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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녹촌 동시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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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10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422g | 150*225*13mm
ISBN13 9788956657417
ISBN10 895665741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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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부리* 소리

글을 쓸 때도
쏴아 철석
책을 읽을 때도
쏴아 철석.

운동장 기슭에 와서
보채는 듯
쏴아 철석.

오징어잡이 나가신
아버지가 그리워
창 너머로 눈을 돌리면,

아-
어지럽도록
아암히 푸른 바다…….

쏴아 쏴아
나부리 소리 속에
아버지 고기잡이 노래도
들려 온다.

*나부리 : 파도의 동해 지방 사투리
--- 본문 중에서

학교길

바다를 끼고 오가는
학교 길은
혼자서 걸어도
정다운 길.

푸른 물결 밀려 와
발을 적시면
파란 꿈이 꽃처럼
피어 오르고,

갈매기와 얘기하며
걷노라면
고스란히 구김살도
펴지는 길.

바다를 끼고 혼자서
오가는 길은
걸어도 걸어도 또
걷고 싶은 길.
--- 본문 중에서

중간 보건

스피커 소리
우렁차게
하늘로
바다로
메아리져 퍼진다.

모두 모두 뛰어나와
팔을 흔들어라.
가슴을 펼쳐
하늘을 안아 보아라.

팔들이 일제히
나무숲처럼 피어 올라
일렁일 때마다,

어린이들 가슴에
선생님들 가슴에
푸른 하늘이
한아름.

둥그런 팔 안에
둥그렇게 하늘이
한아름.

바닷가 외딴 마을에서도
날마다 한 치씩
어린 팔들이 자라고,

어린 가슴은
바다처럼
사뭇 푸르러들 가고…….

소라가 크는 집

바닷가 돌바위 새에
바다제비처럼 흙집을 모아
엄마와 단둘이 사는
식이네 집은
소라의 꿈이 크는 집.

엄마는 갈구리 들고
미역 주우러 가고
동네 아이들 학교로
빨려 가 버리면,
모래사장도 넓은 바다도
온통 식이 혼자만의 것.

뜨락 밑에서 철석이는 바다는
그대로 하나의 파란 교실……
땡땡 학교 종이 울릴 때면
책이 없어 외로운 식은
파란 동화책을 펴 놓고
혼자서 꿈꾸며 공부를 한다.

첫째 시간엔
조개알 주워 모아 조개성 쌓고
둘째 시간엔
세계 지도 그리며
낯선 항구 더듬어 보고
세째 시간엔
갈매기 타고 수평선 넘어 날아가 보고
그리고 네째 시간엔…….

파란 바다가
파란 말씨로 일러 주는 가르침은
우람하고 크낙하고 싱싱한 것.
마구 가슴팍을 파고 드는
힘세고 억세고 뜨거운 것.

바다에 아버지를 여의고도
또 바다를 어버이 삼아
홀로 크는 식은,
오늘도 파란 교실의 유리창을 닦으며,
또 하나의 빨간
아침 해를 먹는다.
--- 본문 중에서

해와 달 사이에서

해와 달 사이에서
별들의 눈망울이
산머루처럼 익어 가듯,

아가들은
엄마 아빠 사이에서
별 같은 눈망울이
영글어간다

해님은
뜨겁고 힘세고 억센
해바라기 사랑을,

달님은
수줍고 아늑하고 은은한
달맞이꽃 사랑을,

해와 달 사이에서
별들이 자라듯
아가들이 자란다.
--- 본문 중에서

숲길

눈이 까매서 외로운 소년은
혼자서 숲길을 걷곤 했다.

숲 속엔 아무도 아무도 없지만
눈부신 이파리들
수런거리는 속삭임이 좋았다.

숲 속에 바람이 일어
소용돌이치는 강물처럼 바람이 일어,
구름밭 사이 어느 골짜기로
메아리져 퍼지는 나무들의 아우성…….

소년은 숨이 차 눈을 감아 본다.
가슴이 환히 열린다.
마음은 둥둥 노래 위에 뜨고,
숨숨 부풀어 오르는 소년의 꿈…….

눈이 까매서 외로운 소년은
버릇처럼 숲길을 걷곤 했다.
--- 본문 중에서

해바라기

유리창 밑에서
소낙비를 맞던
해바라기.

고추잠자리 날을 때
고개를 쑥 빼 들고
교실 안을 넘어다 보았다.

-보인다, 보인다, 정아
-책 읽는 소리 물소리 같아
-꼭 한 번 보고 싶던 정아.

정아는 동시를 쓰느라고
생각에 잠기다가
뒤통수가 간지러워
뒤돌아보았다.

커다란 커다란
해바라기.
인자한 할아버지처럼
웃고 있는 해바라기.
--- 본문 중에서

바람개비

미술 시간에 만든
바람개비
들길에 서니,
잔잔잔
잘도 돈다.

바람개비 입에 물고
팔을 뻗치면
노마도 순이도
비행기.

파란 들길을
비행기가 여섯 대
잔잔잔
날아 간다.

날개를 기우뚱거리며
부릉부릉거리며…….
십릿길도 단숨에
하마 집에 다 와 버렸다.
--- 본문 중에서

유리 항아리

비 멎은 뒤
오월의 산과 들은
파란 유리 항아리.

〈꾸요 고오-〉
노란 꾀꼬리 울음 소리
숲속 이슬을 말리고,

숨숨 커 오르는
나무 가지들
금시 산 키를 잰다.

멱감은 나무들이
일제히 합장을 터뜨렸다.
오월은 저희들의 달이라고…….

비 멎은 뒤
산과 들은 유리 항아리.
파랗게 파랗게
들어비치는
유리 항아리.
--- 본문 중에서

숲속 교실

삐찌구 찌찌
삐찌구 찌찌

멧새들이 피리를 분다.
숲속에 시를 쓰는
아이 손님들이 왔다고…….

지느러미처럼 하늘거리는
오리나무, 아까시아 이파리들
말랑말랑한
눈망울을 어루만지면,

숲속 푸르름이 가슴 깊이 젖어 들어
아이들은 문득 사슴이 된다.
싸리 순 뜯는 아기 사슴이 된다.

연초록 산바람 따라
하얀 원고지 위엔
이파리 그늘이
비눗방울처럼 아른거리고,

아이들은 무늬진 종이 위에
수를 놓는다.
으른으른 그림자 무늬 같은
꿈을 그린다.

삐찌구 찌찌
삐찌구 찌찌.

동시는 사뭇 멧새 노래 닮아 가고,
아이들의 눈망울은
우물 속 구름같이 맑아져 가고…….
--- 본문 중에서

코스모스(1)

아무렇게나 던져진 씨앗이
여름 한 철
아무렇게나 자라서,

허술한 집 모퉁이
비었던 하늘을
꽉 채워 버렸다.

추석빔 차려 입은 아가들처럼
울타리 밑에 모여 앉아
가을바람에 쌩긋쌩긋.

아무렇게나
흩어진 대로 피었어도
울타리 밑은
환히 빛나는 별나라.
--- 본문 중에서

슬픈 지도

사회 생활 시간에
두 개의 눈과
백 마흔 남은 눈들이
함께 울었다.

태백 푸른 산맥을 타고
백운산까지
더듬어 올라가다가,

경부선
경의선을
내쳐 달려 보다가,

끊어진 동맥
썩뚝 잘린 송전선
아아, 막혀 버린
가슴과 가슴…….

숨을 죽이고
눈과 눈들이 마주 보았다.

이슬로 흐려지는 지도.
슬픈 지도.
--- 본문 중에서

잠그네도 없이

봄 해 긴 풀뿌리 고개
한 되박 보리쌀을 벌려고
엄마는 비틀비틀
돌자갈을 여 나르는데,

등에 업힌 갓난이는
누더기 요때기 속에 잠이 들었다.
자장가도 잠그네도 없이
단잠이 들었다.

돌자갈을 쿵 부릴 적마다
고개가 젖혀진 채로
핏기 없는 아가는
잠만 잔다.

누더기 엄마 등이
잠그넨 줄 알고
잠만 잔다.
--- 본문 중에서



연을 올린다.
바람에 연을 걸어
꿈을 올린다.

시끄럽다고 쫓겨난 노마도
방이 비좁아 밀려나온 돌이도
하늘에 훌쩍
마음을 띄워 보낸다.

꼬리연
방패연
광대연…….

여울물 차고 오르는
잉어 떼처럼
퍼드럭거리며

맴돌며
마구 하늘을 쏘다닌다.

노마도
돌이도
벌써
하늘에 떴다.

휘휘 얼레에
푸른 하늘을 감으며
달나라 로켓트도 타 본다.

겨울 하늘은
짓눌린 아이들의
마음의 놀이터.

연이 퍼드럭거린다.
겨울 꿈이 퍼드럭거린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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