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멜랑콜리를 커피로 극복할 수 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토머스 엘리엇(Thomas Eliot), 거트루드 스타인(Gertrude Stein) 등 수많은 문학가가 커피의 질감에서 위안을 받았다. 커피를 머금고 입안 구석구석 돌려보면 부드러움이 살아난다. 가을 커피의 매력은 보디(body)다. 보디는 와인의 향미를 표현하는 데 쓰는 용어인데, 커피 맛을 평가하는 데도 사용된다. 커피를 머금었을 때 그 무게감이 우유 쪽에 가까울수록 “보디가 무겁다(heavy)”고 표현한다. “보디가 무겁다”는 것은 커피에 들어 있는 성분이 많고 복합미가 좋다는 지표이기도 하다. 보디가 좋으면 목을 타고 내려오며 피워내는 향과 삼킨 뒤 길게 이어지는 뒷맛이 인상적이게 마련이다.
--- 「가을에는 커피가 생각난다」 중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인기도 맛으로 풀이할 수 있다. 뜨거운 커피에 비해 한 모금 가득 입안에 담을 수 있어 ‘양적 포만감’이 뛰어나다. 그 덕분에 입안의 점막을 눌러주는 강도가 상대적으로 강해 보디감이 뜨거운 커피보다 되레 묵직하고, 그로 인한 만족감이 크다. 차가움으로 인한 첫인상이 강렬하고 상쾌해 기분 전환에도 더욱 효과적이다. 또 카페인의 각성 효과는 마신 뒤 20~30분이 지나야 서서히 나타나는데, 이 공백 기간을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청량감으로 메워준다. 마시는 즉시 깨어나는 듯한 물리적 자극을 준다는 점도 ‘따아’가 ‘아아’를 이겨내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중에서
미국 남북전쟁의 스타는 커피였다. 워싱턴 D.C.에 있는 스미스소니언국립미국사박물관의 큐레이터인 존 그린스펀(Jon Grinspan)은 「커피는 어떻게 남북전쟁을 부채질했는가?(How Coffee Fueled the Civil War)」라는 2014년 7월 9일 『뉴욕타임스』 기사에서 “전쟁, 총알, 대포, 노예, 어머니, 심지어 링컨”이라는 단어보다 “커피”가 당시 병사들의 일기에 더 많이 등장한다고 말했다. 이 박물관에 보관된 한 병사의 일기는 커피가 얼마나 절실한 ‘무기’였는지 짐작하게 해준다. 북군의 기습부대 요원 에베네저 넬슨 길핀(Ebenezer Nelson Gilpin)은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1865년 4월의 일기에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긴장감은 견딜 수 없을 정도다. 보급품이 전보다 4분의 1로 줄었으며 커피 보급 자체가 끊겼다. 커피 없이는 임무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적었다.
--- 「커피는 남북전쟁에서 군인의 무기였다」 중에서
1936년 12월 당시 대표적 교양잡지인 『삼천리』가 비너스, 낙랑파라, 모나리자 등 3개 다방의 마담들을 초대해 좌담을 하고 글을 게재할 정도로 이들은 지식인으로 대접받았다. 실제 이들 다방의 마담은 영화배우 복혜숙(卜惠淑), 영화배우 김연실(金蓮實), 가수 강석연(姜石燕)이 각각 맡고 있었다. 이 시기에 다방은 마담이 누구냐에 따라 품격이 정해졌다. 당대 최고 배우인 복혜숙은 이화여전을 나오고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인텔리 신여성으로 존중받았는데, 훗날 대통령이 되는 윤보선과 이승만 정부에서 내무부 장관을 지낸 조병옥이 비너스의 단골이었다. 한국인이 주인인 최초의 다방으로, 영화감독 이경손이 1927년 문을 연 ‘카카듀’는 하와이 교포로서 목사의 딸인 ‘미스 현’이라는 미모의 여성이 마담을 맡았다.
--- 「‘다방 마담’은 어떻게 ‘다방 레지’로 전락했는가?」 중에서
커피에 담긴 스토리를 함께 소비하는 것은 커피를 마시는 행복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커피값이 통념을 깨고 너무 비쌀 때는 의심해도 좋다. 좋은 커피는 산지마다 반드시 있다. 잘 익은 커피 열매만을 수확해 제때 가공하고 보관하면 소비지의 커피 애호가들을 감동시킬 충분한 맛을 발휘한다. 일부 고가 커피들이 전반적으로 커피 품질을 높이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 현상이 커피 문화에 사치를 부추기는 잡음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제값을 주고 커피를 마시는 운동은 형편이 어려운 나라의 공정무역 커피뿐만 아니라 ‘사치품 커피’에도 마땅히 적용되어야 한다.
--- 「세상에서 가장 비싼 커피가 탄생했다」 중에서
카페인이 인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괴테의 시대에는 알 수 없었다. 인간의 영혼에 작용해 위험해 보이면서도 집중력을 높여주고 활력도 넘치게 하는 장점도 지녔다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카페인이 발견된 뒤 60여 년이 지난 1884년에야 카페인의 화학구조는 독일의 헤르만 에밀 피셔(Hermann Emil Fischer)에 의해 규명되었다. 카페인이 신경전달물질인 아데노신과 모양이 비슷한 덕분에 뇌에 직접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 이때였다. 이 무렵부터 디카페인 생두가 움트기 시작한다. 카페인이라고 하는 명확한 대상과 그것을 제거할 수 있는 구조가 밝혀졌기 때문이다.
--- 「디카페인 커피는 어떻게 발명되었을까?」 중에서
커피도 마시는 사람과 함께 나이 들어간다. 커피를 오랜 친구처럼 사귀면 정서적인 도움을 받는 것뿐만 아니라 건강 관리에도 유익하다. 늘 마시던 커피가 어느 날부터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했다면, ‘커피의 변심’을 의심하지 말고 ‘내 몸에 변화가 있지 않나’ 하고 생각할 일이다. 맛으로 노화를 자각할 수 있는 것은 ‘커피라는 오랜 친구의 선물’이다. 입맛이 떨어지는 것은 단지 날씨 탓만이 아니다. 특히 노인의 미각 변화는 주변 사람들이 함께 관찰해주면 좋다. 맛을 느끼는 세포는 젊고 건강할 때는 1만 개가량이 된다. 청력과 시력이 점점 떨어지는 것처럼 대체로 40~50대부터 미각세포 숫자가 줄어들고, 기능도 떨어져 맛 감각이 둔감해진다. 60대로 접어들면 후각과 미각 능력이 저하되는 속도가 더욱 빨라진다.
--- 「미각도 늙는다」 중에서
여러 연구에서 커피는 인지 기능, 항산화 효과, 사망률 감소, 심혈관 질환, 당뇨병, 간질환, 일부 암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면서도 후두암, 유산, 의존 증상, 금단 증상 등 부정적인 결과도 초래한다. 아울러 커피와 질병의 상관관계에서 U자 곡선을 그리기 때문에 커피를 섭취할수록 좋다는 생각도 피해야 한다. ‘U자 모양의 결과치’는 커피 섭취량이 증가함에 따라 질병 위험이 감소하다가도 일정 수준 이상에서 다시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커피를 적당히 마시는 것이 질병 예방에 효과적이지만, 너무 많이 마시면 오히려 해로울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 「커피는 몇 잔까지 마셔도 될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