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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처럼 문학 읽기

: 작품 속 숨은 의미를 찾아내는 문학 독서의 기술

[ 개정증보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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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6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472쪽 | 686g | 152*225*22mm
ISBN13 9788993111460
ISBN10 8993111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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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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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베테랑 독서가는 세부 사항을 모두 기억하는 대신 이야기 속에 숨어있는 패턴이나 상징, 원형 등을 찾아낼 것이다. 그렇다면, 상징을 찾아내는 안목, 패턴을 인지하는 관찰력, 강력한 기억력, 이 세 가지가 결합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구체적인 예를 살펴보자.
---「서문: 어떻게 그럴 수 있지?」중에서

원정의 진정한 목적은 표면적인 이유와 전혀 무관하다. 오히려 주인공은 그 임무를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길을 떠나고, 우리는 왜 그것에 관심을 갖는 걸까? 주인공은 표면적인 과제를 자기의 진정한 임무로 착각하고 길을 떠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원정이 깨달음의 과정임을 알고 있다. 주인공 자신은 잘 모르지만 원정의 진정한 목표는 바로 그들 자신이다. 다시 말하면 원정의 진정한 목적은 언제나 ‘자각’이다.
---「모든 여행은 하나의 원정이다」중에서

그 어떤 작가도 음식이나 음료를 이토록 상세히 묘사한 적이 없고, 어떤 소설가도 이처럼 횡렬, 종렬, 대적하는 양쪽 끝, 보초, 군복, 정렬, 분대, 견장을 동원해 전투 준비를 하는 군대를 연상시키려고 애쓰지 않았다. 작가에게 어떤 목적이나 특별한 의도가 있지 않고는 이런 문단을 쓸 수가 없다. 천재 제임스 조이스는 다섯 개 정도의 목적을 갖고 이 문단을 썼다. 하지만 그 핵심은 역시 독자들을 그 순간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독자로 하여금 식탁에 바짝 다가앉게 함으로써 이 만찬회의 생생한 현실감에 빠져들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날 저녁 내내 지속되는 긴장과 갈등을 보여주면서…(중략)
---「같이 식사할 수 있어 기쁩니다: 친교의 행위」중에서

간단히 말해 엘리자베스 시대든, 빅토리아 시대든, 현대든, 뱀파이어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착취이며,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다른 사람을 이용하는 행위이다. 주체할 수 없는 자기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타인의 생존 권리를 부인하고, 우리의 (특히 추악한) 욕망을 타인의 안녕보다 우위에 두는 행위를 상징하는 것이 바로 뱀파이어의 생리이다. 뱀파이어는 (사실 저녁이 되겠지만) 아침에 일어나 이렇게 말한다.

“죽음을 피하려면 나보다 덜 중요한 누군가의 생명력을 훔쳐야 해.”

월스트리트의 투자가들도 본질적으로 이와 똑같은 말을 내뱉는다고 나는 항상 생각한다. 인간이 주변 사람을 착취하고 이기적으로 이용하는 한 뱀파이어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
---「당신을 먹게 되어 기쁩니다: 뱀파이어들의 소행」중에서

유사성을 발견했으면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이때 독자는 대개 이전의 몇몇 작품에서 친숙한 구성 요소를 찾아낸 뒤, 환상적이거나 풍자적이거나 비극적이거나 아니면 어떤 다른 효과를 느끼게 할 비교와 유추 과정을 시작한다. 이런 식으로 작품을 읽으면 표면적인 줄거리 뒤에 숨은 더 깊은 의미를 간파하게 될 것이다.
---「이 여자를 어디서 봤더라?」중에서

온갖 욕설이 난무하는 영화 〈펄프 픽션〉을 보면 새뮤얼 잭슨이 성경 구절을 베수비오 화산처럼 쏟아내는 장면이 있다. 그 구절은 종말론적인 수사와 이미지로 가득 차 있다. 우리는 그의 언어 행태에서 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쿠엔틴 타란티노가 한때 성경에 관심을 가졌음을 알게 된다. 비록 영화 속에서 그가 구사하는 언어는 상스럽기 그지없지만 말이다. 제임스 딘이 찍은 영화의 제목은 왜 ‘에덴의 동쪽’인가? 그것은 이 영화의 원작자인 존 스타인벡이 창세기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썼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에덴의 동쪽은 타락한 세상을 의미한다. 사실 타락한 세상이야말로 우리가 유일하게 알고 있는 세상이고, 제임스 딘이 등장하는 영화라면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아니면 혹시 성경?」중에서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꺼져라, 꺼져라― Out, Out―」(1916)는 잠깐 방심한 사이에 일어난 실수와 이로 인해 야기되는 끔찍한 폭력을 그리고 있다. 농장에서 일하는 한 소년이 전기톱으로 작업을 하다가 저녁 먹으라는 소리에 잠깐 한눈을 파는데, 그 순간 마치 살아있는 듯 으르렁거리며 돌아가던 톱날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소년의 손을 잘라버린다. 이 뛰어난 시에 대해 유념할 것은 그 내용이 극히 현실적이라는 점이다.(중략) 이 시에서는 아동 노동이나 농기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그보다 훨씬 심오한 문제를 다룬다. 이 시에 그려진 물리적 폭력은 인간이 우주와 맺고 있는 근본적으로 적대적인 관계, 또는 최소한 무심한 관계를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다.(중략) 이 시에 그려진 자연은 인간의 죽음에 대해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는다. 시인은 고아와도 같은 인간의 처지를 강조하기 위해 폭력이라는 매개체를 사용했다. 차갑고 적막한 우주 안에서 죽음과 직면할 때 인간은 부모도 없이 공포에 질려 있는 외로운 고아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아픔 그 이상의 의미…: 폭력에 관하여」중에서

자유를 비롯해 탈출, 귀향, 영혼의 성장, 사랑도 마찬가지다. 작가는 비행이라는 한 행위를 통해 많은 것을 시도할 수 있다. 토니 모리슨의 『솔로몬의 노래』말고 다른 작품에서는 어떨까? 예컨대 〈E.T.〉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이 고전 영화에서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떠나는 상황은 어땠는가? 순응, 새로움에 대한 적개심, 외국인 혐오증, 의심, 상상의 결핍을 대표하는 어른들은 어린 주인공들을 억압하고, 심지어 바리케이트를 설치한다.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으려는 찰나, 자전거가 땅에서 떠오르고 어린 주인공들은 지상에 얽매여 있는 어른들로부터 벗어난다. 탈출? 맞다. 자유? 그렇다. 경이? 마법? 물론이다. 이렇게 말하면 더욱 명확할 것이다. 비행은 자유다.
---「상상의 나래를 펴다」중에서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D.H.로렌스의 작품은 「목마와 소년」(1932)으로, 엄마를 기쁘게 해주고 싶어 하는 한 소년에 관한 이야기다. 소년의 아버지는 사업에 실패했고 그래서 돈을 중시하는 엄마를 크게 실망시킨다. 아들 폴은 자기도취에 빠진 엄마가 가난 때문에 괴로워하고, 불만에 싸여있고, 자신을 비롯해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감지한다.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이유가 가난 때문이라고 생각한 소년은 지칠 때까지 목마를 열심히 타면 다가오는 경마 대회의 우승자를 맞힐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여기서 잠깐 작품의 한 부분을 살펴보자.(중략) 여러분이 뭐라고 하든 나는 이 부분이 자위행위를 그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단편을 가르치면서 나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학생들이 나와 똑같이 생각하도록 유도한다. 보통은 낯이 두껍고 통찰력이 뛰어난 학생들이 한두 명은 있게 마련이어서 이들은 능글맞게 웃거나 조심스러워하며 내가 원하는 질문을 해주었다. 그러면 두세 명의 학생이 자기들도 어느 정도 그렇게 생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지만 감히 그런 결론을 내리지는 못하는 눈치였다. 다른 35명의 학생들은 천장이 무너지기라도 할 것처럼 위만 쳐다보고 있었다.
---「문학에서의 섹스」중에서

섹스 장면을 글로 써 본 적 있는가? 농담이 아니다. 꼭 한 번 직접 써 보라. 제대로 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조건을 달자면, 우선 당신이 인간이라는 종에 불과하다고 가정해야 하고, 명확한 글을 쓰기 위해 당신은 그저 그 행위에 참가하고 있는 두 사람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입장에 서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이 점만 기억하고, 두 주인공에게 당신이 원하는 어떤 행위든 다 시켜 보라. 그러고 나서 다음날이나 일주일, 한 달이 지난 후에 그 글을 다시 읽어보라. 그러면 대부분의 작가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즉 가장 친밀한 행위를 같이 하고 있는 두 인간을 묘사하는 것은 작가가 수행하는 작업 중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점이다.
---「섹스만 빼고…」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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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포스터의 〈교수처럼 문학 읽기〉는 뭔가 불길하다. 마치 무림 고수들 사이에서만 떠돌던 비전(秘傳)이 유출된 느낌이랄까? 문학 강의를 생계로 삼는 처지에서 보자면, 모두가 교수처럼 '쉽고 깊게' 문학을 읽는 날은 내가 전업해야 하는 날이다. 문학의 일반 문법과 함께 시시콜콜한 독서 비결까지 일러주는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다면 정말로 짐을 싸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정도 내공을 쌓은 사회라면 문학 교수로서 실직하더라도 문학 독자로서는 더없이 부듯할 듯싶다.
- 이현우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저자)
“훌륭한 교수와 함께 문학을 읽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이토록 실감나게 보여 준 책은 없었다. 정말 유용하고 통찰력 넘치는 이 책에서 토마스 포스터는 전문가와 일반 독자를 갈라놓는 해묵은 벽을 허물고 있다.”
- 제임스 샤피로 (컬럼비아 대학교 교수)
“토마스 포스터는 그의 뛰어난 학식을 일반 독자와 학생들에게 전수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우리 모두에게 큰 선물을 한 셈이다. 훈련된 눈, 조율된 귀, 간단한 암호를 풀 정도의 지적 능력만 있으면 문학 작품을 생생하게 즐길 수 있다.”
- 토마스 린치 (『 장의(葬儀)The Undertaking』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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