈덩이는 점점 커진다. 신이 난 소년은 마당을 가로질러 눈덩이를 굴리고, 눈덩이는 더욱 커진다. 이윽고 눈덩이는 소년의 집 마당 끝에 다다른다. 잠시 망설이던 소년은 마침내 결심하고 이웃집 마당으로 눈덩이를 밀고 간다. 워런은 계속 눈덩이를 밀었고, 이제 그의 시선은 눈 덮인 온 세상을 향했다. --- 「시작하기 전에」 중에서
이런 모습을 보면, 죽어서 천국에 간 어떤 석유 시굴자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성 베드로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네 기록을 다 살펴보았는데, 너는 천국에 갈 수 있는 모든 자격을 갖추었더구나’라고요. 그리고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여기 천국에서는 구역 법칙이 엄격해서 석유 시굴자는 모두 저 우리 안에서 지내게 한다. 그런데 보다시피 저곳이 발 디딜 틈도 없이 꽉 차서 네가 들어갈 자리가 도저히 나지 않겠구나’라고요. 그러자 석유 시굴자는 ‘내가 고함 한마디만 질러도 괜찮겠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성 베드로는 별로 어려운 부탁도 아니어서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석유 시굴자는 두 손으로 손나팔을 만들어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지옥에서 석유가 발견되었다!’ 그러자 철장의 자물쇠가 떨어지더니 철장 안에 있던 석유 시굴자 들이 번개처럼 바깥으로 튀어나와서 곧바로 지옥으로 달려갔습니다. 성 베드로가 말했습니다. ‘머리를 제법 잘 쓰는구나. 그럼 이제 들어가서 편히 쉬어라. 공간은 아주 충분하겠구나.’ 그러자 석유 시굴자가 잠시 망설이면서 아무 말 하지 않더니 이랬습니다. ‘잠깐만요, 나도 그 친구들 따라서 지옥으로 가봐야겠습니다. 소문이 그렇게 나고 사람들이 모두 간 걸 보면 아무래도 진짜로 뭐가 있지 않겠습니까?’라고요. 주식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이렇게 느끼고 행동합니다. 떠돌아다니는 소문에 진짜로 뭐가 있을 거라고 너무 쉽게 믿어버린다는 말입니다. --- 「2. 선 밸리」 중에서
워런은 시간에 대해서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복리는 현재를 미래와 맺어주었다. 만일 오늘의 1달러가 몇 년 뒤의 10달러가 된다면, 오늘의 1달러와 몇 년 뒤의 10달러는 동일한 것이었다. 워런은 이런 생각을 했다. 워런은 친구인 스튜 에릭슨의 집 현관 앞 계단에 앉아서 자기는 서른다섯 살에 백만장자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1941년이라는 불황의 시대에 살던 어린이가 하기에는 터무니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워런이 계산한 대로라면(그리고 그 책이 일러준 대로라면) 분명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에게는 아직 25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었다. 비록 돈이 조금 더 필요했지만, 그는 해낼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일찍부터 돈을 더 많이 모으면 모을수록 돈을 더 오랫동안 굴릴 수 있고, 그러면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도 그만큼 더 높아질 수 있었다. 그리고 일 년 뒤, 워런은 자기 실체의 핵심을 사람들에게 선보였다. 1942년 봄에 그의 재산은 120달러나 되었다. 이런 그의 모습에 가족들이 놀라고 대견해했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 「8. 천 가지 방법」 중에서
그 이전에는 이발소에 핀볼 기계를 설치할 생각을 했던 사람이 아무도 없었지만, 두 아이는 에리코를 찾아가서 그런 제안을 했다. 에리코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두 아이는 핀볼 기계의 다리를 떼어내고 댄리의 아버지 차에 실어서 이발소까지 날랐다. 그리고 예상은 적중했다. 첫날 저녁에 워런과 돈이 장사가 잘되나 보려고 갔을 때, 모두 합하면 4달러 가까이 되는 동전들이 기계 속으로 들어갈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에리코는 좋아했고, 그때부터 핀볼 기계는 줄곧 그 자리를 지켰다. (…) 모두 25달러였다. 핀볼 기계를 한 대 더 살 수 있는 돈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윌슨 씨’의 핀볼 기 계는 일고여덟 개로 늘어나서 오마하의 이발소마다 한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여기에서 워런은 자본의 기적을 목격했다. 돈이 마치 직업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처럼 자기 주인을 위해서 돈을 벌어다 주었던 것이다. --- 「12. 사일런트 세일즈」 중에서
“그러니까 나는 꽁초 하나를 샀던 겁니다. 이 꽁초에 불을 붙여서 피우려고 했죠. 길거리를 가다 보면 꽁초가 보일 겁니다. 축축하기도 하고 역겹기도 해서 꽁초를 줍기가 꺼림칙합니다. 하지만 공짜잖아 요. (…) 어쩌면 연기를 한 모금 빨아들일 수도 있고요. 그런데 버크셔는 그 한 모금 빨아들일 것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그냥 축축한 꽁초일 뿐이었습니다. 그 꽁초를 나는 입에 물었습니다. 그게 1965년 의 버크셔 해서웨이였습니다. 그 꽁초에 엄청난 돈을 묶어버렸던 겁니다.” --- 「27. 어리석음」 중에서
정서적인 교류를 찾아서 늘 바깥으로 손을 뻗고 있던 수지는 훗날 자기 남편이 결코 정서적으로 부족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말을 했다. 단지 자기감정을 바깥으로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런 데 워런이 강력한 정서적 유대감을 느꼈던 대상이 친구들과 투자자들이었던 것은 분명해 보였다. 이들에 대해서 워런은 강한 의무감을 느꼈으며, 이들을 사실상 가족으로 여겼다. 워런의 가족들은 워런의 이런 모습을 특히 뚜렷하게 인식할 수밖에 없었다. 워런은 가족 행사에 참가할 땐 다른 무언가에 정신이 팔린 채 의례적인 태도로 행동했는데, 이런 모습은 친구나 투자자를 대할 때의 모습과 확연히 달 랐다. --- 「33. 풀림」 중에서
워런은 케이에게, 언론사를 인수하려는 사람에게는 회계 문제가 상당한 부담이어서 언론사를 인수하는 일은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려고 애썼다. “그러자 케이는 ‘무형 자산의 감가상각이 우리에게 문제를 일으킵 니다’라는 식으로 말하면서 으스댔습니다. 하워드는 케이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케이, 무형 자산의 감가상각이라는 게 무슨 뜻입니까?’ 바로 그 순간, 아 정말 대단했습니다. 케이는 그대로 얼어붙었죠. 완전히 마비 상태나 다름없었습니다. 하워드는 그런 모습을 즐기더군요. 내가 끼어들어서 그게 무슨 뜻인지 하워드에게 설명했습니다. 내가 설명을 모두 마치자 케이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바로 그거예요.’” 워런은 사이먼스보다 한 수 앞지르는 것을 즐기며 게임을 짧게 끝 냈고, 우회적으로 교묘하게 케이를 방어하고 나섰다. 케이의 딱딱하던 미소가 느슨하게 풀어지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부터 우리는 서로에게 가장 좋은 친구가 되었죠. 전 원탁의 기사 랜슬럿이 되었습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위대하게 빛나던 장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녀에게 패배를 승리로 바꾸 어 주었던 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