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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사서, 도서관에 꽂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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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7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20쪽 | 140*205*20mm
ISBN13 9791198812209
ISBN10 119881220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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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가을은 그 어떤 것을 해도 잘 어울리는 계절이다. 아침저녁엔 선선한 공기 마시며 가까운 곳을 산책하기도 좋고, 기차 타고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도 좋고, 그게 아니면 따사로운 햇살을 등지고 앉아 책을 읽다가 꾸벅꾸벅 졸기에도 좋은 계절이다. 곧 시골 동네 어른들은 들녘의 누런 벼들을 수확해놓고 시끌벅적 단풍놀이를 떠날 것이다. 그러면 골 깊은 가을 산은 빨간 옷, 노란 옷 걸쳐 입은, 단풍보다 고운 사람들로 알록달록 물들 것이다.
--- p.14

어느 순간 몸이 불편한 분이 전동휠체어를 타고 도서관에 들어왔다. 곁에 도움을 주는 분과 함께였다. 그분은 얼굴에 환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웃음이 보름달처럼 환하고 밝았다. 그이는 자신을 동화작가라고 소개했다. 어린이 자료실에서 창작 동화책 몇 권을 빌리기 위해 왔다고 했다. 나는 동화책 외에 DVD 몇 편도 들려 보내며 그이가 그 몇 권의 책과 몇 편의 영화로 가슴 따뜻한 추석을 보낼 수 있기를 소망했다. 그이가 돌아간 후에도 나는 계속 그이의 밝은 웃음을 떠올렸다.
--- p.50

좋아하는 작가로는 박완서 소설가가 있다. 그는 내가 가장 흠모하는 작가이다. 그녀의 작품은 빼놓지 않고 모두 다 사서 읽고 각별하게 소장하고 있다. 어느 겨울, 작가가 타계하셨다는 소식을 듣던 날, 갈비뼈 하나가 부러져 나간 듯 아팠고,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오늘 그녀를 추억하며 그녀가 일흔을 훌쩍 넘겨서 썼다는 《그 남자네 집》을 집어 든다. 책을 펼치자 그녀에게 연서(戀書)라도 받은 것처럼 가슴이 설렌다.
--- p.70

우리 엄마를 보고 사람들은 젊었을 때 무척 예뻤겠다고 말한다. 그런 찬사가 얼마나 부질없고 서글픈지 우리 엄마를 보며 실감한다. 엄마는 이제 허리가 90도로 굽은 팔순의 노인이 되어 손등에 핀 검버섯에 속상해하고 할미꽃처럼 버석해진 흰머리에 한숨이 깊다. 하지만 여전히 내게는 소녀 같은 우리 엄마, 여전히 내게는 너무 예쁜 우리 엄마다.
--- p.107

화요일 오후가 되면 맑은 눈을 가진 아이들이 이 세상에서 가장 청량한 웃음소리와 함께 내게 로 온다. 내가 진행하는 ‘행복한 독서회’에 오는 아이들로, 초등학교 2, 3학년 학생들이다. 독서회가 운영되는 2시간, 아이들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책을 읽겠다는 큰 포부를 안고 온 아이들에게 첫 시간을 통해 우리는 여기에 공부하러 온 것이 아님을, 책과 함께 놀기 위해서 온 것임을 말해 주자 처음엔 다들 의아한 눈길로 나를 바라봤다. 엄마가 얘기해 주었던 것과는 ‘완죤 다르다’는 눈빛들이었다.
--- p.132

추적추적 비가 내리던 저녁 어스름, 행사장에 들어서는 순간 안내판에 쓰인 ‘수필가 ○○○’라는 영예로운 지칭에 내 가슴은 마구 설렜다. 하루도 빠짐없이 도서관에 와서 우리가 선정해 구입해 놓은 책을 읽으며 열심히 글을 쓰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내가 부러워할 만큼 그녀는 늘 누구든 스스럼없이 끌어안고 보듬어주는 넉넉한 심성의 문학도였다.
--- p.153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창업주인 빌 게이츠는 ‘내가 살던 마을의 작은 도서관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고 했다.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표정으로 품고 간 ‘꿈’의 양은 얼마나 될까? 혹여 아이들이 다 가져가서 ‘꿈 재료’가 바닥나 버렸으면 어쩌지? 그럼 다른 아이들에게도 줄 수 있도록 ‘꿈의 소재’를 한 아름 다시 도서관에 가져다 놓아야겠다. 아이들이 찾으면 언제라도 넉넉히 내어줄 수 있게 말이다.
--- p.181

도서관에는 진상 손님들도 많이 온다. 우리는 그들을 JS of JS(진상 중에 진상)라 부르며 우리들 나름의 암호명으로 부르곤 한다. 여름 내내 도서관에 와서 머리도 감고, 잠도 푹 주무시는 여성 노숙자분에게는 ‘(노)숙자언니’라는 별명을, 직원들을 무시하고 매사에 불만이 가득한 욕설하는 두꺼비처럼 생긴 남성에게는 ‘꺼비’라는 별명을 지어준다.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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