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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마다 나를 고쳐 씁니다 (큰글자책)

주말마다 나를 고쳐 씁니다 (큰글자책)

: 어느 회사원의 다정다감 캠핑 테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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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 top10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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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8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260쪽 | 210*290*20mm
ISBN13 9791194021155
ISBN10 119402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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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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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생선과 먹을 사케를 데워 볼까. 아기 유리병을 소독하듯 미니 사케 병을 코펠에 넣어 중탕을 해본다. 그러나 미니 사이즈로는 절대 성이 차지 않는 우리는 아예 사케를 가득 채운 주전자를 모닥불 위에 올렸다. 뜨거운 사케를 호호 불며 생선구이를 뜯으니 눈 쌓인 포천 협곡에서 양산박의 108 호걸들이 된 듯 호쾌한 기분이 들었다.
---「이동갈비와 표고 버섯의 행복한 콜라보」 중에서

나는 대도시로 나갔던 딸이 수십 년 만에 고향 집으로 돌아와 먼지를 터는 것처럼 화목 난로에 잔가지를 넣고 불을 붙였다. 고작 나무를 쪼개 불을 붙였을 뿐인데 자기 효능감까지 올라가는 것은 캠핑이 지닌 순기능 중 하나일 것이다.
---「가끔은 지붕 있는 곳에서도 잡니다」 중에서

무언가를 끊임없이 하고 있으면서도 ‘지금 이러고 있으면 안 되는데, 다른 일을 또 해야 하는데’ 하는 불안한 마음을 ‘자연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캠핑’은 문진처럼 지긋이 눌러주었다. 부술 줄만 알지 자기만의 어떤 것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쏟아내는 악담에 신경 쓰느라 내 정원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몰랐다는 것을 캠핑을 하며 깨달았다.
---「내 인생의 노지에 싹을 틔우는 일」 중에서

커피를 내리며 텐트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니 단풍으로 물든 춘천호가 스위스의 인터라켄 호수 부럽지 않다. 형형색색의 단풍 숲 산간에 걸쳐진 산 구름이 엘프 세계에 온 것 같다. 로스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원두 위에 물을 부으니 이스트를 넣은 것처럼 거품이 잔뜩 부풀어 올랐다. 비에 젖은 풀 냄새를 맡으며 커피를 마신다. 오지 캠핑을 하면 좋은 점은 체크인, 체크아웃 시간을 신경 쓸 필요 없다는 거다. 만두까지 옹골차게 구워 먹은 우리는 막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끝낸 국대 레슬링 선수처럼 낮잠에 빠졌다.
---「스위스 부럽지 않았던 춘천호 카누 캠핑」 중에서

수고했다며 캠장님이 안겨 준 수박 한 통을 들고 사이트로 돌아왔다. 평지보다 높아서인지 여름이지만 서늘하다. 나는 북유럽 어딘가의 산장에서 직접 수제 요거트를 만들어 먹는 여자처럼 익숙하게 계란을 풀어 호박전을 부쳤다. 피폐한 도시 생활을 접고 자연 속에서 안식을 얻은 『킨포크』 속 명상가처럼 신호가 뜨지 않는 핸드폰 따위는 어디 처박아 놨는지도 잊었다.
---「‘강철부대’인 줄 알았는데 ‘힐링캠프’였어」 중에서

돌이켜 보면, 초보 캠퍼를 긍휼히 여기는 홍 반장들 역시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았다. 손에 익지 않은 새 타프를 함께 들러붙어 쳐주느라 자신들의 식사도 중단했던 포천 계곡의 옆 사이트 일가족, 폭우를 맞으며 부서진 텐트를 함께 보수해 준 가평의 캠장님, 강풍과 함께 내 멘탈도 날아갈 뻔했던 해변에 바람처럼 나타나 “오다 주웠다”라는 바이브로 모래주머니를 두고 사라졌던 캠핑 고수까지.
---「캠핑에도 삶에도 홍 반장은 있다」 중에서

수상쩍은 플래시의 주인공은 낮에 바지락을 준 아주머니였다. “여자 혼자 아무래도 걱정된다”라며 “괜찮으면 비어 있는 딸 방에 와서 자라”는 아주머니의 말에 괜찮다고 손사래를 쳤다. 여자 혼자 하는 캠핑을 말리는 그녀를 겨우 보낸 후 다시 침낭에 누웠다. 그리고 이방인을 위해 알타리 총각무를 다시 챙겨다 주는 선의와 밤의 해변까지 다시 걸어와 타인의 안녕을 살피는 마음에 대해 생각했다. 이 선의를 받고 어느 훗날 나 역시 다른 여정에서 만난 이를 살펴주라는 뜻이겠지. 이어달리기하듯 나도 이 선함의 선물을 이어가야지.
---「내가 주말마다 수백 킬로미터를 운전하는 이유」 중에서

홍 반장들의 도움으로 겨우 타프를 친 우리. 그런데 타프에 고이는 빗물의 무게가 심상치 않다. 정수리에 잔뜩 비를 머금은 타프가 벌에 쏘인 엉덩이처럼 땡땡하게 부어 있었다. 그때 갑자기 일어난 C가 내 만류에도 불구하고 잔뜩 성난 타프의 둔부에 정확히 폴대를 갖다 댄다. 그 순간 터질 듯 잔뜩 팽창해 있는 타프가 기다렸다는 듯 찌직! 소리를 내며 찢어졌다. 사랑이 ‘창밖의 빗물’ 같다면, 증오는 찢긴 타프 사이로 새는 빗물이었다. 물에 젖은 병어 맛이야 말해 무엇하리.
---「우린 모두 빌런이 될 수 있다」 중에서

아픈 목에 기름칠 좀 하자고 시작했다가 1박 2일 동안 캠핑장에서만 추정치 5만 칼로리를 먹은 그날, 난 다짐했다. 별안간 움직이지 않는 목처럼, 내 몸이 언제 어떻게 못 하게 될지 모르니 되도록 하기 싫은 것들은 줄이고 하고 싶은 것들을 조금씩 많이 해내는 사람이 되기로. 나날의 행복을 충실히 움켜쥐자고.
---「왼손에 양갈비, 오른손엔 와인, 그리고 행복 앞으로」 중에서

이따금 눈앞에서 차를 놓치거나, 폭풍우 때문에 타야 할 배가 사라지거나 생각지 못한 삶의 무게에 고꾸라질 때가 생긴다. 그럴 땐 까진 무릎에 빨간 약 한 번 바르고 내게 내민 옆 사람의 손을 맞잡으면서 툭툭 털고 다시 일어나면 된다. 급하다고 가방을 제대로 싸지 않고 내달리거나, 편법을 쓰면 어깨가 더 망가지는 법이니까.
---「가방 잘 메고 앞만 잘 보고 다니면 돼」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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