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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어제가 있어 빛난다

: 과거를 끌어안고 행복으로 나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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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10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452g | 135*205*17mm
ISBN13 9791172540333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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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과거에만 속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과거는 가버리지 않는다. 우리를 이루는 것은 현재보다 과거의 지분이 더 크다. 우리가 체험하는 매 순간은 부리나케 과거에 합류하고 바람에 떠밀려 뒤로 가는 배처럼 달아난다. 현재는 통과만 할 수 있다. 삶 속에서 나아갈수록 경험은 풍부해진다. 그러므로 과거와 잘 지내면서도 적절한 거리를 두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자신을 좀 더 잘 알고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가 물려받은 것을 파악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과거를 끝없이 곱씹으면서 살지 않기 위해서. 이따금 회한에 매몰되어 과거와 ‘더불어’ 사는 게 아니라 과거 ‘속에서’ 사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 「어제의 빛이 없으면 내일은 보이지 않는다」 중에서

우리의 지식과 정체성, 그리고 이것들의 근간에 있는 기억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베르그송은 우리의 과거가 기억 속에 “무한히 지속되지만” 고정되어 있지는 않다고 말한다. 기억은 우리와 함께 진화하고 삶의 경험, 미래를 투사하는 방식에 따라 현재에 맞춰진다. 한 세기 후 신경과학은 베르그송의 직관을 사실로 확인해줄 것이다. 객관적 기억은 없다. 모든 기억은 역동적 재구성이다.
--- 「모든 기억은 재구성이다」 중에서

‘일화기억(자전적 기억)’ 은 베르그송이 말한 추억기억에 해당한다. ‘의미기억’은 단어와 개념에 대한 기억이다. ‘절차기억’은 우리의 반응과 습관에 결부된 것으로 베르그송이 제시한 습관기억에 가깝다. 그리고 작업과 감각에 관한 ‘단기기억(작업기억과 감각기억)’이 있다. 앞서 말한 주요한 세 가지 기억은 단지 기억의 양상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과거가 적어도 세 가지 방식으로 우리 안에서 작용하고, 우리를 이끌거나 혼란스럽게 하며, 우리를 떠받치기기도 하고 구속하기도 한다는 의미다. 과거와 잘 살아가는 법을 배우기 위해 이 기억들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신경과학이 알아낸 바를 잠시 살펴보고 가면 좋겠다.
--- 「과거의 현존들」 중에서

프루스트가 전하는 이 장면은 신경과학자들이 말하는 ‘점화amorcge’와 정확히 일치한다. 지각의 흐름 속 정확히 어느 한 지점이 과거의 회귀를 부른다. 우리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탐독하면서 모든 감각이 레미니상스를 촉발하고 점화 현상의 문을 열기에 적합하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마들렌의 맛이든, 테이블 냅킨의 감촉이든, 그 밖의 청각, 시각, 후각이든. 최근의 연구들은 프루스트의 직관을 확인해주었다.
--- 「과거는 현재로 통하는 문이다」 중에서

사랑에 목매지만 낯을 심하게 가리는 사내아이, 단체 안에서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는 소년, 풀문 파티 다음 날 창을 열고 우다이푸르 호수를 바라보던 여행자, 바랑주빌 교회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넋 놓고 바라보던 사내… 그들은 다 동일인이 아닌가? 추억들이 이 영속성을 밝히 보여주고, 흐르는 세월과 변해버린 모든 것이 무색하게도 지속적인 정체감을 느끼게 한다. 확실히 뭔가가 그대로 남긴 했다. 그런데 그게 ‘자아’가 맞을까
--- 「과거는 정체성의 기반이다」 중에서

가령, 볼테르가 한 말로 잘못 알려진 이 경구는 어떠한가. “행복이 건강에 좋기 때문에 나는 행복하기로 결심했다.” 티셔츠나 머그잔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이 문장은 재미있으면서 ‘엉뚱한’ 느낌이지만 잘 생각해보라. 행복이 그저 선택만 하면 뒤따르는 옵션 같은 것이던가? 손만 한 번 흔들면 고통스러운 과거와 결별할 수 있던가? 행복이 순전히 우리가 삶을 대하는 태도,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 의지력에만 달려 있나? 이 현대적 이데올로기에 따르면 우리 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물이 반쯤 담겨 있는 잔을 보고 ‘물이 반 밖에 안 남았네!’가 아니라 ‘물이 반이나 남았네’라고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단다. 과거를 곱씹는 병을 떨치고 건강을 되찾으려면 뒤를 돌아보지 말고 저 앞을 바라보아야 한단다. 이러한 제안들은 매혹적이지만 인생사가 얼마나 복잡하고 오묘한지 간과한다.
--- 「과거를 외면할 때 벌어지는 일들」 중에서

우리의 인격은 과거의 산물 그 이상이다. 베르그송이 『창조적 진화』에 썼던 대로,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경험한 역사의 응축” 그 이상이다. 인격은 우리의 정체성인데, 미래를 향해 우리로 하여금 행동하고 창조하도록 이끄는 생의 힘이 가로지른다. 창조적 재연을 통하여 우리는 우리의 인격을 표현한다. 그로써 우리는 미래로 도약하는 유일무이한 개인으로서 자신을 실현한다.
--- 「과거를 버팀목 삼다」 중에서

정신분석 요법은 내담자에게 일관성이나 도덕적 검열에 연연하지 않고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말하게 한다. 그로써 ‘분기分岐, diverger’를 가르치고 과거를 새롭게 조명한다. 이 분기의 기술이 무익한 되새김질에 대한 최고의 해독제다. 지적 창조성의 원동력을 분석하는 심리학자들은 그러한 역량이 분기와 수렴 사이를 부단히 왔다 갔다 한 결과라고 정의한다. 분기는 생각을 자유롭게 펼치고 모든 연상과 여담을 허용하는 태도다. 오는 생각 막지 않고 다른 생각을 끌고 오는 것도 막지 않는 태도라고 할까.
--- 「과거에 개입하다」 중에서

청춘의 뻗치는 기운은 과거의 것이요, 뭐든지 할 수 있을 것처럼 팔팔하던 건강도 떠났다. 우리는 늙어간다. 하지만 생이 안겨준 비루함이나 환멸이나 질병 속에서도 지혜를 끌어낼 수 있다. 불의를 거부할 때, 더 나은 세상을 갈구할 때, 투쟁 혹은 쾌락을 추구하는 동안에 우리는 다시금 청춘의 갈증과 원기를 되찾는다. 그렇게 열정을 되찾는 것이 가버린 청춘에 대한 애도다. 청춘을 되찾으려고 아등바등하는 게 아니라 예전의 그 무엇이 현재에 공명하게 하고, 과거와의 관계를 우리 삶의 방식, 혹은 그저 추억으로 연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죽은 자들을 애도할 때와 마찬가지로.
--- 「과거를 안고 나아가다」 중에서

과거를 100퍼센트 취하지 않아도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 때로는 내려놓고 잊기도 하면서 우리는 부단히 앞으로 나아간다.
--- 「그렇게 우리는 앞으로 나아간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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