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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버드의 노래

: 흑인, 퀴어, 우아한 탐조자로 살아온 남자의 조용한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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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412쪽 | 510g | 140*210*20mm
ISBN13 9788972971429
ISBN10 8972971421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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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말 어느 날, 아침 일찍 맨해튼의 센트럴파크에서 경찰을 부르기 위해 911을 누르려 휴대폰 위를 방황하던 하얀 손가락의 소유자가 순간적으로 내뱉은 문장에서 그 사건은 촉발됐다. “여기 나를 위협하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있다고 신고할 거예요.” 69초짜리 비디오 중간에 등장한 여덟 단어는 두 생명체의 삶의 궤적을 바꿔놓았다.
--- p.9

“우리의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해.” 탐조는 당신의 시각을 바꿔놓을 것이고, 새로운 의미를 더할 것이고, 그것들을 서로 연결할 것이다. 소리와 계절을, 멀리 떨어진 장소를, 우리를 초월하는 동시에 포용하는 야생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를. 내 삶에서, 탐조는 경이로움으로 향하는 문이었다. 이제 장막을 걷고 당신을 내 세계로 초대하려 한다.
--- p.12

우리 인류는 경로를 벗어난 이 작은 새 주위로 모여든다. 우리는 날개 달린 꿈을 꾼다. 어린 시절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 꿈을. 탐조는 내가 환영받지 못하는 세상 속 퀴어 청소년으로서 고통 받을 때 피난처가 되어주었고, 흑인이자 아웃사이더라는 정체성을 공고히 해 나의 괴짜 같은 근간을 다질 수 있게 해주었다. 탐조는 내게 일생일대의 풍경을 목격할 수 있도록 안내했고, 몇 년 후 내 삶을 완전히 바꾸어놓은 센트럴파크에서의 또 다른 사건으로 이끌었다. 미국인들이 양심을 돌아보게 한 바로 그 사건 말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 이전에, 내가 전 세계를 여행하게 만든 것은 이 날개 달린 꿈이었다. 먼 곳에 있는 새를 찾으러 가고 싶다는 꿈.
--- pp.25-26

혼란스러운 이름들과 찰나에 목격한 생김새를 기반으로 한 잘못된 추측 때문에, 누가 누구고 그 새가 진짜 어디에 속하는지 이해하고 진가를 알아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내 정체성을 다방면으로 살펴보고 사회적 분류 체계 중 어디에 속하는지 확인해야 했다. 어떤 이름이 어울리고 맞지 않는지, 세상이 어떻게 나를 오인하고 잘못 정의했는지 말이다. 나는 백인들의 세상 속에서 내 검은 피부에 익숙해져야 했고, 성적 지향이 흑과 백으로만 나눠지는 세상에서 무지개색인 내 퀴어 몸에 익숙해져야 했다.
--- p.31

엘레오노라매는 사냥한 모든 새의 숨통을 끊지 않는다. 대신 나중을 위해 꼬리와 날개깃을 뽑고 산 채로 파묻어 일부를 저장한다. 암석이 가득한 섬의 틈 사이에 끼워 넣어서. 사냥당한 명금류는 이런 방식으로 매가 숨통을 끊어버리겠다고 마음먹을 때까지 며칠 동안 신선한 먹이로 저장된다. 자유로운 운명이었지만 속수무책으로 무자비한 끝을 마주하게 된 불운한 피해자가 됐다고 상상해보자. 나도 다 겪어봤다. 그 마음 내가 알지.
--- p.49

이제 그 묘비는 나를 위협하지 못했다. 나는 그 무덤을 더 이상 떠올리지 않았다. 나는 한 발 나아갔다가 등을 돌리고 묘비로부터 영원히 멀어졌다. 두 번 다시는 돌아가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회복이 필요한 블랙버드였지만, 회복은 이미 시작되었다. 졸업식이 다가오고 있었고, 이전의 모든 삶을 공동묘지에 남겨두고 나는 집으로 향했다.
--- p.85

큰검은찌르레기를 정성들여 관찰한 건 수년 동안 이번이 처음이었다. 전체적으로 깃털은 어두운 색이었지만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무지개색 광택이 돌았다. 맹렬한 노란 눈이 눈에 띄었고, 뚜렷한 V 형태와 꼬리 아래로 선명한 주름이 인상적인 커다랗고 근사한 꼬리를 지녔다. 나는 큰검은찌르레기를 비뚤어진 시선이 아니라 새로운 시선으로 보고 있었다. 대부분의 새를 처음 목격하는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그리고 아이들이 옳았다. 그 검은 새는 정말 놀라웠다. 수년 전 내가 어린 시절에 또 다른 검은 새를 발견했던 것과 같다. 누군가가 아름답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위해서는 가끔 관점을 바꾸기만 하면 된다.
--- p.91

동물의 왕국에서 수컷 황제펭귄보다 헌신적인 아버지는 없다. 남극이 점점 더 어두워지고 추워지는 동안 암컷은 알을 하나 낳고 수컷에게 알을 맡긴 후 몇 주 동안 물고기를 충분히 섭취하기 위해 바다로 향한다. 그 동안 수컷은 영하 30도의 온도와 자비 없는 바람 속에서 온기를 유지하며 남극의 한겨울을 보낸다. 몇 달 동안 음식 하나 먹지 않고 단 한 가지 목적을 위해, 소중한 알을 지키기 위해 애쓴다. 수컷은 알을 얼음에 닿지 않게 하기 위해 발등 위에 조심스럽게 균형을 잡고 두꺼운 피부와 단열에 뛰어난 깃털로 온기를 유지하며 부화하기를 기다린다. 흰색과 푸른색으로 뒤덮인 척박한 벌판에 우뚝 서서 움직이지 않는 수컷 황제펭귄의 머리 위를 빙빙 도는 별과 남극광의 흐릿한 빛이 비출 때면 그 긴 철야 동안 무슨 꿈을 꾸는지 궁금해진다.
--- p.275

야외활동을 좋아하는 모든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지역에 따른 인종적 선호도를 인지하고 있으며, 이 사실은 유색인종 탐조인들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 새를 보러 가도 괜찮은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구분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행하는 흑인들이 안전하게 숙박하고 식사할 수 있는 시설을 기록한, 차별의 시대를 위한 여행 가이드인 ‘그린북 Green book’을 만들었다. 그리고 괴롭힘이나 위협을 받지 않고 안전하게 탐조, 캠핑, 하이킹, 등산을 할 수 있는 장소를 기록한 인식도를 실었다.
--- p.396

탐조인으로서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아는 게 거의 없다. 그냥 신기한 정도가 아니라 흥분되기까지 했다. 천재성이 돋보이는 까마귀의 소리를 들으면서도 우리는 그들이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작은 종달도요가 어떤 도요인지 여전히 구분하지 못하고, 둥지 재료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내 다리 주변을 날아다니며 다리털을 부리로 건드리는 코스타벌새처럼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할 때면 내 인생 전체가 동요했다. 내가 죽어 차갑게 생기를 잃은 손에서 쌍안경을 억지로 떼어낼 때까지는 평생 탐조를 하는 동안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다.
--- p.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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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 쿠퍼의 글은 그가 사랑하는 새들만큼 놀랍고 매혹적이다. 이 책은 문화와 대륙을 넘나드는 즐거운 여행이며, 노래로, 마음으로, 온전히 살아낸 삶으로 가득 차 있다.
- 에드 용 (퓰리처상 수상자, 《이토록 굉장한 세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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