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불이 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뉴올리언스를 강타했을 때, 저는 태풍 때문에 개 삼천 마리가 주인을 잃고 꼼짝없이 갇혀서 물에 잠긴 집의 지붕 꼭대기에서 야위어 가는 신세가 된 걸 텔레비전에서 보았습니다. 세상 끝에 홀로 남은 것처럼요. 그곳 모든 개는 버려지려고 태어났습니다. 눈물이 흘렀습니다. 개 때문에 울었습니다. 허리케인 때문에 배를 곯고 목이 말라 죽어가는, 발이 묶인 개들이 눈물을 흘리자 저도 눈물이 났습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갈비뼈가 불거진 사람들, 배신당한 사람들, 기억나지 않는 성실한 사람들 때문에 울었습니다. 한때 낙원이었을 알제리는 제가 어릴 적엔 지옥과 같았습니다. 알제리에 살 때 정원에서 처음으로 개를 키웠는데, 저를 배신한 그 개와 앞서 말한 사람들은 좀 비슷했습니다. 좀 더 말하자면, 저는 지옥이 뭔지 잘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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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외침은 감옥에 갇혔을 때, 몸이 철장 속에 들어가 있을 때만 터져 나옵니다. 눈을 돌리면 창살과 기둥, 막대, 벽이 있는 곳에서 말입니다. 자유는 마음 깊은 곳에서 타오르는 불꽃이며, 내면 세상, 마음속에 있습니다. 반면, 바깥은 거대한 감옥입니다. 그러나 갇혀 있는 사람보다 더 자유로운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이 사실을 알기에 좋은 위치에 있지요. 갇혀 있을 때 우리는 자유만 생각합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민주주의를 확립한 훌륭한 정치가 넬슨 만델라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로븐섬 감옥에 갇혔을 때, 만델라는 끊임없이 자유를 생각했습니다. 세상을 빼앗기고 만델라는 영혼의 힘을 발휘하여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아프리카 대륙 전체의 미래를 머릿속에 구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일은 27년 동안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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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미친 듯이 일했습니다. 저는 책으로 피신했죠. 동물원의 동물처럼 각자 떨어져 자기 철장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저는 스스로에게도 아무 말 하지 않았습니다. 도무지 더 이상 무엇을 해야 할지 조금도 알 수 없을 때, 방어벽에 완전히 갇혔을 때, 그 안이 너무나 끔찍할 때, 해결할 방법이 없을 때, 우리는 때로 침묵합니다. 마음에 재갈을 물리고, 코와 귀를 막고, 결국 아무 생각도 하지 않게 됩니다. 아니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저는 눈이 멀어 볼 수 없었습니다. 나약함과 두려움 같은 최악의 감정 때문에 눈이 멀었다는 편이 좋겠네요. 여기서 잠깐 여러분과 최악의 감정이 뭔지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그건 두려움이 아니라 바로 죄책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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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는 두 사람, 두 생명이 쉬지 않고 서로를 바라보다 갑자기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는 일입니다. 악몽처럼요. 함께 살고, 서로 사랑하며, 서로의 품에서 잠들다, 어쩌다 깨어나서는 숨어 있던 신비로운 이유로 갑자기 깜짝 놀라며 상대를 알아보지 못합니다. 상대가 자신도 아니고, 상대방도 아닌, 죽어 있는 자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상대를 더는 알아보지 못하고 공포에 질려 상대를 죽이고 맙니다. 제일 가까운 상대를요. 오해가 있었을 뿐인데 최악으로 끝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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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버지의 죽음에 이어 입양한 아들이자 아이면서 형제인 핍스의 죽음으로 이미 죽음을 맛보았습니다. 저는 죽음을 차례차례 겪었습니다. 고통받고 멀어지는 일이 두렵습니다. 동물을 사랑한다는 일에는 죽음이 확실히 자리합니다. 적어도 순리대로라면 코끼리를 제외하고 동물의 기대 수명이 사람보다 자연적으로 더 짧기 때문에 죽기 전에 반려동물이 죽는 걸 볼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 둘 중 한쪽은 상대가 죽는 걸 보게 될 것이고, 상대의 죽음을 견뎌야 합니다. 둘 중 누가 살아남을지는 알 수 없지만, 운이 따르지 않는다면 한 생명이 떠나고 여전히 살아가는 불행을 떠안을 쪽은 제가 될 게 분명합니다. 하지만 제게 다른 기회가 있다면, 그러니까 먼저 죽는다면 더 만족스러울까요? 아직 경험하지 못한 일이라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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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겪는 일을 저도 살면서 겪었습니다. 무언가를 경험할 때는 눈을 가리거나 마주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기억의 살에 창살이 파고 들어가는 걸 느끼게 됩니다. 저는 참을 수 없는 것을 보고, 참는 법을 배웠습니다. 삶은 매우 잔인하며, 상상하고 생각하는 것만이 유일한 무기입니다. 핍스는 제게 많은 걸 가르쳐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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