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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길 37번지의 기적

: 수호 나무와 메신저 새

두바퀴 고학년 판타지SF이동
리뷰 총점10.0 리뷰 9건 | 판매지수 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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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8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01쪽 | 386g | 153*220*12mm
ISBN13 9791192308593
ISBN10 119230859X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인증번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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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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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무자비가 해밀을 보호하고 있거나. 행운은 불행의 가면을 쓰고 오지. 신이 악마의 가면을 쓰고 오듯. 가면 너머의 진실을 봐야 해. 난 무자비가 인간의 욕심과 그에 따른 결과를 매번 기억하게 한다고 봐. 무자비 때문에 우린 자연과 신 앞에 겸손해질 수 있단다. 실수하지 않게, 욕심부리지 않게 돕는 거지. 잠깐의 어려움이 있어야 긴 평화가 찾아오는 법이란다. 그래서 맑은 하늘에 감사하고 너희처럼 다른 사람을 돕고…….”

아무리 곱씹어 생각했지만 전설도, 할머니가 한 말도 믿기지 않았다. 예언처럼 그 집을 마루가 꼭 찾는다는 말은 왠지 으스스했다. 그날 밤 마루는 커다란 나무 앞에서 부모님을 돌려 달라고 우는 악몽을 꿨다.
--- pp.40~41

부모님이 영영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사람들의 말이 맞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과 정말 혼자 남겨진 게 아닌가 하는 절망을 아닐 거라는 희망으로 덮기 위해 부모님을 꼭 찾겠다고 숲이 떠나가라 외쳤다. 그때 아무도 자신의 말을 들어 주지 않았다. 자신은 혼자였다. 아가의 벌건 볼을 보니 마루는 그때의 자신이라면 무엇을 원했을지 알 듯했다.

“알았어, 가 보자.”
--- p.59

“마루도 편지 써서 넣어 봐.”
“난 편지 안 써. 다른 사람들이 쓴 편지를 배달하는 게 좋아.”
“왜?”
“보낼 사람이 없어. 부모님은 내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어. 그 뒤로 줄곧 혼자였어.”

아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마루를 빤히 쳐다보았다.

“내가 허공을 걷더니 별말을 다 한다. 미안, 심각해지려고 한 말 아니야. 난 편지 받은 사람들이 엄청 신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아.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도 행복해. 물론 편지를 받은 모든 사람이 행복한 건 아니지만…….”
“그렇담 편지를 꼭 써야겠네. 슈나이더 할아버지, 우체국 친구들, 그리고 나랑 우리 할아버지한테까지 다 쓰려면 손이 아프겠는걸. 답장 받으면 마루가 행복하고 기쁜 사람이 되겠지. 편지 배달할 때의 기쁨도 느끼고 받을 때의 행복도 느끼고.”

마루는 가슴 언저리에 묵직한 무언가가 생기더니 천천히 눈 주위가 뜨거워졌다. 아가에게 들키기 싫어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 pp.94-95

“주소! 주소를 몰라서 그랬을 거야.”
“엥? 받는 사람 주소에 바람길 24번지라고 적혀 있는데?”
“그땐 이미 손주가 새집으로 이사를 간 뒤가 아닐까? 주소가 정확하지 않으면 편지를 전달할 수 없었을 테니까. 내가 배달해야겠어!”

마루는 편지 묶음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새 주소를 알아? 손주가 누군지 어떻게 알아? 성도 없고 ‘벤’이라는 이름만 덜렁 있는데. 팔십 년도 더 전에 쓰였으니 살아 있는지도 모르고. 우리가 슈나이더 할아버지를 찾아갔던 것처럼 또 여기저기 물어봐야…….”

아가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아가는 뒷말을 잇지 못했다.
마루가 아가를 보고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바람 때문에 집이 많이 망가져서 이사했다고 하셨잖아. 해밀로 돌아가야 해.”

마루는 공책 표지 귀퉁이에 새겨진 머리글자 A.S.를 손으로 문질렀다.
--- pp.120-121

아가가 마루를 꼭 안았다. 두 사람은 한동안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마루는 엄마가 했던 말을 곱씹었다. 그동안 자신이 잃어버렸던 퍼즐 조각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엄마와 아빠를 떠나보낸 뒤, 부모님과 보냈던 행복한 기억마저 잊고 지내 왔다.

“엄마였던 것 같아. 날 해밀로 이끈 사람도 엄마였고 나무 상자를 찾게 한 것도 엄마였어. 편지를 배달할 수 있게 도운 것도 아마 엄마였을 거야.”
“그럼 마루 엄마 덕에 우리가 만났네.”

아가가 이를 내보이며 웃었다.
마루도 그렇게 생각했다. 어쩌면 주변 사람들도 엄마가 보낸 마법일 수 있었다. 부모님이 떠난 뒤, 나무 앞에서 오랫동안 들고 있다 도로 가져왔던 편지가 떠올랐다.
--- pp.156-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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