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박(浮薄)한 풍토를 바꿀 수 있는 건 글쓰기다. 조금 여유를 가진 상태에서 긴 글로 소통하는 문화가 생겨야 한다. 긴 글을 쓰려면 숙고할 수밖에 없다. 어떤 내용과 표현으로 어떻게 구성해야 읽는 사람이 가장 효과적으로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까를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쓴 글이 비이성적인 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다. 서로를 설득 가능한 상대로 전제하고 벌이는 합리적인 논쟁은 민주주의의 기본이기도 하다.
--- 「1장 1. 지식 노동자가 글을 잘 써야 하는 네 가지 이유」 중에서
예비 언론인들의 글 중에는 자신이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내용을 거칠게 쏟아놓는 게 많다. 글 평가를 하기 위해 글쓴이에게 구체적으로 물어보면 자기의 언어로 설명할 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언론사 평가위원들이 그런 글을 읽으면 소화 불량 상태인지 아닌지를 금방 알 수 있다. 글을 다루는 사람들의 촉각과 판단력이란 그런 것이다. 따라서 어려운 내용을 쉽게 전달하도록 쓰는 훈련이 필수다.
시사 감수성은 저널리즘 글의 기본 질료다. 건축을 하는 데 건축 자재가 필요하듯이 저널리즘 글쓰기를 위해서는 시사적 자재가 필요하다. 시대의 흐름과 트렌드, 주요 사건, 토론 중이거나 앞으로 토론 거리가 될 사회적 의제 등에 대해 항상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있어야 한다. ‘시사’라는 말을 현재 진행되는 사건의 구체적인 양상이나 쟁점으로 좁혀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자칫 글의 내용이 편협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과 인간 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이 모두 시사의 대상이다.
--- 「1장 2. 언론사는 타고난 글솜씨를 요구하지 않는다」 중에서
기자는 취재 결과의 20~30%도 제대로 기사에 담지 못한다. 취재한 것 가운데는 기사의 맥락과 어긋나거나, 덜 중요하거나, 지엽적인 내용이 많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결국 기사가 좋고 나쁜 것은 취재의 분량에 좌우된다. 기사 쓰는 솜씨의 차이를 빼놓는다면 말이다. 인풋(input)이 많아야 아웃풋(output)의 격이 높아진다는 건 인생의 진리이지만, 글쓰기에서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써야 할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자료를 읽어야 한다.
생활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쇄물에도 글감은 널려 있다. 받아들이는 이가 얼마나 자신의 생각을 불어넣느냐에 따라 인상적인 글감이 되기도 하고, 쓸모없는 쓰레기가 되기도 한다. 필요하면 법원 판결문을 찾는 호기심도 가져야 하고, 보도 자료를 찾아 확인하는 끈기도 있어야 한다. 요컨대 문제의식을 갖고 집요하게 글감을 찾느냐, 그렇게 하지 못하느냐에 따라 글의 수준은 확실히 달라진다.
--- 「1장 3. 다독, 다작, 다상량을 입체화하라」 중에서
단문으로 쓰는 글이 경쾌하고 명확하다. 하나의 문장을 하나의 생각으로 쓰는 것이다. 군더더기가 적어 잘 읽힌다. 읽는 이가 짧은 호흡으로 글을 대할 수 있다. 잘 읽히면, 이해도 잘된다. 특히 언론사 입사 전형에서는 평가자가 적게는 수십 편의 글에서 많게는 수백 편의 글을 읽어야 하기 때문에 한 번 읽어도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간소한 문장을 쓰는 이는 한 문장에 하나의 생각을 담도록 쓴다. 마찬가지 이치로 한 문단 안에 하나의 중심 생각이 똬리를 틀고 있도록 쓰는 게 바람직하다. 문단은 하나의 중심 생각이 있는 생각 꾸러미다. 글을 처음 쓰는 이들을 보면 하나의 문단 안에서 너무 많은 얘기를 하려고 한다. 복잡하고 혼란스러워진다. 문단 구별도 어려워진다. 긴 글을 처음 쓰는 사람이라면 ‘한 문단 쓰기’부터 해보는 게 좋다.
--- 「1장 4. 좋은 글을 쓰기 위한 기본기」 중에서
예비 언론인들이 치러야 하는 글쓰기 시험은 종이 위에 자기 손으로 직접 쓰는 식이다. 컴퓨터로 쓰는 글과는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 컴퓨터로 쓸 때는 고쳐 쓰기 쉽고, 글을 옮기는 것도 자유자재다. 종이에 쓸 때 계획을 확실히 하지 않는다면 망치기 쉽다. 반복적인 연습이 필요하다. 1주일에 한두 번 이상은 반드시 종이 위에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 종이 위에 한 번 쓸 때마다 종이에 대한 두려움이 2~3%씩 줄어들 것이다.
--- 「1장 5. 글쓰기 신동은 없다, 모범 답안도 없다」 중에서
주장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주장보다 설득을 목적으로 한 주장이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고, 공동체에도 이익이 된다. 글쓴이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이 읽었을 때 ‘나랑 다른 의견이지만, 이해할 만하다’ ‘이렇게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 ‘이 의견도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구나’, 하고 생각할 정도로 쓴 글이 좋은 논술이다.
--- 「2장 2. 논술은 어떤 글인가, 어떤 문제가 출제되나」 중에서
보통 서론(도입부), 본론(전개부), 결론(결말부) 등 3단 구성으로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3단 구성을 하게 되면 글을 쓸 때 어디까지가 서론이고, 어디부터가 본론이고, 결론은 어디에서 시작해야 하는지 등을 중심으로 고민하게 된다. 그런데 그런 고민은 논술 구성에서 쓸모가 없다. 중요한 건 글 전체가 하나로 완결되고 통일됐느냐다. 완결성과 통일성을 위해 고려해야 할 점은 오히려 문단 개수이다.
--- 「2장 3. 논리적 표현, 논리적 구성」 중에서
초심자들은 대부분 논제를 받으면 도입부에 어떤 내용을 쓸지를 먼저 고민하는데 그렇게만 하면 곤란하다. 전체 글의 논지를 먼저 생각해보고 그 논지를 뒷받침하는 논거들, 즉 ‘논증할 명제들’을 찾아야 한다. 그 논거를 주장, 이유, 근거, 전제가 있는 논증 구조로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 「2장 4. 논증이 관건이다」 중에서
글이 천편일률적으로 되는 이유는 여러 내용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하나를 깊이 있게 다루는 방법이 여러 개를 얕게 거론하는 것보다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다. 글쓴이가 생각하기에 가장 중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에 집중하자. 잘만 하면 자신만의 생각을 잘 펼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 「2장 5. 논술의 평가 기준」 중에서
처음부터 완성도 높은 설계도를 그리기는 어렵다. 쉽게 해볼 방법은 완성된 글로 설계도를 만들어보는 것이다. 완성된 논술을 구조적으로 파악하는 연습법인데 이를 반복하다 보면 글을 구조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은 물론 설계도를 그리는 능력도 높아지게 된다. 완성된 글로 설계도 그리는 연습을 할 때 ①논지 ②논거 ③중심 개념어 ④인상적 표현 ⑤글의 장단점 이렇게 다섯 개 범주로 정리해보면 좋다.
--- 「2장 7. 10분 만에 그리는 설계도」 중에서
창의력을 바탕으로 언론인들은 상투적인 사실을 상투적이지 않은 뉴스로 만들어낸다. 개별의 사실 속에서 보편적인 진실을 발견해낸다. 사실의 홍수 속에서 의미 있는 현상을 발견하고 구성한다. 전혀 연결되지 않을 듯한 사실과 사실, 사실과 가치, 가치와 가치를 연결하기도 한다. 작문 평가 과정에서 이 능력은 구체적으로 작문 제시어의 소화 능력과 해석 능력으로 발현된다.
--- 「3장 1. 창의성, 언론사가 작문 전형을 치르는 이유」 중에서
예비 언론인들 가운데는 내용이나 콘텐츠를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에 더 신경을 쓰는 이들도 있는데 그건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내용(콘텐츠)이 우선하고, 형식과 장르는 그다음이다. 예를 들어 SF 소설 형식을 고집할 경우 쓰려는 내용이 해당 형식에 잘 맞는지부터 고민해봐야 한다. 특정 형식을 고집한다고 해서 글이 저절로 좋아지는 건 아니다. 재미도 없고, 공감 요소도 적고, 그럴듯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계속 쓰는 건 시간과 힘을 낭비하는 일이다.
--- 「3장 2. 작문은 어떤 글인가, 어떤 문제가 출제되나」 중에서
언론사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글쓴이가 제시어의 소화와 해석 과정에서 보인 생각의 깊이와 다양성, 창의성과 개성’이다. ‘인간과 사회, 사물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성찰이 있는가’가 관건이다. 글의 내용이 전반적으로 참신하고 신선한가도 중요한 요소다. 결국 작문을 쓸 때 가장 큰 터부는 ‘상투성’이다. ‘상투 어구(cliche)’는 금물이다. 식상하고 원론적이고 당위적인 접근으로는 차별성을 보이기 힘들다.
--- 「3장 3. 작문의 평가 기준, 뇌를 깨우는 세 가지 힘」 중에서
에세이에 등장하는 핵심 사례는 직접 경험, 간접 경험, 상상 등 소재 선택에 제한이 없다. 논술에서 논증을 할 때 근거로 쓰는 사례와는 성격이 다르다. 논술에서 근거로 쓸 경우에는 정확성, 신뢰성, 대표성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하지만, 작문에서의 사례는 그런 조건을 갖출 필요가 없으므로 사례의 내용에 제한을 두지 말고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게 좋다.
--- 「3장 4. 논픽션 에세이와 픽션 스토리」 중에서
작문 역시 논술과 마찬가지로 설계도를 10~15분 안에 계획한 뒤에 글을 쓰는 것이 좋다. 그래야 많이 고치지 않고 깔끔한 작문을 쓸 수 있다. 설계도는 논술 설계도와는 다른 구성과 방법으로 만들어야 한다. 제시어를 받으면 연상되는 단어, 어구, 문장, 시각물 등을 나열한다. 제시어와 관련한 자신의 직접 경험이나 간접 경험, 지식 등을 모두 포함한다. 아라비아 숫자를 매겨가면서 나열하는 게 좋다. 10개 이내는 곤란하고 그 이상으로 나열하는 게 좋다. 다다익선이다. 연상하는 게 첫 번째 단계다.
--- 「3장 5. 아이디어 발상-전개-구성과 설계도」 중에서
게임을 하듯이 글을 써볼 필요가 있다. 변화를 다양하게 줌으로써 예상하지 못한 효과를 얻는 것이다. 형식과 장르, 화자의 시점, 공간과 시간, 접근법 등에 변화를 주면 기존의 글과는 다른 효과를 낼 수 있다. 논픽션 에세이를 픽션 스토리로 바꾸거나 그 반대의 시도도 해본다. 화자인 나의 자기 고백적 화법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1인칭 화자 시점과 한 발 떨어져서 거리 두기를 해야 하는 3인칭 화자 시점은 느낌과 결이 다르다. 누구의 시점이냐에 따라 사물이나 사건이 달리 보인다.
--- 「3장 7. 스테레오타입과 결별하라」 중에서
내밀한 자기 고백을 포함한 작문은 특히 흡입력과 주목도가 높다. 그러나 고백적인 글이 ‘솔직하기만 한 고백’ ‘넋두리로 그치는 고백’이라면 좋은 작문이 되기 어렵다. 글을 읽는 사람들과 공감하는 요소를 최대한 늘려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솔직’이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 ‘공감’이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개인의 이야기를 쓸 때 글쓴이라는 개별적 존재의 경험 속에 녹아 있는 보편성을 찾아서 또 다른 개별자인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요소를 잘 찾아내야만 한다.
--- 「3장 8.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