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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는 왜 오지 않는가

: 평화를 위한 종교적 투쟁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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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신화학 top10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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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9월 1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140*205*20mm
ISBN13 9791166292040
ISBN10 116629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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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주어의 자리에 있지 않다. 종교는 주어를 지시하는 술어 형태로 드러난다. 가령 ‘하느님은 사랑이다’라는 문장의 핵심은 술어, 즉 사랑에 있다. ‘하느님’이라는 주어 자체는 그저 기호이다. 하느님은 사랑으로 드러나는 만큼 하느님이 되는 것이다. 불교적 메시지의 근간인 ‘자비’도 그렇다. ‘자비는 타자에 공감하면서 기쁨을 키우고 슬픔을 줄이는 행위이다.’ 이 문장의 핵심은 자비라는 주어가 아니라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하는 공감적 행위에 있다. 자비의 주어성은 타자에 공감하며 함께 하는 술어적 행위로 드러난다. 타자 중심적이지 않으면 자비가 아니다. 어떤 문장이든 문장의 실질은 술어이다. 술어는 주어를 지시하면서 기존의 주어를 재구성시킨다. 그런 식으로 주어에 다가서는 실질적 힘이다.
--- p.40

평화는 삶이라는 인간 실존에 통합되어 지속적으로 경험되는 ‘삶을 살리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결국 평화란 개인과 공동체, 그리고 지구와 생태, 우주적 차원의 생명을 아우르는 모든 차원에서 ‘사랑을 품은 정의를 실현하여 서로의 삶을 살리는 균형적인 관계 맺음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럴 때 인간은 일체의 폭력으로부터 벗어나 실질적인 생명을 살리는 동시에 정신적·심리적·영적으로 인간이 지닌 생명력과 관계성을 풍부하게 하여, 진정으로 좋은 ‘삶을 살리는’ 평화를 만들어가며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
--- p.72

종교는 그 잠재적 폭력성을 억제하고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을까. 벡은 전쟁과 폭력의 사이에 있는 종교, 위험화하는 세계 속에서 글로벌 액터로서의 종교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세계화의 귀결인 코스모폴리탄화를 가지고 어떤 종교에 대해서도 용인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세속화론이 애초부터 주장했던 세계 종교의 사회적 갈등을 제어할 수 있는 개인주의적 관용의 정신을 개개인이 자각함으로써, 말하자면 세계 종교의 초월적 틀에서 내재적 틀로 전환하는 쪽으로 향후 종교의 가능성을 찾고 있다. 대문자 종교가 아니라 소문자 종교, 제도나 조직의 종교가 아니라 개개인의 신앙심에 의한 종교, 즉 종교의 본래 모습을 되찾는 것이야말로 종교가 세계 평화에 공헌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위기의식이 있는 곳에 희망도 있다.
--- p.99

평화 운동가들은 지금은 최선을 위해서가 아니라 최악을 막기 위해서 평화를 향한 힘을 모으고 또 주장해야 할 때라고 말하고 있다. 한반도와 동북아의 현실도 최악의 경우를 염려해야 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러한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종교와 자본과 정치의 파시즘적 결합은 예측하기 힘든 최악의 가능성을 또한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은 종교들이 가지고 있는 정의와 평화를 향한 모든 정신적 자산들을 함께 모아서 위기와 만나야 하는 때라고 생각한다. 모든 종교들이 위기를 절망과 종말의 때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질서를 잉태하는 순간으로 변화시켜 낼 수 있는 소중한 영적 지혜와 자원들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자원들이 대중들과 만나서 평화를 위한 희망의 연대를 만들어갈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때다.
--- p.156

다카키 겐묘가 어떻게 해서 평화 구축이라는 과제를 담당하는 단서가 될 수 있는 것일까. 그는 사회주의자와 관계를 맺고 있었지만, 그가 말하는 사회주의는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내세우는 과학적 사회주의가 아니라, 정토진종의 승려로서의 다카키 겐묘의 삶을 지탱시킨 신란의 정토진종이야말로 그가 말하는 사회주의의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 글의 마지막에 참고 자료로 첨부한 그의 소논문 〈나의 사회주의〉(余の社?主義)를 읽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미타불의 본원 세계가 정토이지만, 그 초월적 세계(彼岸世界)와 현실적 사회(此岸世界), 불교적으로 말하면 정토(?土)와 예토(穢土)의 관계 속에서 인간의 현실적인 생활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데에 다카키 겐묘 사회주의 특징이 있다. 즉, 초월적 세계인 아미타불의 본원을 근거로 한 사회에 관련된 불교의 모습이야말로 다카키가 말하는 사회주의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다카키 겐묘는 평화 구축을 초월적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생각하고자 할 때 가장 적합한 인물이다.
--- p.197

21세기에 다문화와 다종교 사회에서 이웃의 종교를 “타자”나 “이단”(異端)으로 몰아가기보다는 이해와 대화를 통한 공존과 상생의 사회를 만들고자 노력해야 한다. 예술, 영화, 관광 등의 문화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제주 4·3사건의 역사와 의미에 대한 창조적인 (재)해석의 다양한 기회들이 지속적으로 제공된다면 지역 간, 세대 간, 이념 간, 종교 간 오해와 갈등의 차이도 좁힐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종교의 긍정적 기여와 함께, 감추어진 부정적 과오에 대한 연구와 평가도 객관적이며 체계적으로 그리고 공감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p.257

종교는 그저 아무 일도 없기를 바라며 개인의 내적 편안함을 추구하는 행위만도, 그런 이들의 모임만도 아니다. 평화는 그저 아무 일도 없는 고요한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평화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세상에서 원치 않게 벌어지는 온갖 갈등과 상처와 각종 폭력을 줄여 가는 과정이다. 개인의 내적 안녕과 사회, 국가, 세계의 평화는 상호 순환적이며, 개인과 국가와 세계의 평화야말로 종교의 구체적 사명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제도화된 종교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종교만큼 유기적 공동체를 유지하면서 세계를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큰 집단도 별로 없다. 종교가 개인과 집단 모두를 통해 세계의 평화에 기여할 가능성은 여전하고, 실제로 그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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