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행복은 명랑한 기분에 크게 좌우되고, 이 명랑한 기분은 건강 상태에 크게 좌우된다. 같은 상황이나 사건이라도 몸이 건강하고 튼튼할 때와 병 때문에 짜증 나고 불안할 때의 차이를 비교해보면 잘 알 수 있다. 우리를 행복하게 하기도 하고 불행하게 하기도 하는 것은 사물의 실제 객관적인 모습이 아니라 사물에 대한 우리의 견해다.
--- p.21
하루하루가 조그만 일생이라 할 수 있다. 매일은 깨어남인 출생으로 시작해, 죽음인 수면으로 끝나는 작은 삶이다. 그러므로 잠드는 것은 나날의 죽음이고, 날마다 깨어나는 것은 새로운 출생이다. 그러니 깨어나는 일을 완전히 해내고 싶을 때, 일어날 때의 불편함과 어려움을 출생의 고통으로 간주하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 p.63
우리는 자연과 음악을 동일한 언어의 두 가지 다른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세계의 표현이라 할 때, 음악은 가장 높은 수준의 공용어이다.
--- p.90
인간에게 더없이 충실한 친구이자 그토록 영리한 개를 쇠줄에 묶어두다니! 나는 그런 개를 볼 때마다 마음속으로 동정심을 느끼며 개 주인에게 강한 분노를 느낀다. 나는 몇 년 전 『타임스』에 실린 기사를 생각하며 흡족한 기분을 느낀다. 거기에는 쇠사슬에 커다란 개를 묶어둔 어떤 귀족이 한번은 넓은 뜰을 거닐다가 문득 개를 어루만져주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손을 내밀었더니, 개가 주인의 팔을 덥석 물어버렸다는 내용이 실려 있었다. 그야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개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당신은 내 주인이 아니라 나의 짧은 생애를 지옥으로 만든 악마다.” 개를 쇠사슬에 묶어두는 자는 누구든 이런 봉변을 당해도 싸다!
--- p.101~102
나는 어떤 들꽃을 발견하고 그것의 아름다움과 모든 부분의 완벽함에 놀라워하며 소리쳤다. “하지만 이 꽃 속의 모든 것이, 이와 같은 수많은 것이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하고, 때로는 누구의 눈에 띄지도 않은 채 화려하게 피어 있다가 시들어버리지.” 그러자 꽃이 이렇게 대답했다. “이 바보 같으니! 내가 남들에게 보이려고 꽃이 핀다고 생각하느냐? 다른 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 꽃이 피는 거야. 내 마음에 들기 때문에 꽃이 피는 거야. 나의 즐거움과 나의 기쁨은 꽃이 핀다는 데에, 내가 존재한다는 데에 있어.”
--- p.109
타인의 가치를 순순히 또 기탄 없이 인정하고 승인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가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 p.133
남의 견해를 반박하지 않는 것이 좋다. 사람들이 믿고 있는 불합리를 하나하나 설명하여 생각을 고치려고 한다면 므두셀라(창세기에 나오는 인물로 969세까지 살았음)만큼 오래 산다 해도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다. 또한, 이야기를 나눌 때 비록 호의를 갖고 있더라도 남의 잘못을 지적하는 말을 절대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람의 감정을 상하게 하기는 쉽지만, 사람을 바로잡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되는 것을 듣고 있는 경우라서 화가 나기 시작하면 익살 광대 두 명이 대화를 나누는 희극 장면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 p.134
마음의 선함은 생명을 가진 모든 것에, 특히 인간에 대한 깊고 보편적인 연민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능이 높아질수록 고통에 대한 감수성도 높아진다.
--- p.143
내가 구축한 도덕적 원동력을 보라. 시대와 민족을 불문하고, 혁명과 전쟁의 참상 속에서도, 크고 작은 규모로, 모든 국민 사이에서, 모든 삶의 상황에서, 심지어 무법 상태에서, 매일, 매시간, 언제든지. 그것이 날마다 많은 불의를 막아주는 것을 감히 누가 한순간이라도 부정하려고 하겠는가? 심지어 보답받는다는 아무런 희망도 없이, 종종 전혀 뜻하지 않게 선한 행위를 실제로 행하고 그것이 효과적이었던 자리에서 우리 모두는 감동과 존경심으로 그 행위의 진정한 도덕적 가치를 인정한다.
--- p.143
미래를 위한 계획과 걱정에만 온통 마음을 쏟거나, 과거에 대한 동경에 빠지지 말고 현재만이 유일하게 현실적이고 유일하게 확실한 것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 현재만이 참되며 진실하다. 현실은 현실적으로 충만한 시간이고, 우리의 생활은 오로지 현실 속에서만 존재한다. 그 때문에 우리는 현재를 항시 명랑한 기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따라서 직접적인 불쾌감이나 고통이 없는 그런대로 견딜 만한 자유로운 시간은 일부러 그 자체로 즐기는 것이 좋다. 다시 말해 과거에 품은 희망이 실패로 돌아갔다거나 미래에 대한 우려 때문에 짜증 난 얼굴로 현재를 우울한 심정으로 보내서는 안 된다.
--- p.161~162
작곡가가 교향곡에 뒤섞여 날뛰는 듯한 많은 소리를 담아내는 것만큼, 모든 사람의 인생행로 또한 조화와 화음을 이룰 수 있다. 우리가 꾸는 삶의 위대한 꿈은 어떤 의미에서 오직 단 하나, 삶에 대한 의지이다. 단 하나의 존재가 꾸는 큰 꿈이지만 동시에 모든 사람이 그 꿈을 함께 꾼다. 따라서 모든 것이 서로 맞물려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다.
--- p.170
“나의 진정한 내적 존재는 자의식 속에서, 나 자신에게만 나타나는 것만큼 모든 생명체 속에 직접적으로 존재한다.” 산스크리트어로 ‘tat tvam asi’ 즉 ‘그것은 그대다’라는 공식이 바로 이러한 깨달음이며 이는 연민으로서 터져 나온다. 또한 진정한, 이기적이지 않은 모든 미덕의 바탕이자 선행의 진정한 표현이다. 관용, 자선, 인간애에 대한 모든 호소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이 바로 이 깨달음이다. 이 호소는 우리 모두가 하나의 동일한 존재라는 사실을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꿈 속에서나 깬 상태에서나 우리는 자신뿐 아니라 우리 앞에 나타나는 모든 사람들 속에 있다. 비록 그것을 알아보기 쉽지 않더라도 “그것은 그대다.”
--- p.176
우리는 죽음을 통해 무엇을 잃어버리는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죽음을 통해 무엇을 얻는지는 알지 못한다.
--- p.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