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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히로시의 북극 그림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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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7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132쪽 | 294g | 148*210*10mm
ISBN13 9791192894553
ISBN10 1192894553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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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에 관해선 막연한 지식밖에 없다. 동물을 조금 아는 정도. 북극곰, 순록, 사향소, 북극여우, 바다코끼리, 물범, 흰고래, 오리, 수많은 바닷새 등…. 하지만 그 외엔 제대로 대답할 자신이 없다. 빙하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그래, 열심히 공부하고 가자.’라고 생각했지만, 떠나기 전에 처리할 일이 많다. 그러던 중에 출발 날짜가 다가왔다.
준비는 허점투성이지만, 난 추운 홋카이도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이야. 현지 기온을 물어보니 영상 5도쯤이란다. “뭐야, 아무것도 아니잖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비행기에 올라탔다.
--- p.6

오늘은 하지. 어릴 때부터 이렇게 배워 왔다. ‘1년 중 낮이 가장 긴 날’이라고. 그런데 북위 79도의 북극에서는 아예 태양이 저물지 않는다. 종일 낮이다. 태양이 거의 머리 꼭대기에 있다. ‘낮이 가장 긴 날’이라는 말은 여기에서는 거짓이다. 동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와서 실제로 체험해 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이 많다. 여행 전 공부는 많이 하지 않는 게 좋다.
--- p.32

북극곰은 동물원에서 돌본 적이 있기에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딘가 다르다. 우선, 수컷과 암컷은 극단적으로 크기가 다르다. 수컷은 멀리서 봐도 그 거대함을 알 수 있다. 500킬로는 족히 나갈 것 같다. 암컷은 한 아름 이상 작고, 아기 곰을 데리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동물원과 결정적으로 다른 건 행동이 자유롭다는 점이다. 동물원은 좁아서 직선 방향으로 같은 움직임만 할 수 있지만, 여기에서는 움직임이 다양하다. 자유라는 것은 곡선적이고 변화무쌍한 행동일 것이다. 흥미롭다.
--- p.36

아침에 마크 선장이 “내 친구를 만나러 갑시다. 거기 가려고 보드카를 다섯 병이나 가져왔거든.” 하고 말했다. 그 친구는 독일 도르트문트대학의 교수로 지구물리학을 연구하고 있다. 온난화 연구를 위해 여름에는 계속 이곳에서 지낸다고 한다. 우린 고무보트에 나눠 타고 연구소에 갔다. ‘연구소’라지만 땅을 파고 지은 오두막이다. 안테나가 설치돼 있어 외부에서 끌어온 무선으로 연락을 취하여 연구를 진행한다. 여기서 연구한 지도 벌써 이십 년이 되었단다. 교수는 “확실히 빙하는 후퇴해서 작아지고 있어요. 그러나 이게 이산화탄소가 일으킨 온난화 때문이라고만 탓할 수 없죠. 아직 모르는 것도 많고 여기서 해야 할 일도 아주 많아요.” 하고 말한다.
--- p.48

높이가 300미터나 되는 거대 암벽이 3킬로미터 이상 이어진다. 암벽을 향해 날아가는 새, 암벽에서 날아오르는 새가 본 적 없는 밀도로 서로 교차한다. 큰 소리로 운다. 하늘까지 새로 꽉 찼다. 일본을 떠나기 전에 북극해는 외로운 이미지였는데, 단번에 그것이 깨져 버렸다. 압도될 정도로 생명이 약동하고 있다. 대원들은 누구 하나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그저 넋을 잃었다. 그곳을 떠나서 한동안은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풍요로운 바다와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라. 지구에는 아직 인간이 알지 못하는 신비로운 것들이 무수히 많다. 그걸 다시 한번 절실히 깨달았다. 직접 가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다. 이것이 여행의 묘미이다.
--- p.66

그렇다. 여기는 역사상 유명한 고래잡이 성지…. 음, 고래에게는 악마의 소굴이었네.
고래는 몸에 지방을 대량 축적하고 있다. 추운 바다에서 몸을 따뜻하게 지키기 위해서다. 그 고래 지방을 인간은 양초, 램프 기름, 비누, 잉크, 기계유, 화장품 등으로 이용했다. 석유를 쓰기 전에는 고래가 세계 경제의 주역이었다. 음, 그랬구나. 어리석게도 나는 거기까진 몰랐다. 여기는 고래의 나라이기도 했다. 고래 씨, 미안했어요. 그래도 고래고기는 좋아.
--- p.94

북극이라고 하면 얼음만 가득한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오늘 상륙한 곳엔 흙이 있었다. 거기서 마른 순록 이끼로 덮인 곳을 발견하고 재빨리 누웠다. 북극의 푸른 하늘 아래 해안선의 이끼 쿠션. 얼마나 부드럽고 따뜻한지. 여기가 북극이므로 나는 지금 지구의 꼭대기에서 몸을 뒤척이는 것이다. 몸을 뒤척이면 아마존강까지 떨어질지도 모른다! 위험해, 너무 위험해…. 순록 이끼는 조금 마른 옅은 갈색으로, 그 푹신함은 벨벳 의자와 비슷하다. 육지 한쪽에 깔려 있는데, 물론 순록 똥투성이다. 험난한 북극 땅에서 이 이끼가 10센티까지 자라려면 도대체 몇 년이 걸렸을까? 정신이 아득해지는 느낌.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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