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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속세로 출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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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10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150*220*20mm
ISBN13 9791158545291
ISBN10 1158545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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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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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수행자들은 백골관을 통해 인간의 몸과 마음을 구성하는 사대와 오온이 사라지고 결국에는 앙상한 뼈만 남는 과정에 대한 성찰을 통해 인생무상을 깨닫는다. ‘오온이 모두 공하다’는 오온개공五蘊皆空이다. 내가 살던 시골집 건너편에 공동묘지가 있었다. 매일 그 위로 아침해가 떠올랐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대해 아무런 관심과 의식도 없던 어린 시절, 나와 친구들은 공동묘지를 놀이터 삼아 뛰놀았다. 사대와 오온이 풍화되어 하얀 백골이 된 해골바가지는 막대 끝에 매달린 장난감이 되었다. 더러는 축구공이 되어 우리 발끝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어린 내게 죽음은 전혀 심각하지 않았다. 그저 놀이나 유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백골관을 대하고 나서부터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질풍노도라 불리는 사춘기가 시작되었고, 인간 존재의 근원에 대한 고민으로 사뭇 진지하고 심각한 때였다. 백골관은 청소년기의 내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도 언젠가 죽으면 사대와 오온이 바람에 흩날려 사라져 버릴 것이 아닌가?” 하릴없이 산등성이나 강가에 앉아 인간과 자연의 본질과 현상에 대해 사색하는 시간이 늘었다.
--- p.28 「제4화 문자를 세우지 마라」중에서

어릴 때부터 형식과 절차에 얽매이는 것을 체질적으로 싫어하는 나를 한동안 교회에 다니게 하고, 또 나름대로 성경을 열심히 읽고 기독교를 공부하게 만든 것은 바로 인간(사람) 예수였다. 천지창조와 원죄, 성령 잉태와 같은 성경 내용에는 강한 거부감이 있었다. 비록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했음에도 신과 사회, 인간에 대해 처절하게 고뇌하며 방황하는 예수는 가슴 깊이 자리했다. 40일간 광야를 떠돌며 방황하고 사탄과 당당하게 맞서는 예수는 좌충우돌하는 청소년기의 내 모습이기도 했다. 더욱이 여호와의 성령이 깃든 성전에서 ‘그의 이름을 팔아’ 장사하는 상인들을 채찍으로 후려치고 사회적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온몸으로 부딪혀 싸우는 모습에서 저항자·반항자 예수를 발견했다.
--- p.46 「제7화 내가 목자를 치리니 양들이 허둥지둥댈 것이다」중에서

면접은 전공과는 무관하게 진행되었다. 연구자로서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학문을 대하는 태도는 어떠한지, 어떤 계기로 학문을 하게 되었는지, 앞으로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학문을 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일체의 질문도 하지 않았다. 마치 면접은 ‘너는 지방대 출신’이라는 해묵은 관념을 주지시키고, ‘네가 감히 우리 대학을 넘봐’라는 식의 모욕과 굴욕을 주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분’이 그런 식의 면접을 하는 동안 다른 교수들은 고개를 푹 떨구고 서류나 뒤적이며 아무런 이의제기나 항변도 하지 않았다. 참 한심하기 그지없는 풍경이었다. 면접을 마치고 나오는데 학과장이 급히 따라 나오더니 차비라며 하얀 봉투를 내밀었다. 화가 치밀어 양복 안주머니에 밀어 넣고는 얼마인지 세어보지도 않았다. 지하철을 타고 친구를 만나러 이동하는데 비구니 스님 한 분이 목탁을 두드리며 탁발을 하고 있었다. ‘에랏! 더러운 돈, 좋은 일에나 쓰자’는 심정으로 스님이 들고 있는 보시함에 봉투를 넣었다.
--- p.88 「제13화 국적은 바꿀 수 있어도 학적은 바꿀 수 없다」중에서

오십 평생 살면서 깨달은 게 있다. 만일 내가 어리석어 바르게 깨닫지 못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세상이 채찍으로 나의 등짝을 세차게 후려치며 가르친다. 이것은 개인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회와 국가도 마찬가지다. 개인이든 사회와 국가든 바른 깨달음을 얻고 이를 실천하지 못하면 흥망성쇠를 비켜갈 수 없다. 하지만 우선 개인으로서 ‘나’에 착목하자.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찰나의 순간에 바르게 깨닫고 실천하라. 다음에, 다음에 하면서 미루고 머뭇거리다 보면 반드시 윤회의 과보를 받는다. 현생을 제대로 살지도 못하면서 영생의 헛된 꿈을 품어서 무엇하리. 어제의 나는 죽었고 내일은 없다. 바로 지금 살고 바로 지금 죽어라. 그래야 현실의 삶을 의미 있게 살다가 후회 없이 죽을 수 있다.
--- p.112 「제17화 세상이 채찍으로 너의 등짝을 세차게 후려치리라」중에서

중생이 아프면 보살도 아프다!
보살행을 일컫는 말이다. 병고를 겪으면 누구나 처음에는 ‘나’에 집착하고 매달린다. 이 또한 피할 수 없다. 먼저 나의 병고에서 벗어나는 것이 최상의 방책이니까. 하지만 나의 병고에 대해 성찰하게 되면, 서서히 ‘너’와 ‘그’, ‘우리’의 아픔에 대해 공감하고 연민의 마음을 갖게 된다.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는 성인의 말씀이 체득되는 순간이다. 울컥 한 바가지의 눈물을 쏟고 나면 절로 마음이 고요하고 평안해지며, 평화와 기쁨의 물결이 밀려든다. 깨달음과 법열의 순간이다.
--- p.141 「제22화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중에서

공부 잘하는 우등생이기도 했던 나는 한때는 공부를 지독히 못하는 열등생이기도 했다. 우등생일 때는 공부 못하는 친구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공부란 열심히 하면 잘할 수 있는데 왜 저럴까?”라며 속으로 무시하고 비웃은 적도 있었다. 그런데 사춘기 동안 정신적 방황으로 길을 잃고 헤매면서 공부를 하지 못하니 추락하는 성적과 함께 내 처지와 대우도 급전직하했다.

(중략) 공부는 잘하면 좋고 잘하지 못해도 좋다. 세상은 공부 잘하는 1%만 살아가는 곳이 아니다. 오히려 세상은 99%의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곳이다. 각자는 각자의 몫이 있고 할 일이 있다. 이미 죽어 백골마저 썩어버린 공자에게 얽매여 자녀를 병들게 하고 죽게 할 것인가? 아니면 공자를 죽이고 자녀를 살릴 것인가? 선택은 부모의 두 손에 달려있다.
--- p.179 「제29화 공자가 죽어야 자식이 산다」중에서

사실 세속은 큰 배움터이자 도량이다. 산속으로 출가하든 아니면 속세에서 일상의 삶을 살든 그것은 하나의 방편이다. 누구나 마음만 굳게 먹고 수행정진하면 바른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몸은 산속에 있어도 마음은 속세에 머물러 있다면 제아무리 고된 수행을 해도 깨달음에 이를 수 없다. 반대로 속진에 찌든 현실에서 오욕칠정으로 점철된 삶을 살지라도 바른 생각과 수행을 하면 누구나 선지식이 될 수 있다.

(중략) 스승의 죽음이 가까워진 것을 직감한 아난다는 더 이상 스승에게 배우지 못하고 의지할 사람 없이 홀로 남겨질 것을 두려워한다. 아난다가 슬퍼하며 부처에게 물었다. “부처님께서 열반하시고 나면 제자들은 누구를 믿고 의지해야 할까요?” 이 말에 부처는 가볍게 제자를 질책한다. “나는 이미 그대들에게 모든 것을 말하였다. 무엇이 두려운가?” 그런 스승에게 아난다는 한 말씀만 들려달라고 간청한다. 제자의 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부처는 마지막 설법으로 자비를 베푼다. 그 말은 부처가 생전에 남긴 마지막 말이자 유훈이 되었다.
“자신을 등불(스승)로 삼고, 진리를 등불(스승)로 삼으라!”
--- p.223 「제38화 나는 매일 속세로 출가한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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