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생각한 뒤 벌떡 일어났다. 콩쿠르가 취소되었다는 친구에게 하고 싶은 말. 전화할까도 생각했지만 글로 남기고 싶어서 미코토에게 LINE 메시지를 보냈다. “슬픔과 분함에는 크고 작음도, 특별함도 없어.” --- p.18
긴급 사태가 선언된 뒤 휴교가 당분간 계속될 거라는 뉴스를 봤다. 아마도 지금 전국에 있는 중학교 1학년 중 내가 제일 불행하겠지. 마히로는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 코로나, 길어져라! 학교, 계속 쉬었으면 좋겠다! --- p.38
마도카가 잘못한 게 아니니까, 이 상황은 마도카 탓이 아니다. 코로나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친구 사이가 완전히 틀어진 것도 괴롭힘도 아니다. 언젠가 ‘원래대로’ 돌아갈 때를 위해 마도카는 고하루에게 화를 내지 않고 계속 인사한다. 그런데도 괴롭다면, 그게 싫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 p.112
“적어도 동아리 활동에서 추억을 만들고 싶어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으니 뭐든 하게 해줬음 좋겠어요.” “그렇지. 이대로라면 여름을 맞받아칠 수 없어.” 하루나 선배가 늠름하게 말했다. “앗.” 리쿠와 아사가 거의 동시에 외쳤다. 여름을 맞받아친다! 우리 부장은 여름 활동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 사실이 그 말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다. “상황이 어찌될지 모르니 어른들은 올해를 ‘관망’해야 하는 해라고 정한 것 같은데, 나는 그것도 화가 나. 우리는 올해도 ‘이것을 했다’고 만족할 만한 뭔가를 반드시 만들어낼 거야. 어른들에게 여봐란듯이 보여주자.” --- p.179
“그래서 이상의 이야기를 근거로 우리 2학년이 제안합니다. 이건 아사가 말하겠습니다.” “아, 네.” 부장의 말에 아사라고 불린 여학생이 리쿠와 교대해 화면에 나타났다. 다른 사람과 똑같이 마스크를 쓰고 갈래머리를 했다. “아, 음.” 아사가 목을 가다듬더니 갑자기 외쳤다. “우리 천문부와 스타 캐치 콘테스트 함께해요!” 화면 너머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 p.220
토성의 고리가 정말로 ‘고리’로 보인다. 우리가 TV와 책에서 얻은 지식이 실제로 확실히 존재한다. 당연한 일에 일일이 감동하게 되고, 별을 찾았다는 사실에 희열을 느낀다. 알려진 사실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이렇게 흥분하는데, 이걸 하나씩 발견한 옛 천문학자들의 기쁨은 어느 정도였을까. --- p.382
“무토, 고야마!” 무심결에 불렀다. “왜?” 두 사람이 마도카 쪽을 보고 묻는다. “즐거워!” 마도카가 말했다. 그러면서 그 말에 고마움을 담았다. 고시에게 들은, 자신을 걱정해주는 두 사람의 마음에 대한 고마움과 이 여름, 지금까지 관심도 없었던 천체관측의 세계를 알려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담아. “고마워!” 마도카는 가슴이 터질 듯 외쳤다. --- p.391
옥상에 서 있는 천문부 부원들을 하루나 선배가 둘러봤다. “너무 즐거워.” 하루나 선배가 싱긋 웃었다. “오늘 우리, 어쩐지 청춘을 엄청 만끽하고 있는 느낌 안 들어? 리쿠 말대로. 멋져. 청춘 만세야.”
지금은 한 번뿐이니까, 멀리 있어도 우리의 하늘은 연결되어 있으니까… 별을 통해 우리의 여름은 반짝이고 있어!
정부의 긴급 사태 선언과 함께 모든 것이 멈춰버린 2020년 봄. 천문부 활동을 열심히 해온 이바라키의 고등학생 아사는 동아리 활동이 중지되면서 우울함과 무력감을 느낀다. 나가사키의 료칸 집 딸인 마도카는 외지 손님들이 드나드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는 이웃들의 눈총을 받는다. 게다가 단짝 친구와도 멀어져 더욱 괴롭다. 한편, 학생 수가 크게 줄어든 도쿄 도심의 중학교에 진학한 마히로는 자신이 신입생 중 유일한 남학생이라는 말을 듣고 당황해 은근히 휴교를 반긴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있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코로나가 잠잠해질 때까지만’, ‘다들 참고 있으니 어쩔 수 없잖아’, ‘당분간은 괜찮아’ 하는 말들이 주변을 맴돌 뿐.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이 모든 일을 관심사도, 학년도, 사는 지역도 다른 세 사람은 그저 묵묵히 통과하고 있다. 어쩌면 코로나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사와 마도카와 마히로가 일제히 밤하늘을 올려다보게 된 것은. 우연히 연결된 세 학교가 온라인으로 만나 별을 보기로 한 것이다. 그것도 직접 만든 망원경으로! 바로 옆에 있는 친구의 마스크 속 얼굴은 볼 수 없지만, 멀리 있는 친구와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대이니까. 학생들은 ‘스타 캐치 콘테스트’를 열고 별을 관측한다. ‘당분간이니까 괜찮은 건 없어. 누구에게나 지금은 한 번뿐이잖아’ 하며 힘껏 응원해주는 어른들도 있었다. 굳게 닫혀 있던 마음이 서서히 열리고, 새로운 우정이 쌓여간다. 광활한 우주와 끝없는 시간이 별처럼 반짝인다. 여름이 다시 빛나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