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인간은 어디까지 가까워질 수 있을까. 그리고 어디서 잠시 떨어져 있어야 할까. 쇼펜하우어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중략) 독일의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의 수상집 《인생론》에 실린 우화로 자립과 일체감, 두 욕망이 부딪칠 때 겪는 딜레마를 설명하는 ‘고슴도치 딜레마’는 쇼펜하우어가 서른에 쓴 원고다. 혼자 있으면 상대가 그립고 둘이 있으면 홀로 있고 싶어지는 인간
관계의 기본 원리를 설명한다. 고슴도치 딜레마는 후에 프로이트가 연구해 ‘발견과 채택’이라는 이론으로 심리학의 영역에 포함되었다. --- p.16, 「쇼펜하우어의 거리두기 (인간은 원래 외롭다)」 중에서
넓은 의미에서 결혼은 단순히 남녀의 성적 결합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법적, 경제적, 심리적 결합을 의미한다. 모든 사회가 형식은 달라도 혼인을 인정하고 사회 유지와 존속을 위한 인류 보편의 생존 형태로 간주했지만 결혼의 형태는 역사 단계와 각 사회의 종교적, 경제적, 민족적 요소에 따라 차이가 있다. (중략)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겼던 일부일처 기반의 결혼 제도에 위기가 찾아왔다. 핵가족화, 여성의 사회 진출, 출산 기피 등의 사회 변화 속에서 결혼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있다. 동성 부부의 등장이 새롭지 않으며,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갖는 싱글맘도 낯설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는 기존의 결혼 제도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 p.23, 「결혼이 정말 필요해? (출산율을 높인 동거 제도)」 중에서
철학에 기원을 두고 있는 심리학이 과학의 영역으로 들어온 시기가 19세기였으니, 진화심리학은 가장 활발하게 변화하고 있는 학문이다. 심리학의 연구 대상은 인간의 마음이다. 인간의 마음은 문명의 탄생이 시작된 고대에도 탐구의 대상이었다. 다만 동양에서는 수련의 대상으로 갈고닦으면 도의 경지에 이른다는 종교와 명상으로 발전했고, 서양에서는 몸과 마음이 별개라는 심신론으로 출발해 보편타당한 지식을 얻게 하는 주체로 간주되어왔다. 20세기 들어서는 마음은 뇌와 연결되어 있다는 인지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실험을 통한 검증으로 가설을 증명할 수 있는 과학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 p.52, 「학문에 한계는 없어 (심리학, 인지과학, 진화심리학)」 중에서
보고 만질 수 있는 육체와 달리, 정신은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어 신비의 대상으로 여겨왔고 지금도 그렇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과학이 제자리를 잡기 전, 불과 400년 전의 세계만 하더라도 ‘자연’ 역시 정신과 마찬가지로 이해할 수 없는 ‘그 무엇’이었으며 밤하늘의 변화는 신기하고 비밀스러운 세계였다. 인간 너머의 초월자가 지배하는 것으로 치부하던 과거와는 이제 다르다. 지금은 제한된 인간의 감각 영역보다 훨씬 더 넓고 깊은 범위의 자연 현상에 대하여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정확하게 자연을 기술하고 이해하고 있다.
--- p.117, 「마음과 뇌는 닿아 있다 (이 정도는 알면 좋은 인지과학)」 중에서
그렇다면 진리란 무엇일까. 과학과 달리 불교의 진리는 불변이 아니라 가변이다. 변하지 않고는 진리를 깨우치지 못한다는 말이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탁한 기운 혹은 갑옷과 같은 아집이나 집착과 같은 장애물을 걷어내지 않는다면 진리에 가까이 가지 못한다. 특히 불교에서는 진리마저도 변한다고 가르친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그 사실만이 불변이라는 것. 불교의 대표경전 금강경에서는 ‘깨트리지 못하는 것이 없다’는 본질적인 가르침이 담겨 있다.
--- p.152, 「불교와 나만의 길 (변하지 않고서는 진리를 깨우칠 수 없다)」 중에서
백화점 전체 매출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소수 고객의 존재는 많이 알려진 이야기이다. 소비력이 높은 소수 고객을 위하여 백화점은 VIP룸을 만들거나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선택과 집
중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파레토법칙은 바로 이러한 경향을 잘 설명해준다. 이는 드러난 결과의 대부분이 일부 원인 때문에 발생한다는 사실을 현실 세계의 관찰을 통해 얻어내는, 일종의 경험적 법칙이다. 전체 매상의 80퍼센트는 상위 20퍼센트의 일부 소비자로부터 나온다거나, 기업 성과의 80퍼센트는 전체 임직원 중 상위 20퍼센트의 일부가 하는 업무 성과 덕분이라는 설명이 이러한 법칙을 설명해준다.
--- p.162, 「세상을 바꾸는 주체 (파레토법칙과 롱테일법칙)」 중에서
왜 어떤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고 어떤 사람은 게으른가? 능률을 높이거나 떨어뜨리는 요인은 무엇일까? 하버드 대학 연구팀은 이런 의문을 해명하기 위해 1924~1932년 미국 시카고 교외에 소재한 전화기회사 웨스턴 일렉트릭사의 호손공장에서 실험을 했다. 연구팀은 한 작업실 안에 설치된 조명의 밝기를 다양하게 조절했고, 다른 작업실에는 조명을 계속 일정하게 유지했다. 그런 뒤 두 집단의 작업 성과를 비교했다. 그러나 결과는 조명에 따른 생산성에 차이는 없었다.
--- p.253, 「회사도 관계가 중요하다 (인간과 경영의 관계)」 중에서
진화론의 전제는, 수많은 생명체들이 생존경쟁과 적자생존을 통해 그 종을 이어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수많은 생명체가 서로 협력한다는 사실은 진화론의 관점에서 보면 다소 역설적이다. 그래
서 이기적 개체로부터 이타적 행동이 출현하는 이유를 밝히는 것이 생물학의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1971년 미국의 사회생물학자인 로버트 트리버스는 혈연관계가 없는 개체 사이의 협력을 설명하기 위해 상호 이타주의 이론을 발표했다. 상호 이타주의의 기본은 “네가 나의 등을 긁어주면, 내가 너의 등을 긁어준다”는 식의 호혜적 행동이다.
--- p.264, 「상호 이타주의의 진화 (내 등을 긁어주면 나도 긁어줄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