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국수의 어원을 아시는가. 의견이 분분하지만, ‘막 부서져서 막 먹는 국수’라는 뜻과 ‘주문이 들어오자마자 막 만든 국수’라는 두 가지 뜻이 지배적이라고 한다. 잘 알려있다시피 막국수는 강원도 토속음식인데, 강원도 화전민들이 척박한 땅에서 재배한 메밀로 국수를 만들어 먹은 것이 지금까지 전해오고 있다는 가설이 가장 설득력 있어 보인다. 원래 막국수는 강원도 지방 사람들만 즐겨 먹던 음식이었는데, 1960-70년대 유명 정재계 인사들이 춘천에서 막국수를 꼭 한 그릇씩 사먹고 가면서 막국수는 춘천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막국수 역시 일반 음식과 그러하듯 우리 서민의 애환(哀歡 : 슬픔과 기쁨)이 담긴 음식이다. 척박한 강원도 땅에서 자란 메밀로 만든 면발이니, 밀가루 등으로 만든 일반 국수에 비해 얼마나 쉽게 끊어지겠는가. 말 그대로 막 부서져서 막 먹는 국수. 우리는 그렇게 살아왔다. 부서져도 좋고, 막 먹어도 좋았다. (…)
나 역시 이와 마찬가지인데, 내 ‘최애 맛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자주 이곳을 찾는다. 마치 인간관계처럼, 육수와 양념이 자극적이지 않을 뿐더러 살얼음의 육수는 단번에 마시기엔 아까울 정도로 시원하다. 이가 시려울 정도다. 한여름 더위를 물리치기에 제격이며, 추운 날씨에도 별미로 식도락하기에 충분하다. 양도 무척 푸짐하다. 정말 남다른 대식가가 아니라면, 곱배기나 사리 추가로 먹을 필요가 없다. ‘가성비’와 ‘가심비’ 모두 별점 5개를 줘도 부족하지 않을 음식이다. 메밀전과 찐만두도 꼭 맛보시라! ‘찐’ 메밀 맛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평소에 먹던 전과 만두와는 맛을 비교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일반적이지 않은, 매우 희소하고 특별한 맛이다!
식당은 문발교차로 근방에 있는데, 파주 외곽에 덩그러니 위치해 있음에도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이 상당하다. 식사시간이나 주말에는 기본적으로 30분 이상 기다릴 각오를 해야 한다. 나 역시 얼마간 기다릴 각오를 하고 이 식당을 찾는다. 기다린 만큼 얻는 보람은 늘, 기다림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 pp.36~40
간장게장이 맛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주 강한 짠맛과 비린내를 가진 간장게장을 밥 없이 먹는 것은 쉽지 않다. 그만큼 짜고, 그만큼 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밥 한 숟가락과 함께 먹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짠맛과 비린맛이 밥과 만나면서 상쇄되기 때문이다. 밥을 부른다고 해야 할까, 짠맛과 비린맛이 밥을 부르고, 또 밥을 먹자니 짠맛과 비린맛이 땡긴다. 말 그대로 밥도둑. 알과 살이 꽉 찬 꼿그이에 와서 밥 한 공기만 먹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언제나 ‘공기밥 추가’를 외치게 되는 밥도둑이 바로 여기에 있다!
파주 롯데아울렛 근처에 있는 꼿그이는 전국적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롯데아울렛 쇼핑후 꼭 들려야 할 맛집으로 알려져 있다. 전국 어디든 홈페이지를 통한 배송 주문도 가능한데, 그만큼 맛있다는 뜻이겠다. 꼿그이 입구만 봐도 알 수 있다. 여러 연예인들이 다녀간 흔적과 여러 TV 프로그램에 꼿그이가 나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매장이 무척 넓지만 늘 만석인 꼿그이는 손님을 대접하거나 특별한 모임을 하기에 제격이다. 마치 간만에 한우를 먹는 것처럼 말이다.
양념게장과 새우장, 전복장도 맛이 매우 좋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게장이 너무 먹고 싶어졌다. 조만간 시간을 어떻게든 내서 꼿그이에 가야겠다. 물론 함께 하면 기분 좋은 사람과 같이 갈 것이다. 같이 기분 좋게 먹을 생각하니, 지금 기분도 갑자기 좋아졌다. 어서 그날이 오기를 바랄 뿐이다.
--- pp.63~64
보광사와 마장호수 근처에 위치한 보리고개는 정말 아는 사람만 아는 ‘찐맛집’이다. 언덕배기에 위치한 보리고개는 보광사나 마장호수 등의 근처를 둘러보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식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다들 귀신같이 찾아내서 늘 자리가 손님으로 가득하다. 좌식과 입식이 함께 있고 현대화된 최근의 유명 식당과는 거리가 조금 먼 편인데도, 손님들이 많다는 말인즉슨, 맛집이라는 뜻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도토리묵과 감자전 그리고 보리밥정식은 시골 특유의 토속적인 맛으로, 우리가 가끔 그리워하는 그런 맛이다! 반드시 동동주를 곁들여야만 할 것 같은 느낌. 다들 잘 알 것이다. [김순경의 별미집 2004]이라는 책자에 소개된 식당임을 알 수 있는 표지판도 있는데, 그만큼 고향의 맛, 향토적인 맛이 압권이라는 뜻일 게다. 홍어무침이나 더덕무침 등의 다른 메뉴도 상당히 맛이 좋다.
한 번 와서는 보리고개의 맛을 다 알 수 없으니, 종종 들르면서 모든 메뉴를 하나씩 섭렵하길. 인스턴트로 길들여진 미각을 시골 할머니의 손맛, 토속적이고 구수한 입맛으로 돌려놓을 것이다. 여전히 정정하신 사장님의 건강을 기원해 본다.
--- pp.122~124
파주연천축협한우마을에서는 육회나 육사시미를 구입해서 식당에서 양념 세팅하여 먹을 수 있는데, 고기가 정말 잡내 없이 깔끔하게 맛있다! 생고기가 맛있으려면 기본적으로 신선해야 하니, 파주연천축협한우마을의 고기가 얼마나 신선한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물론 식당의 상차림 없이 고기만 사들고 집에 가서 먹을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집에서 먹는 것보다는 식당에서 이렇게 숯에 구워먹는 것이 더 맛있을 것이다. 신선한 고기니, 바로 먹는 것이 제맛 아닐까.
고기가 대체로 두툼한 편인데, 식당 사장님께서 고기를 작게 자르면 육즙이 빠져나가니 크게크게 잘라 익혀 먹여야 한다고 알려주신다. 사장님 말씀대로 익혀서 고기를 한 입 베어물면 입안에서 육즙의 향연이 펼쳐질 뿐더러, 매우 부드럽다. 이렇게 부드러운 한우가 또 있을까 하며 감탄을 자아내게 될 것이다. 후식으로 주문할 수 있는 냉면과 된장찌개도 맛이 좋다.
적성 전통시장에도 올 겸, 와서 고기를 실컷 즐기시길!
--- pp.20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